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현의AI지표] 빅테크 로비 사상 최대…AI 규제·IPO·반도체 관세 '삼각파도'

  • 알파벳·MS 역대 최대 로비 지출 경신, 메타는 1위 자리 지켜

  • 앤트로픽·오픈AI, IPO 앞두고 로비 지출 각각 333%·82% 급증

  • 국내는 반도체 관세發 삼성·SK 로비 강화, 네이버·카카오는 '아직'

미국 백악관 사진연합뉴스
미국 백악관 [사진=연합뉴스]


미국 빅테크·AI 기업들의 상반기 연방 로비 지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백악관을 중심으로 한 AI 규제 논의와 하반기 기업공개(IPO), 반도체 관세 압박이 동시에 맞물리며 미국 진출 기업들의 '워싱턴 방어전'이 격화하는 모습이다.
 
6일 미 의회에 따르면 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MS)·메타·엔비디아·앤트로픽·오픈AI 등 주요 테크·AI 기업 11곳과 관련 업계 단체들의 올해 상반기 누적 로비 지출은 418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
 
기업별로 보면 메타가 전년 동기 대비로는 소폭 감소했으나 1309만달러로 IT기업 중 최고액을 기록했다. 알파벳(940만달러)과 MS(560만달러)는 각각 20.5%, 7.7% 늘며 역대 최대 상반기 로비 지출 기록을 새로 썼다. 이번 지출 확대의 배경에는 아동 온라인 안전 소송, 국가 차원의 AI 규제권을 제한하려는 연방 입법 시도, 백악관 AI 자문위원회 인선 등이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메타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와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CEO는 지난 3월 백악관 과학기술자문위원회에 나란히 위촉됐는데, 두 회사가 아동 유해성 관련 배상 판결을 받은 지 불과 몇 시간 만이었다. 이후 백악관이 개입해 두 CEO의 상원 아동안전 청문회 출석까지 무산시킨 사실도 드러난 바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곳은 앤트로픽과 오픈AI다. 앤트로픽은 1분기 로비 지출이 160만달러로 전년 동기(36만달러) 대비 333% 급증했고, 상반기 누적으로는 357만달러를 지출해 이미 지난해 연간 지출액(310만달러)을 넘어섰다. 오픈AI 역시 1분기 지출이 전년 동기 대비 82% 늘었다. 엔비디아도 1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로비 확대를 하반기 예정된 IPO, 그리고 백악관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AI 규제 논의에 대한 대응으로 보고 있다. 앤트로픽과 오픈AI 모두 최근 자사 AI 모델 관련 해킹 사고를 잇달아 보고했고, 이후 정부의 사전 검토 요구가 한층 구체화된 시점과 로비 증가 시점이 맞물린다는 점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싣는다.
 
백악관은 지난 4일(현지시간) 구글·메타·오픈AI·앤트로픽 등 주요 AI 개발사 관계자들을 불러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최첨단 AI 모델의 해킹 능력을 사전에 점검하는 자율적 사이버보안 검증체계가 논의됐다. 정부가 AI 모델 공개 최대 30일 전에 모델을 제공받아 검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월 서명한 행정명령에 담긴 조치의 후속 절차다. 이번 회동은 정부가 앤트로픽의 일부 최첨단 모델 사용을 일부 이용자 대상으로 제한 조치한 지 몇 주 만에 이뤄져, 업계 안팎에서는 AI 규제가 본격화하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국내 IT기업 중에서는 네이버, 카카오 등 대기업의 로비 현황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미 연방정부를 상대로 한 로비가 필요할 만큼 직접적인 규제·정책 리스크에 노출돼 있지 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반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국내 대기업의 대미 로비는 활발하다. 삼성그룹의 올해 상반기 누적 대미 로비액수는 380만달러로,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SK그룹은 최대치를 새로 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간 577만달러를 대미 로비에 투입한 SK그룹은 올해 상반기에만 315만달러를 집행,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상승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관세와 대미 투자 확대를 연계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압박하는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최근 두 회사가 미국 내 공장 건설에 더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고, 반도체 관세 부과 가능성도 상존한다. 두 그룹 모두 텍사스·인디애나 등지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을 짓고 있는 만큼, 관세·보조금·수출통제 등 정책 변수에 대응할 로비 유인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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