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물성무(開物成務: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새로운 길을 열어 일을 이룬다). 지금 인천이 맞이한 바이오산업의 새로운 전환점을 설명하는 데 이보다 적절한 말도 없을 듯하다. 이미 세계적인 바이오의약품 생산기지로 성장한 송도를 이제는 신약을 직접 개발하고 세계시장으로 내보내는 혁신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박찬대 인천시장의 구상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단순히 공장을 더 짓고 생산량을 늘리는 차원을 넘어 연구개발과 창업, 투자와 일자리, 나아가 시민의 건강까지 연결하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인천이 쌓아온 바이오산업의 경쟁력을 생각하면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일이다.
박찬대 시장은 지난 23일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리조트에서 열린 '2026 AI-바이오 신약 글로벌 서밋 인천'에서 인천 바이오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했다. 국내외 기업인과 연구자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박 시장이 강조한 것은 인천이 지금까지 이룬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글로벌 신약개발의 중심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특히 보건복지부와 글로벌 제약기업 일라이릴리,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참여하는 협력을 통해 인천의 바이오산업을 생산 중심에서 연구개발과 사업화까지 아우르는 구조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세계적인 기업과 국내 바이오산업의 핵심 기업,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움직인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특히 AI와 바이오산업의 성과가 기업의 성장에 머무르지 않고 청년 일자리와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결국 인천 리레이팅의 성패는 거창한 선언보다 시민들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얼마나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박 시장은 이날 1882년 제물포에서 시작된 한미 교류의 역사를 떠올렸다. 144년 전 조선과 미국이 처음 외교관계를 맺었던 인천에서 다시 양국 기업과 정부가 첨단 바이오산업을 매개로 새로운 협력의 길을 연다는 설명이었다. 여기에 올해 창립 150주년을 맞은 미국 제약기업 일라이릴리의 역사를 연결한 대목도 눈길을 끌었다.
박 시장이 축사에서 제시한 송도의 연간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은 116만 리터다. 이를 샌프란시스코나 싱가포르와 비교하며 경쟁력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한 자신감의 표현이다.
지금까지 송도가 세계적인 제약기업들이 개발한 의약품을 우수한 기술력으로 생산하는 데 강점을 보여왔다면 앞으로는 인천에서 새로운 치료제와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연구개발과 임상,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구상이 현실화된다면 인천 바이오산업의 위상도 달라질 수 있다.
이번 협력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송도에 들어설 것으로 제시된 '릴리 게이트웨이 랩스'다. 글로벌 제약기업이 유망한 바이오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연구개발과 투자, 사업화 기회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인천에 마련한다는 구상은 국내 바이오 창업기업들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박 시장이 K-바이오 랩허브 구축과 인천바이오과학기술원 설립을 서두르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대학에서 배운 인재가 인천에서 연구하고, 그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창업한 기업이 성장하며, 다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돼야 한다는 의미다.
더욱 주목할 부분은 박 시장이 산업의 미래를 이야기하면서 시민의 건강 문제를 함께 꺼냈다는 점이다. 인천은 고령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으며 치매를 비롯한 노인성 질환에 대한 사회적 대응도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박 시장은 현재 인천의 치매 환자가 약 5만7000명으로 추산되고 2030년에는 7만명에 가까워질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이 수치의 정확한 산출 기준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지만, 고령화에 따른 치매 예방과 조기 발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그가 간단한 혈액검사를 활용한 치매 조기 발견 기술을 공공보건망에서 활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인천은 이미 세계적인 바이오의약품 생산 기반을 갖추고 있고, 글로벌 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산업적 여건도 마련돼 있다. 여기에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이라는 새로운 흐름까지 연결한다면 인천이 미래 바이오산업의 중요한 거점으로 도약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박 시장이 이번 서밋에서 밝힌 내용은 송도를 세계적인 바이오의약품 생산기지에 머물게 하지 않고 신약을 개발하고 새로운 기업을 키우며 시민의 삶까지 바꾸는 도시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구상을 실현할 구체적인 계획과 흔들림 없는 추진력이다.
인천시 송도에서 시작된 연구가 새로운 의약품으로 탄생하고, 그 의약품이 세계인의 건강을 지키며, 그 과정에서 인천 청년들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날이 온다면 세계가 인천의 가치를 새롭게 평가하는 그날까지 박찬대 시장의 도전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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