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고추도 금값" 베트남, 수출 115% 폭증에 현지 소비자들 '한숨'

  • 수출 물량 2배 넘게 늘었지만 평균 단가는 43% 하락…현지 소매가도 급등

베트남 탄빈에서 수확한 고추를 건조하는 농민 사진베트남 통신사
베트남 탄빈에서 수확한 고추를 건조하는 농민 [사진=베트남 통신사]
베트남산 고추를 찾는 해외 수요가 급증하면서 올해 수출 물량이 지난해의 두 배를 넘어섰다. 특히 대만으로 향하는 수출량은 16배 가까이 늘었지만 수출액 증가율은 물량 증가에 크게 못 미쳤다. 현지에서는 잦은 비로 고추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소매가격까지 치솟아 소비자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23일(현지 시각) 베트남 후추·향신료협회(VPSA)에 따르면, 베트남은 올해 1~9월 고추 4553톤(t)을 해외에 판매해 980만 달러(약 130억 원)의 수출액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수출 물량은 115.2%, 금액은 22.1% 증가했다. 9월 한 달간 수출량도 560t으로 전월 대비 25.3% 늘었다.

최대 수출 시장은 라오스다. 올해 9월까지 라오스에 공급된 고추는 2538t으로 전체 수출량의 55.7%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73% 증가한 규모다. 미국은 544t으로 뒤를 이었으며 전년 대비 증가율은 14.5%였다. 아시아 시장에서도 구매가 크게 늘었다. 대만향 고추 수출은 313t으로 전년 동기의 15.7배에 달했고 캄보디아와 중국향 수출량은 각각 303t, 253t으로 180%, 256% 이상 증가했다. 이들 5개 시장이 전체 고추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86.7%에 이른다.

수출 확대 배경에는 해외 소비·가공 수요 증가와 일부 생산국의 공급 불안이 있다. 특히 세계 주요 고추 수출국인 인도는 2025~2026년 시즌 수출량이 68만3681t으로 이전 시즌의 71만5506t보다 감소했다. 안드라프라데시와 텔랑가나 등 주요 산지에서는 강수량 부족으로 파종이 약 한 달 늦어지기도 했다.

베트남 수출업계에서는 인도의 공급 차질로 중국과 대만 일부 구매업체가 베트남산 고추로 조달처를 바꾼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움직임이 전체 수출 증가를 얼마나 이끌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수출량 115% 늘 때 단가는 43% 하락…현지선 고추 '금값' 불만

수출 실적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물량과 금액의 증가 속도가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베트남의 고추 수출량은 115.2% 증가했지만 수출액은 22.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올해 9월까지 평균 수출 단가는 톤(t)당 약 2152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3% 낮아진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이는 전체 수출액을 물량으로 나눈 평균치로 품종과 품질, 수출시장 구성 등에 따라 실제 거래가격은 다를 수 있다.

해외 수출이 확대되는 사이 베트남 내 고추 가격은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남부 지역의 농가 판매가격은 ㎏당 2만~4만1000동(약 1000~2000원)이며 수출용 소형 매운 고추는 3만3000~4만1000동(약 1700원~21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호찌민시 전통시장에서 풋고추 소매가격은 ㎏당 15만~19만 동에 이른다.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24만 동 수준까지 올라갔으며 소형 매운 고추도 20만 동에 육박했다. 농민들은 장기간 이어진 비로 재배와 수확에 어려움이 발생하면서 공급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현지 독자들 사이에서도 고추값 상승에 대한 불만이 이어졌다. 한 독자는 "고추는 몇천동어치씩 사던 흔한 양념이지만 다른 식료품 가격까지 오르면서 대가족의 장보기 부담이 크게 늘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독자는 "쌀국숫집에서 고추를 한 접시 더 달라고 했다가 주인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며 "이제 고추도 금처럼 귀한 대접을 받는다"고 적었다. 반면 한 독자는 "정원에 고추 20그루를 키우기 때문에 일 년 내내 사 먹을 필요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수출 증가를 반기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독자는 최근 고추값이 크게 오른 이유를 알겠다며 농민들의 수출 확대를 축하했다. 다만 농가 출하가격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베트남 고추업계는 수출 물량이 빠르게 증가한 만큼 거래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함께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잦은 비에 따른 생산 불안과 평균 수출 단가 하락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안정적인 원료 공급과 가공·보관 기술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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