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은 읽기 어렵습니다. 내 집 마련 역시 어렵습니다.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도 어렵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어’려운 ’부’동산 ’바’로보기는 거기서 출발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근로소득은 과세표준 10억원 초과분에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최고 49.5%가 적용되는 반면, 부동산은 양도차익이 100억원대여도 실제 세금은 몇억원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우연히 집값이 오른 실거주 주택은 깎아줄 수 있지만, 투자용으로 사서 수십억원을 벌고도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도 했다.대중에게 남는 그림은 단순하다. 노동으로 100억원을 벌면 절반 가까이 세금으로 내지만 부동산으로 100억원을 벌면 몇억원만 낸다는 것이다. 노동보다 부동산으로 번 돈을 우대하는 세제라는 인상이 자연스럽게 남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특정한 초고가 장기 실거주 1주택이라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투자용 부동산으로 100억원을 벌면 누구나 몇억원만 낸다는 뜻은 아니다. 대통령의 비교에는 서로 다른 집과 서로 다른 세금이 한 줄에 놓였다.
숫자의 조건은 어떻게 달라졌나
대통령의 숫자와 닮은 계산은 지난 3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내놨다. 서울 압구정 아파트를 25억원에 사서 127억원에 팔면 양도차익은 102억원이지만, 부대비용을 반영하지 않은 양도소득세 산출세액은 약 7억6000만원이고 지방소득세는 별도라는 분석이다. 별도 사례에서는 15년간 근로소득 42억5000만원을 벌면 소득세가 약 12억원인 반면 같은 기간 같은 금액의 아파트 양도차익에는 2억4000만원이 부과된다고 계산했다.경실련의 102억원 사례는 1세대 1주택자가 10년 이상 보유·거주해 최대 80%의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는 것으로 가정했다. 근로소득 비교도 연 2억8000만원씩 15년간 받는 조건이었다. 다만 ‘102억원 차익에 양도세 7억6000만원’이라는 초고가 사례를 제목 전면에 세웠다.
당시 경실련 입장을 발표한 조정흔 토지주택위원장은 대통령 주재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도 실거주 1주택자 혜택이 아파트 쏠림을 부추긴다며 축소 필요성을 제기했다. 실거주를 포함한 부동산 구매를 ‘거의 모두 투기’로 본다는 강한 표현도 썼다. 1주택자 세제 혜택을 겨냥한 발언이었지만, 실거주 주택 매입까지 사실상 투기로 묶으면서 실거주 1주택과 투자용 주택의 경계를 흐렸다.
더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이다. 남 소장은 같은 토론회에서 10년 거주한 주택에서 10억원의 양도차익이 생기면 양도세가 평균 약 1000만원인 반면, 10년간 근로소득 10억원에는 세금이 2억5000만원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은 곧바로 자신도 야인과 성남시장 시절 남 소장의 주장을 따랐다고 답했다. 적어도 대통령이 과거 남 소장의 과세 주장을 참고했다는 사실은 대통령의 말로 확인된다. 다만 이번 ‘100억원’이라는 구체적 숫자까지 남 소장에게서 가져왔다는 뜻은 아니다.
남 소장은 양도세 1000만원, 즉 실효세율 1%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 1000만원이 어떤 취득가와 양도가, 필요경비와 공제 조건을 적용해 나온 수치인지는 공개 발언만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근로소득 10억원에 세금 2억5000만원이라는 계산 역시 소득의 연도별 분포와 공제 조건이 제시되지 않았다. 정책을 움직이는 전문가의 숫자라면 실효세율뿐 아니라 그 기초가 된 세액의 산식과 전제도 함께 설명돼야 한다.
경실련의 7억6000만원은 1세대 1주택 비과세와 장기 보유·거주에 따른 최대 80% 장특공제를 모두 적용한 결과다. 고가 1주택도 양도가액 12억원 이하분에 해당하는 차익은 비과세되고, 초과분에 해당하는 차익만 과세된다. 비교 단위도 같지 않다. 근로소득의 49.5%는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최고 한계세율인 반면, 7억6000만원은 지방세를 제외하고 비과세와 장특공제를 반영한 산출세액이다.
그렇다고 이 차이만으로 대통령이 근로소득의 세 부담을 부풀렸다고 보기도 어렵다. 100억원대 근로소득의 실제 부담률도 최고세율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핵심은 세율의 형식이 아니다. 10년간 누적된 장기 실거주 1주택의 세액이 투자용 부동산 일반의 세금처럼 제시됐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주식 양도세는 0원인가
근로소득과 자산소득의 형평이 문제라면 부동산만 떼어 볼 수 없다. 국내 상장주식을 장내에서 거래하는 세법상 대주주가 아닌 주주는 양도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부담하지 않는다. 현행 제도에서는 여러 상장주식에 분산해 종목별 대주주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차익 합계가 100억원이어도 양도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 상황을 가정할 수 있다.물론 세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매도가액에는 증권거래세가 붙는다. 대통령이 부동산을 거론할 이유가 없다는 뜻도 아니다. 다만 노동과 자산소득의 형평이라는 일반 원칙을 내세우려면 부동산만으로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형평은 특례의 경계를 묻는 일
장기 실거주 1주택에 비과세와 공제를 부여한 데는 주거 안정과 원활한 거주 이전이라는 목적이 있다. 세법상 대주주가 아닌 주주의 상장주식 장내 양도차익을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데도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정책적 명분이 있다. 노동소득과 다르게 과세한다는 이유만으로 어느 하나를 곧바로 부당한 특혜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문제는 특례와 비과세의 존재보다 그 경계다. 실거주 보호를 이유로 100억원이 넘는 차익에도 최대 80% 공제를 금액 상한 없이 적용할 것인지, 자본시장 활성화를 이유로 초고액 주식 차익까지 과세 대상에서 제외할 것인지를 같은 원칙으로 따져야 한다. 대통령이 물어야 할 것도 부동산 투자로 100억원을 벌어도 왜 몇억원만 걷느냐가 아니라, 각각 주거 보호와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명분을 가진 세제상 우대가 초고액 자산이익까지 같은 강도로 적용돼야 하느냐다.
100억원의 부동산 차익이 100억원의 노동소득보다 언제나 세금을 덜 내는가. 아니다. 초고가 장기 실거주 1주택이라는 특례가 겹칠 때 가능한 결과이지 투자용 부동산 일반의 세금은 아니다.
초고액 자산이익에 주어진 세제상 우대의 경계를 다시 따져야 한다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은 타당하다. 그러나 대통령의 설명에서는 장기 실거주 1주택에서 산출된 세액이 투자용 부동산의 사례처럼 전달됐다. 이래서는 형평의 답을 찾을 수 없다.
조세 형평은 가장 극적인 숫자를 맞세우는 일이 아니다. 누구의 소득인지, 어떤 조건에서 발생했는지, 자산마다 붙은 특례와 비과세가 어디까지 허용돼야 하는지를 같은 원칙으로 검증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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