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수소경제의 허실]지방정부는 출혈경쟁, 기업은 눈먼 돈 챙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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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1-03-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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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수소차 시범도시 선정 한창

  • "미래 달렸다" 앞다퉈 뛰어들어

  • 지방 경쟁 격화, 중복투자 심각

  • 전문가 "나 홀로 말고 분업해야"

  • 기업들 정부투자·보조금 따먹기

상하이 자딩구의 한 수소 충전소. [사진=신화통신]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지난 2019년 3월 정부 업무보고에서 수소경제 시대 진입을 공식화했다.

환경 오염을 저감하고 경제 성장을 견인할 대안으로 수소에너지 산업에 주목한 것이다.

올해부터 향후 5년간 적용될 중국 경제의 청사진 '14차 5개년 계획'에서도 친환경과 신(新)성장동력 발굴은 핵심 화두다.

중국 정부는 수소연료전지 차량(수소차)을 시범 운영할 도시를 선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역 경제를 일으켜 세울 호기라고 판단한 지방 정부들은 너나없이 수소에너지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방정부 간 출혈 경쟁에 따른 중복 투자, 기업들의 묻지마 투자와 보조금 따먹기 등이 횡행한다. 관련 산업이 제 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얼마가 들더라도" 시범도시 선정 경쟁

중국 재정부 등 5개 부처는 지난해 9월 '연료전지 차량 시범 응용에 관한 통지'를 발표했다.

이후 광둥·산둥·푸젠성 등 8개 성의 20여개 도시가 경쟁에 참여한 상태다.

정부가 제시한 조건은 최소 100대 이상의 수소차와 2곳 이상의 충전소 확보, 지방정부 차원의 정책 시스템 마련 등이다.

광둥성 포산시의 한 관료는 중국신문주간에 "자동차 산업은 파급 효과가 커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를 품을 수밖에 없다"며 "수소차 산업 유치를 갈망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래 핵심 산업이 될 수만 있다면 지금 얼마의 돈을 퍼붓든 결코 과하지 않다"며 "이미 전기차 때 기회를 잡지 못했던 만큼 이번에는 놓칠 수 없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수소차 산업 유치를 노리는 다른 지방 정부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정부가 시범도시 선정 계획을 발표한 뒤 11~12월 수소차 판매량은 각각 200대를 넘었다. 대부분 지방정부가 시범도시 선정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구매한 물량이다.

대당 가격도 어마어마하다. 지난해 하반기에 판매된 수소 버스 1대의 평균 가격은 260만 위안(약 4억5000만원) 정도다. 최대 298만 위안에서 최소 190만 위안에 팔렸다. 2017년의 155만 위안과 비교하면 3년 새 67.7% 급등했다.

수소차 관련 기업을 향한 지방 정부들의 구애 작전도 눈물겹다.

모터 생산 기업인 타이지동력과기의 자오더수(趙德澍) 부총경리는 "지방 관료를 만날 때마다 우리 지역에 분공장을 지어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고 귀띔했다.

이 회사는 포산시 가오밍구에 분공장을 짓기로 했는데 5200평 정도의 대지를 확보하는 데 910만 위안을 지불했다. 시가보다 30% 이상 낮은 금액이다.

지방정부들의 중복·과다 투자에 대한 지적 역시 제기된다.

실제 충칭의 경우 2022년까지 수소차 제조 업체와 더불어 부품 공급 업체 등 6개 기업을 유치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또 다른 지방정부는 핵심 부품인 막전극 제조 기업을 설립하는 데 국유기업 자금 1억5000만 위안을 투자해 지분 45%를 취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지방정부 간 분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징춘메이(景春梅)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 정보부 부부장은 "어떤 지역은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해 수소 생산에 유리하고, 또 어떤 지역은 첨단소재나 제조장비 생산에 특화돼 있다"며 "특정 지방정부가 산업 사슬 전반을 책임지려는 건 자원 낭비"라고 지적했다.
 

난징대 쿤산혁신연구원이 자체 개발해 학교 측에 기부한 수소 전기차. [사진=신화통신]


◆기업들은 투자·보조금 따먹기 '꼼수' 

지방정부의 조바심에 편승해 눈먼 돈을 챙기려는 기업들의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 연료전지 셀 제조업체는 광둥성 광저우시에 연산 30만kW 규모의 공장 설립 계획을 제출해 투자받았는데, 양산 이후 현재까지 8만kW 수준에 머물고 있다.

수소 1㎏당 판매 가격은 60위안인데 대부분의 지방정부가 20위안가량을 보조해 준다.

수소차의 경우 승용차는 kW당 6000위안씩 최대 20만 위안, 버스와 화물차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각각 50만 위안씩 최대 100만 위안의 보조금을 제공한다.

산둥성 웨이팡시는 수소 충전소 한 곳당 최대 500만 위안, 포산시는 최대 800만 위안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앙정부에 이행 계획을 제출할 때 구색을 맞추기 위해 과도한 보조금을 주고 기업을 유치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자오지스(趙吉詩) 윈푸수소에너지연구개발센터 주임은 "지방 정부들이 수소차 산업에 베팅하면서 중복 투자와 지역 내 기업 감싸기, 기업들의 보조금 편취 등이 판을 치고 있다"며 "전기차 산업 육성 때 겪었던 굴곡을 한 번 더 지나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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