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개혁] ‘언론중재법’ 갈등 격화…미는 與, 막는 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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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입력 2021-08-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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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당,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 추진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언론중재법(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두고 여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언론중재법 통과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국민의힘과의 대립이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는 10일 오후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언론중재법에 대해 논의했다.

이달곤 문체위 국민의힘 간사는 “앞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3배로 나와 있었는데, (나중에는) 5배로 둔갑했다. 여당 안에서도 합의가 안 됐던 거 같다”며 “이런 식으로 절차를 무시해선 안 된다. 특히 민주주의 제4부에 해당한다는 언론에 관련된 문제인 만큼 이것은 언론기관의 규제화법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언론중재법은 언론의 고의·중과실에 의한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배상액 하한선은 해당 언론사 매출의 1만분의1, 상한선은 1000분의1 수준이며, 배상액 산정이 용이하지 않은 경우 1억원까지 배상액을 부과할 수 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도 “외부인들은 (언론중재법이) 위헌심판소송 대상이고, 권한쟁의청구 대상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가짜뉴스를 용납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언론 자유, 국민 알 권리 문제”라고 강조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대한민국 민주주의도 언론의 자유에서 시작됐다. 가장 열심히 싸워온 정당이 민주당이고, 강력하게 수호했던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이라며 “오보 책임은 현재 민법이나 형법에 있는 것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최대 5배까지 청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언론의 자기 검열을 강제하는 것으로, 사실상 언론 통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민주당에서는 언론중재법을 통과시켜 악의적인 보도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정 민주당 문체위 간사는 “언론을 징벌적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언론이 허위·조작보도를 했을 때 책임을 물리는 것”이라며 “언론으로 인해 피해를 받는 국민들을 구제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오경 민주당 의원도 “언론중재법은 국민들의 명예 재산권과 인격권, 초상권 등 권리충돌에 대해 조금 더 합리적으로 사회적 타협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언론중재법은 정의당에서도 반대하고 있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정의당은 잘못된 언론보도로 인해 평범한 시민이 피해를 받는 것은 적극적으로 막아야 하며 권력에 대한 언론의 견제 감시 기능은 확고하게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언론중재법은 평범한 시민이 언론보도로 인해 받게 될 피해를 막는 일에는 무기력한 반면, 우리 사회의 주요 권력 집단에겐 자신들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막을 목적으로 악용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어 “나아가 언론중재법은 헌법에 보장된 표현 및 언론의 자유를 제한할 우려 역시 크다”며 “우리는 현재 상태의 언론중재법에 반대하며, 이 법이 그대로 상임위를 통과해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반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언론중재법은 언론노조를 비롯해 언론 시민단체들 상당수도 반대하고 있다”며 “정작 중요한 개혁과제라 할 수 있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지역신문 육성을 위한 지역신문발전기금 확대, 편집위원회 설치와 편집규약 제정을 의무화하는 신문법 개정안 등은 국민의힘을 핑계로 현재의 기득권을 유지 온존시키고 있다. 우리는 시민보호, 표현의 자유 보장, 언론을 통한 권력의 견제와 감시 활성화라는 기준에 입각해 언론 중재법을 전면 재논의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문체위는 이날 5시간 동안 회의를 진행했으나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다시 전체회의 일정을 잡아 추가 논의에 나설 전망이다.

법조계‧학계 등에 따르면 언론중재법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 △명확성의 원칙 △현행 민법 체계와 충돌 △표현의 자유 침해 등 다섯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제20대 대통령선거를 7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언론중재법이 대선 검증마저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언론중재법 상임위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이상헌 문체위 수석전문위원은 “명예훼손 등에 대한 형사처벌이 가능한 상황에서 형벌적 성격을 띠는 손해배상을 도입할 경우 이중 처벌의 소지가 있고, 언론사의 자기 검열이 과도하게 강화돼 언론의 자유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도 언론을 대상으로 한 징벌적 손해배상 사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국회입법조사처에 의뢰해 받은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 열람차단 청구, 기사삭제 청구 해외 입법례' 조사에 따르면, 해외에서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별도로 규정한 사례는 없었다.

입법조사처는 “해외 주요국의 언론 기사 열람 차단 및 기사 삭제 관련 입법 사례를 찾지 못했다”며 “해외 주요국의 언론 피해구제는 주로 명예훼손 관련 법률에 의한 소송에 의하며, 법정 기구가 아닌 자율기구인 언론평의회(Press Council)가 언론중재위원회의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포함된 '허위·조작 보도’ 내용도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명확하지 않고, 추상적인 개념이다 보니 어떤 기사가 허위‧조작된 것인지 가르기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통해 “작년부터 과방 위원인 내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여러 차례 가짜 뉴스의 정의가 무엇이냐고 물었지만 '가짜뉴스가 가짜뉴스지 뭐냐'는 답변만 받았다”며 “정확히 가짜뉴스가 뭔지 정의도 못 하면서 처벌하겠다고 하느냐”고 꼬집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언론개혁'을 이유로 언론중재법 처리를 강행할 전망이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언론중재법은 언론사의 자정 능력을 강화하고 피해자를 실효적으로 구제하는 가짜뉴스 피해 구제법"이라며 "야당이 정쟁 몰이로 삼고 언론단체가 집단행동을 나설 만큼 우악스러운 법이 아니다. 악마의 편집에 억울함과 고통을 호소하는 국민이 많고, 다수 국민이 법 처리를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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