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조정은 무슨...소송이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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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11-19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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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모씨(여, 30세)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금융감독원에 동부화재를 상대로 민원을 제기해 조정안을 받았지만 해당 보험사는 조정안대로 이행할 수 없으니 처리를 원한다면 소송을 제기하라고 종용하고 있다. 전씨는 불완전판매를 이유로 금융당국이 보험계약에 대한 무효 판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소송 말고는 하소연할 곳이 없다며 애를 태우고 있다.

금융 민원에 대한 금융감독당국의 조정안이 먹히지 않는 등 민원 처리 만족도가 여전히 떨어지고 있다. 

특히 일부 보험사는 금융감독원이 조정안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원인에게 소송을 부추기고 있어 고객에 대한 횡포를 일삼고 있다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19일 금융권과 금융감독당국에 따르면 올들어 8월까지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 처리건수는 2만994건을 기록했다. 이중 분쟁조정신청 전후 소송이 제기되면서 분쟁조정이 중지된 건수는 1723건이다. 

소송제기는 특히 보험업권의 손해보험 부문에서 높았다. 생명보험의 소제기 비율은 2.3%로 전년의 2.2%에 비해 0.1%포인트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손보업계의 소제기 비율은 18.4%에 달했다.

이는 전년의 16.8%에 비해 1.6%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분쟁처리 10건 중 2건은 소송으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금감원의 조정안에 대해 민원인은 물론 민원 해당기업이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조정이 양쪽 모두에 애매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씨의 경우, 금감원에 제기한 민원은 모두 불완전판매 성격이 짙었다. 보험계약에서 가입자와 피보험자의 서명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일부는 아예 보험사에서 계약서 자체를 보관하고 있지도 않았다.

전씨의 어머니가 계약 당시 미성년이었던 자식을 위해 가입한 '장기상해 슈퍼안심 생활보험'은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으로 친권자 모두의 서명이 필요하지만 한 쪽의 서명은 없었다.

장덕조 서강대 교수는 "보험회사에서 관례적으로 실무상 잘못 처리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미성년자의 경우 친권자 2명 모두의 친권 행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해당 계약을 무효 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양측의 갈등을 풀어주지는 못했다.

전씨는 "계약이 무효라면 납입보험료 원금은 물론 이자까지 주는 것이 맞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보험사 측은 "무효계약이지만 이자를 줄 수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

김미숙 보험소비자협회 대표는 "무효계약이라면 원금은 물론 이자까지 돌려줘야 한다"면서 "이뿐 아니라 손해사정이 인정된다면 추가적인 손해도 배상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국 역시 법적인 구속력이 없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금감원 분쟁조정국 관계자는 "분쟁조정위원회의 법적 구속력이 없다"면서 "조정 내용에 대해 해당 금융기관이 말을 듣지 않는다면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일정 금액 이하의 민원에 대해서는 구속력을 부여하고 있다"면서 "분쟁조정국의 결정을 따르도록 지도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올들어 금감원이 제시한 조정안의 수용율은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조정안의 절반도 수용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아주경제=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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