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금난새, 지휘와 함께한 40년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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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객원기자
입력 2020-05-14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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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지휘자 금난새.

1980년 국립교향악단(옛 KBS 교향악단)의 전임 지휘자로 지휘봉을 잡은 후 40년간 쉽고 친숙한 클래식 만들기의 일환으로 ‘해설이 있는 음악회’, ‘금난새와 떠나는 오페라 여행’, ‘청소년 음악회‘ 같은 공연들을 기획하며 클래식 대중화를 위해 앞장섰다. 특히 ‘해설이 있는 청소년 음악회’는 전회 공연 매진의 기록을 세웠다.

최근에는 창의력 넘치는 아이디어와 기획력으로 '제주 아일 페스티벌', '맨하탄 챔버 뮤직페스티벌' 등의 예술감독으로 활동하며 음악을 활용하는 다양한 도전을 즐기고 있다.

도전하는 지휘자 금난새와 지휘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 성남시향 제공/ 지휘자 금난새]

Q. 40년 동안 지휘자의 삶은 어땠나요?
A. ‘청중들이 어떻게 하면 클래식을 듣고 즐기며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에 대해 항상 생각하며 살아왔어요. 이와 함께 사회와 부모가 나를 위해서 무언가를 해주는 걸 기대하는 게 아니라 내가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Q. 주로 어떠한 방식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편인가요?
A. 연주라는 것은 일종의 서비스업과 같은 거예요. 음식점에 갔는데 진심이 담기지 않은 말로 “드세요”라고 하는 것과 그 말 속에 친절과 맛, 청결, 애정이 느껴지는 것은 다르잖아요. 음악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콘서트홀에 관객들을 초대하는 거니까, 친절하게 대접을 받는 느낌을 주고 음악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소통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아버지인 금수현 선생도 지휘자였습니다. 아버지께서 어떠한 영향을 줬나요?
A. 아버지는 “음악을 꼭 해라”라고 강요하지 않았어요. 대신에 "네가 하고 싶은 걸 선택해라"라고 하셨죠. 그 덕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더욱 깊게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어느날 50대에 접어든 아버지께서 "국회의원 중에서도 문화에 대한 의견을 내는 사람이 필요하다" 하시며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는데, 당선이 안 됐어요. 그 이후로 집안 사정은 안 좋아졌고요. 아버지를 통해 ‘나는 정치를 하면 안 되겠다’는 걸 배웠어요.

Q. 처음 이 일을 할 때 어려움은 없었나요?
A. 삶에는 언제나 어려움이 있는 거죠.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내가 할 일이 있는 거잖아요. 모든 게 풍요롭고 갖춰져 있으면 나태해질 수 있어요. 오히려 그런 어려움 때문에 내가 발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사진= 성남시향 제공]

Q. 유튜브로 오케스트라 등 모든 걸 볼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앞으로 오케스트라는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요?
A. 유튜브는 변화의 시작점이에요. 클래식 하는 사람도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봐요. 집에서 유튜브로 보는 것과 다른 장점을 보여줘야 현장에 보러 올 의미가 생기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더욱 최선을 다해야 되는 거죠. 조화와 생화가 다른 것처럼 현장 공연은 생화의 역할을 해줘야 돼요. 아무런 의미가 담기지 않은 연주로 메시지가 전해지지 않으면 집에서 듣는 것과 다를 바가 없잖아요. 유튜브와 CD, 현장감이 경쟁해야 할 시대가 왔다고 생각해요.

Q. 40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 가지 분야에 몰입했던 선생님께서는 자신을 전문가라고 생각하시나요?
A. 지금도 배우고 있죠(웃음). 매 순간 새로운 걸 느끼고, 지난달에 했던 걸 오늘 하면 또 달라요. 늘 끝없이 공부하며 상대를 격려하고 배려하는 게 중요해요.
 

[사진= 김호이 기자/ 인터뷰 장면]


Q. 성공적인 오케스트라가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지휘자와 단원이 한 몸이 되는 게 중요해요. 지휘자가 계속 새로운 요구를 하면서 지휘자와 단원 사이에서 불화가 생기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한 상황에서 자기의 생각을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전하는 게 지휘자의 능력이자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Q.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음악교육의 방향성은 어디로 나아가야 할까요?
A.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40년 전과는 비교하지 못할 만큼 엄청난 경제성장을 했어요. 전에는 자기 분야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내가 하는 일을 다른 분야와 어떻게 융합하느냐를 생각할 때가 됐어요. 그걸 먼저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음악과 과학, 음악과 의학이 함께할 수 있는 것처럼 음악이 어느 분야와 연결되는지에 달려 있다고 봐요.

Q. 금난새가 남긴 흔적들이 먼 훗날 사람들에게 어떠한 기억으로 남았으면 하시나요?
A. “뭘 하든 그 사람은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우리나라 음악 발전을 위해서 온 힘을 다했다”라는 기억으로 남아줬으면 좋겠어요.

Q. 지휘자로서의 끝은 어땠으면 하시나요?
A.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면서 사람들에게 나의 음악을 소개하고 싶어요. 음악이 다리가 되어 사람과 사람, 세대와 세대, 나라와 나라를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생각하고 있어요. 또한 내가 하는 음악 활동으로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자신의 삶을 지휘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언제나 남을 배려하고, 나보다 사회와 인류를 위해 더 넓게 생각하는 리더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김호이 기자/ 지휘자 금난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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