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쿠 대격동] 유통판 뒤집기 나선 이마트, 물류·가격이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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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21-07-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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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라인시장서 쿠팡·네이버와 빅3 경쟁

  • 중장기 전략 물류 확대…4년간 1조 투입

  • 단기적으론 가격 경쟁으 쿠팡에 도전

요즘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모임에서 주요 화두는 이베이코리아를 품은 신세계그룹 이마트의 향후 행보다. 국내 유통기업 1위 자리를 유지하며 '영원한 승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승자의 저주'에 빠지고 말 것인가가 논의 주제다.

향후 국내 온라인 유통 시장은 제3자 거래 시장을 두고 네이버·이마트·쿠팡 '빅3'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이번 인수로 일단 이마트는 온·오프라인에서 지난해 거래액 기준 37조5000억원으로, 롯데쇼핑(21조5000억원)을 제치고 국내 유통 시장 1위 사업자로 올라섰다. 온라인 유통시장에서는 쿠팡에 이어 실질적인 점유율 2위 업체가 됐다. 네이버는 숍인숍 방식 거래액이 전체 거래액 28조원 가운데 50%가 넘기 때문에 실질적인 시장점유율이 훨씬 낮다.

사실상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쿠팡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느냐로 이야기는 좁혀지고, 그 핵심은 '물류'와 '가격' 경쟁력이 지목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역시 이베이코리아 인수 직후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드는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신세계 제공]

"중장기 시너지를 내라" 최대 과제 해결 나선 신세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이기는 한 해를 만들기 위해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졌다. 이마트는 지난달 30일 종속회사 (주)에메랄드에스피브이(SPV)를 통해 이베이코리아 지분 80.01%를 취득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에메랄드SPV가 약 3조4404억원을 출자하는 방식의 이번 거래에는 잔여지분 19.99%에 대한 콜옵션(우선매수권)을 갖는다는 거래 조건도 달았다. 자회사 편입 신고가 끝나면 이베이코리아는 이마트의 자회사가 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이베이가 보유한 플랫폼 영향력과 정보기술(IT) 역량, 이마트가 보유한 물류 및 MD 역량이 합쳐져 수직계열화된 '엔드 투 엔드 커머스(End to End Commerce)' 사업자로의 변신을 본격적으로 꾀할 것으로 보인다.

오프라인뿐 아니라 SSG닷컴, 비식품의 경쟁력이 강한 이베이의 탄탄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상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온·오프라인 통합 국내 1위 유통 사업자 자리를 굳히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기점으로 그룹 핵심 계열사인 이마트의 온라인 비중은 50%에 달하게 되고, 미래 사업 중심축이 온라인과 디지털로 대전환된다.

이베이코리아는 2001년 옥션, 2009년 G마켓을 인수하며 한국에 진출한 뒤 16년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9% 증가한 1조3000억원, 영업이익은 38% 늘어난 850억원이다. 유료 멤버십 스마일클럽 회원 수는 작년 기준 300만명을 넘어 이커머스 업체 중 쿠팡의 유료 멤버십 로켓와우(470만명) 다음으로 많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신세계그룹의) 이베이 인수는 양질의 무형자산을 확보했다는 의의가 크다"면서 "이베이의 기술력과 인력 풀 등을 이커머스 사업에 접목 시 플랫폼 고도화 등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부족한 물류 부문에는 향후 4년간 1조원을 투자한다. 풀필먼트 센터 구축에 집중한다. 전국 160여개에 달하는 이마트 점포를 입점 판매자를 위한 물류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이베이코리아의 대량 물량을 확보해 배송 경쟁력을 제고하는 동시에 높은 물류센터 가동률과 투자효율화를 도모할 수 있다. 외형 확대와 통합 매입으로 가격 경쟁력 제고도 기대할 수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당일배송 등을 통해 셀러 경쟁력 향상은 물론 이베이의 대량물량을 기반으로 센터 가동률을 높여 투자 효율을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이마트는 수년 전부터 부동산 자산의 '디지털화'를 병행해왔다. 최근 들어서는 서울 성수동 이마트 본사 건물 매각을 검토 중이다. 이마트는 성수동에 있는 본사 건물을 자산 유동화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 건물은 연면적 9만9000㎡ 규모로, 이마트 사옥과 성수점 매장이 들어서 있다.

이번 검토에는 부동산을 깔고 앉아 있기보다 이를 온라인에 투자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정 부회장의 뜻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미래 유통의 새로운 판을 짜기 위해, 기존의 부동산 중심의 그룹 자산을 전략적으로 재배치하는 자산의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그 일환으로 본사의 자산 유동화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게다가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네이버와의 시너지 효과는 신세계그룹 성장을 북돋워 줄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네이버와 지분 맞교환 이후 아직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내놓지 않았지만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이베이 인수는 온라인이 아니라 유통판 전체를 재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단언한 이유다.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온·오프라인에서 지난해 거래액 기준 37조5000억원으로, 롯데쇼핑(21조5000억원)을 제치고 국내 유통 시장 1위 사업자로 올라섰다. 온라인 유통시장에서는 쿠팡에 이어 실질적인 점유율 2위 업체다. [아주경제 그래픽팀]

단기 출혈전쟁은 예견된 일···밑빠진 독 물붓기?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신세계가 그리는 중장기 시너지 효과가 나기까지 출혈전쟁은 예고된 일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당초 예상 인수가 5조원에서 3조4000억원대로 낮아지긴 했지만 재무부담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당장 시너지 효과가 가시화되기까지 신세계그룹의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시장 지배력은 곧 시장점유율이다. 유통에서 시장점유율 상승의 핵심은 가격, 상품 MD, 배송에 달렸다. 신세계그룹과 이베이코리아는 이미 상품 MD에 강점을 보이고 있고, 배송 확대는 중장기적인 과제다. 따라서 단기간에는 이베이코리아의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결국 가격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이자비용이 증가한 신세계그룹은 마중물까지 부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거래액이 정체되면서 시장점유율은 2019년 12%에서 2020년 10%로 크게 하락했다. 이베이코리아는 공산품을 주 카테고리로 하고 있는데, 쿠팡과 완전히 겹친다. 쿠팡의 막강한 자금력과 역마진 시장점유율 확대 기조를 고려하면 이베이코리아의 시장점유율 유지 또는 회복을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마케팅비 확대가 불가피하다.

쿠팡은 올 1분기 3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지만, 시장점유율을 6%포인트나 상승시키면서 점유율 20%에 근접했다. 쿠팡은 올해 막강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수익성보다 외형 확대에 주력하며 시장재편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올해 국내 물류센터 신규 투자로 발표한 누적 투자규모가 1조원을 넘어섰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이베이코리아가 단기적으로 시장점유율을 상승시키는 데 유의미한 요소는 가격밖에 없다"면서 "인수 후 1~2년 동안은 철저히 마케팅과 프로모션 확대에 의해 시장점유율을 올려야 할 것이며 단기적으로 실적이 부진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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