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희 칼럼] '부동산 전쟁' 첫 승부처는 매물 거래 …정부 매입에 답 있다

서정희
[서정희 고문]

필자는 보유 중인 아파트 한 채에 실제 거주하는 실거주 일주택자다. 서울 강북에 작은 아파트 두 채가 있었으나 4년 전 한 채를 처분했다. 그래서인지 다주택자와 비거주자가 표적이 되고 있는 요즘 부동산 전쟁을 비교적 거리를 두고 지켜볼 수 있는 입장이다. 다만 기대와 염려가 교차한다. 결혼과 내 집 마련이라는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집값이 이번에 많이 내렸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그러나 다주택자가 공격받는 과정에서 사유재산권이라는 자본주의의 기본축에 자칫 상처를 입히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없지 않다.

현재까지는 정부가 기선을 잡은 듯한 분위기다. 지난 1월 말부터 이재명 대통령은 하루가 멀다 하고 부동산 관련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다주택자와 비거주자를 겨냥한 발언 강도가 무척 세다. 그 결과일까. 시장 흐름에 분명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매물이 늘며 매수자 우위 분위기가 뚜렷하다. 매수우위지수가 80대까지 내려왔고 앞으로도 이 추세가 지속될 듯하다. 매수우위지수는 100을 초과하면 매수자가 많음을, 100 미만이면 매도자가 많음을 의미한다. 이런 추세는 정부가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밝힌 데 이어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 보유세 인상 시사 등으로 다주택자 보유 매물의 시장 출회가 계속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정부 승리를 단언하기는 이르다. 매물이 시장에 많이 나오더라도 이것이 실수요자(무주택자) 구매로 이어져야 하는데, 매매시장에서 거래 유통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매물이 잠길 수 있다는 얘기다. 심하면 시장에 패닉이 발생할 수도 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번 부동산 정상화 정책의 결과가 당초 기대와 전혀 딴판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 부동산 매물을 소화할 수 있는 구매층은 현금 여력이 충분한 부유층일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이번 부동산 전쟁의 최대 수혜자가 슈퍼리치, 곧 현금 자산을 수중에 많이 쥔 부유층이나 그들의 자녀들이 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올 게 뻔하다. 이미 야당 쪽에서 이런 공격이 시작되고 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지난주 자신의 SNS에 올린 ‘이 대통령의 29억원 아파트, 현금 27억원 가진 슈퍼리치만 살 수 있는 집 아닙니까?’ 글도 바로 이 문제점을 겨냥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바로 이 지점이 이번 부동산 전쟁의 첫 격전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해결책은 없을까. 다행히 답은 있는 것 같다. 정부가 다주택자가 내놓는 주택을 구매해 이를 할인가로 실수요자에게 매도 혹은 임대하는 방법이다. 한마디로 우리나라에 모기지 시장을 구축하는 것이다. 보유한 주택을 담보로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매달 연금을 주는 역모기지 방식과 그 방향이 반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정부가 시장에 나오는 주택을 일단 구매해서 이를 실수요자에게 연결하는 스킴(scheme·방식)이다. 가격은 정부 구매 시 시장 가격보다 낮아질 수 있도록 세제지원을 활용할 수 있고, 실수요자에게 넘길 때엔 이보다도 더 낮은 할인가를 적용해 매도 혹은 장기 임대를 할 수 있다. 지금 시장 가격이 100이라면 이를 70~80에 구매해주고(시장가격 내림세+세제지원), 이를 50에 실수요자에게 장기저리로 매도 혹은 임대하는 식이다.

물론 해법이 간단하지는 않다. 정부가 주택을 구입해주려면 엄청난 돈이 필요한데 그런 돈이 일단 정부에 없다. 미국의 프레디매, 페니매 같은 거대 모기지 기업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단 모기지 기능을 담당하려면 상당한 자금(자본)이 소요될 것이다. 그런데 신규 임대주택을 건설하기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퍼부어야 하는 자금도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결단을 내리지 못할 일도 아니다. 모기지 사업을 담당할 한국주택금융공사에 한국은행 차입이나 정부의 장기 채권 발행을 통한 대대적 자본력 보강 등 방법은 많다. 구체적인 방법론보다 당장 중요한 일은 모기지 해법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이를 선택하는 일이다. 그러지 않으면 이번 부동산 전쟁도 역풍을 맞고 정부의 패배로 막을 내릴지 모른다.

모기지 해법은 다른 이유로도 지금 고민해야 할 당면과제다. 한국 경제의 최대 뇌관인 가계부채 문제까지도 동시에 태클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해법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담보대출로 인한 가계부채는 이미 1200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한국 경제의 최대 현안이 된 지 이미 오래다. 마침 타이밍도 좋다. 모기지는 월세 성격을 띠는데, 우리나라 주택 임대시장이 지금 전세에서 월세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제도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투기 수요를 부추기는 부작용이 너무 크다.

모기지 시장 도입에 더해서 현재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맡고 있는 역모기지 기능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일단 역모기지 대상이 되는 주택의 상한선부터 크게 올리고 금융권의 전세자금 대출제도도 크게 손질해야 한다. 이렇게 주택 임대차 시장의 모습이 바뀌게 되면 막대한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가계부채 뇌관이 서서히 해체되고, 중하위 계층도 주택 보유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이 같은 부동산 신용체계의 개편이야말로 지역균형 발전과 수도권 집중 해소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실익은 또 있다. 국내에 미성숙한 장기 채권 시장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점이다. 주식시장과도 차별되게 여전히 발전이 더딘 금융 자산시장이 채권시장이다. 특히 장기채가 그렇다. 장기채를 발행할 곳이 당장 정부 외에는 없고, 더욱이 이 장기채를 시장에서 소화해줄 수요자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택시장이 장기채 시장으로 들어오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장기채 시장이 커지면 원화 국제화와 환율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그런데 이 모든 시나리오에는 출발점이 따로 있다. 헌법이다. 비거주 다주택이 헌법에 명시된 모든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먼저 형성돼야 한다. 소위 주자유택(住者有宅) 원칙이 우리나라에도 자리를 잡아야 한다. 그래야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국민 공감대와 입법이 필요한 과제다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국제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미국 미주리대 경제학 박사 ▷매경TV·매경출판 대표, 매일경제신문 워싱턴 특파원, 논설위원 등 ▷서울대 경제학부 객원교수  ▷연우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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