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백신용 대신 인슐린 주사기?…"고육지책, 효과 장담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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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욱 기자
입력 2021-03-1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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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슐린 주사기, 일반 주사기보단 잔류량 적어

  • 바늘 길이 절반 수준…근육층 주입 안 될 수도

  • 바늘 바꾸면 되레 잔류량↑…"日 고육지책"

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위한 특수 주사기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백신 접종 횟수가 당초 예상보다 감소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화이자로부터 공급받는 백신 1억4400만회분 중 1200만명분의 백신이 폐기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이에 일본의 한 병원에서 당뇨병 환자에게 사용하는 인슐린용 주사기를 사용한다면 접종 횟수를 늘릴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본지는 실제로 인슐린 주사기를 백신 접종에 사용해도 문제가 없는지 살펴봤다.
 

코로나19 환자 치료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시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 내 무균 작업대(클린벤치)에서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을 주사기에 소분 조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Q.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 인슐린 주사기로도 접종이 가능한가?

A. 접종을 시도해볼 수는 있으나, 기대하는 만큼 백신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인슐린용 주사기는 피하층에 주입하기 때문에 근육주사인 백신용 주사기보다 바늘 길이가 절반 정도로 짧아, 바늘이 근육층에 도달하지 못할 수 있다. 이는 백신 기대효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설대우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주사는 원래 정해진 주사기로, 정해진 깊이만큼, 정량을 맞아야 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그 주사기를 사용하지 않고 인슐린 주사기를 사용한다면 바늘이 들어간 깊이가 얕아서 정확한 양을 주입하기 어렵다.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재활의학과 전문의인 정형준 보건의료단체 정책위원장도 "인슐린 주사기를 사용하더라도 바늘 깊이가 제한사항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백신 공급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Q. 인슐린용 주사기 사용 시, 백신 1병당 접종 가능 횟수를 늘릴 수 있나?

A. 일본 정부의 의도대로 인슐린 주사기를 사용한다면, 일반 주사기(5회)보다 1~2회 접종 가능 횟수가 늘어날 수 있다.

인슐린용 주사기는 일반 주사기와는 달리 마이크로리터(㎕)단위로 주사기의 약물 주입량·투여량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접종에 필요한 정량을 정확히 담아낼 수 있다. 백신 잔여량이 줄어든 만큼 1병당 접종 가능 횟수를 1~2회 정도 더 늘릴 수 있다.

정 위원장은 "인슐린 주사기는 마이크로리터 단위로 백신 주입이 가능하다"며 "일반 주사기보다 백신 잔류량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Q. 바늘만 일반 주사기용으로 바꾸면 안 되나?

A. 일반 주사기 바늘을 사용하면, 주사기가 아닌 바늘 내 백신 잔류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접종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부적절하다.

정 위원장은 "바늘을 일반 주사기용으로 바꾸면 잔류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안 된다"며 "인슐린 주사기가 그나마 일반 주사기보다는 잔류량이 적으니까 일본 측에서 사용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Q. 일본 보건당국 입장은?

A. 인슐린용 주사기 사용을 반기는 분위기다.

일본의 백신 총책임자인 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상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당뇨 환자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범위에서 잉여분이 있으면 조달을 고려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다무라 노리히사 후생노동상도 이날 내각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인슐린용 주사기 바늘이) 근육까지 닿는다면 반대하지 않겠다"며 인슐린용 주사기를 이용한 백신 접종을 용인하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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