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 속에서 들린 "알겠습니다"…네팔 홍수 9일 만의 생환

사진카트만두포스트 홈페이지 캡쳐
[사진=카트만두포스트 홈페이지 캡쳐]

“당황하지 마세요. 구조하러 왔습니다.”

4일 로이터·AP통신과 현지 매체 카트만두포스트 등에 따르면 이날 네팔 중북부 트리슐리 3A 수력발전소 터널을 수색하던 구조대가 진흙과 잔해 너머에서 사람의 목소리를 들었다. 구조대가 안쪽을 향해 외치자 어둠 속에서 “알겠습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대홍수가 발전소를 덮친 지 9일 만에 확인된 첫 생존 신호였다. 구조대는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접근해 기계반장 산제이 사(30) 씨와 기계 감독관 카비르 마하르잔(45) 씨를 차례로 구조했다.

트리슐리 3A 발전소는 지난달 26일 네팔과 중국 국경지대에서 발생한 대홍수로 큰 피해를 봤다. 거대한 물살과 토사가 발전소를 덮치면서 터널 입구가 진흙과 바위에 묻혔다.

네팔군과 경찰, 기술진이 현장에 접근해 입구를 확보하는 데만 엿새 가까이 걸렸다. 구조대는 중장비로 잔해를 걷어내고 터널 내부의 빈 공간에 산소를 공급하며 조금씩 안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은 입구에서 약 170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먼저 구조된 사 씨는 온몸이 진흙으로 뒤덮인 상태였다. 구조대원들은 좁은 틈으로 그를 끌어낸 뒤 어깨에 메고 현장을 빠져나왔다. 사 씨는 헬기에 오르면서 손을 들어 자신을 기다리던 사람들에게 생존을 알렸다. 마하르잔 씨도 뒤이어 구조돼 들것에 실려 옮겨졌다.

사 씨는 홍수가 밀려왔을 당시 발전소 제어실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는 기계반장으로서 다른 직원들에게 먼저 대피하라고 외쳤다. 동료들을 내보내는 사이 탈출할 시간을 놓쳐 터널 안에 갇혔다.

외부와 단절된 뒤에는 힌두교 주문을 되뇌며 구조를 기다렸다. 가까운 곳에 있던 서너 명과 말이나 소리를 주고받기도 했다. 사 씨는 구조 후 터널이 길고 급류가 사람들을 더 안쪽으로 밀어냈을 수 있다며 추가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을 전했다.

두 번째로 구조된 마하르잔 씨의 가족도 아흐레 동안 희망을 놓지 않았다. 아내 히라 쇼바 씨가 남편과 마지막으로 통화한 것은 홍수가 발생하기 직전인 지난달 26일 오전 7시 30분께였다.

쇼바 씨는 “남편이 두 번째 삶을 얻었다. 우리는 너무나 행복하다”며 목숨을 걸고 구조 작업을 벌인 대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두 사람은 수도 카트만두의 병원으로 이송돼 집중 치료를 받고 있으며 맥박과 호흡 등은 안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구조된 두 사람은 대홍수 이후 피해 수력발전소 터널에서 발견된 첫 생존자다. 네팔 당국은 트리슐리 3A를 비롯한 여러 발전소 터널에 아직 수많은 직원이 갇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트리슐리 3A 발전소는 한국인 직원 9명이 실종된 어퍼트리슐리(UT)-1 수력발전소에서 강 하류 방향으로 약 6㎞ 떨어져 있다. 이번 구조가 한국인 실종자들의 생존 여부를 보여주는 직접적인 근거는 아니지만, 홍수 발생 9일 뒤에도 터널에서 생존자가 나왔다는 점에서 구조 가능성을 쉽게 포기할 수 없게 됐다.

한국 해외긴급구호대(KDRT)는 헬기와 드론, 육상 인력을 동원해 어퍼트리슐리 발전소 주변과 실종자들의 대피 가능 경로를 수색하고 있다.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에너빌리티도 현지 수색 인력과 범위를 확대했다.

비라지 박타 슈레스타 네팔 에너지부 장관은 두 사람의 구조 소식이 전해진 뒤 “숨이 있는 한 희망이 있다”며 “우리는 아직 희망을 잃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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