[취재수첩] 인공호흡기 단 송인서적…문제는 '체질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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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0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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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상훈 기자]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지난 1998년 부도 때도 출판계에서 힘을 모아 간신히 살려놨는데, 이번에 또 사달이 나지 않았나. '인공호흡기' 다는 게 능사는 아닌 것 같다."

대형 서적 도매상 송인서적의 부도에 대응하기 위해 구성된 '출판사 채권단 대표회의'가 지난 7일 전체회의를 열고 '회생'을 수습책으로 제시하자 한 중소 출판사 대표는 이같이 볼멘소리를 냈다.

1600여 개 피해 출판사들의 위임을 받은 채권단 대표회의는 그동안 송인서적 부도 실사 작업을 해 왔다. 장인형 단장은 "실사 결과 현금흐름이 생각보다 나쁘진 않았다"며 "채권탕감액 일부를 주식으로 전환해 채권을 보유한 출판사들이 송인서적 경영에 참여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금융권 등 채권 주체와 협의해 채무의 80% 정도를 탕감하고 송인서적의 유일한 자산인 유통망을 인수희망 업체에 매각한다는 로드맵이다. 이달 내로 채권단 의사가 확정되면 워크아웃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채권단이 회생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송인서적을 청산해도 출판사들의 피해를 회복할 수 없고, 송인서적과 독점 거래하던 서점들의 연쇄부도 등 출판 생태계에 더 큰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도매상 1위 업체인 북센의 독과점 심화도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송인서적 경영진에 면죄부를 주자는 것이냐"며 이번 결정을 비판하지만, 출판사들의 연쇄 부도 등 파탄을 막을 만한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종의 차선책으로서 유의미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린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피해 출판사 등에 1%대 저리 융자, 긴급경영안정자금·창작지원기금 지원 등의 지원방안을 내놨지만, 출판사들은 실효성이 없다며 고개를 내젓는다. '지원'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융자는 엄연히 빚이라 부담이 따르고 특히 소규모 출판사들의 경우 대출 요건 등을 충족하기 어려워 '그림의 떡'이라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위탁 거래, 어음 결제 등이 횡행하는 지금의 유통 구조 자체를 혁신하는 일이다. 

오랫동안 관행으로 굳어진 유통 시스템을 한번에 바꾸기는 쉽지 않겠지만, 지역서점 판매정보관리시스템(POS) 참여율을 높이고 유통정보를 투명하게 관리하는 등 유통망의 공영화·선진화는 작금의 한국 출판계에 꼭 필요한 처방이다.

"대증요법도 필요하지만, 체질개선이 먼저입니다." 기자의 건강검진 결과지를 놓고 얕은 한숨을 내쉬던 전문의의 말이 귓전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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