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뜨거운 지지받던 윤지오, 어쩌다가 사기꾼으로 내몰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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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기자
입력 2020-05-02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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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호이 기자]


2009년 3월7일 신인배우 장자연은 “저는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배우입니다. 이 고통 속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라는 구절이 포함된 진술을 남긴 지 일주일만에 의문의 주검으로 발견됐다.
그 후 신인배우 장자연의 후배이자 동료였던 윤지오는 장자연의 고통 및 죽음과 관련하여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증언했다. 그것은 “고 장자연의 한 맺힌 죽음의 진실을 밝혀주세요.”라는 국민청원을 통해 총 23만 5,796명의 시민들의 동참을 이끌어 냈다.
그 결과는 검찰 과거사위원회와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구성으로까지 이어졌다.

이후 윤지오가 거짓진술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시작된 논란은 갑작스런 그의 출국에 이어 ‘인터폴 적색수배’라는 드라마틱한 반전으로 이어졌다. 
뜨거운 환영과 기대 속에 입국해서 묻혀있던 진실을 밝혀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던 그가 왜 사기꾼으로 내몰렸을까.

이 문제를 연구하던 조정환 정치철학자는 지난해 6월부터 윤지오와 직접 소통을 하며 지내왔다. 그의 증언이 만들어 낸 진실공통장이 왜 가짜진실에 의해 해체되었는가를 그려낸 책 <증언혐오>와 살아남은 증언자를 매장한 가짜진실의 권력기술이 무엇인지를 그려낸 책 <까판의 문법>이 동시 출간됐다.
조씨는 인터뷰를 통해 “진실규명과 가해자 처벌로 권력형 성폭력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사람들의 기대가 컸던 만큼 증언자의 입을 닫으려고 하는 힘도 강하게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어쩌면 우리사회에서 침묵을 만드는 것일지 모른다. 증언자가 거짓말쟁이로 내몰린 건 윤지오 전에도 있었다. 홍가혜는 2014년 세월호 침몰 직후 해경의 구조 소홀에 관한 인터뷰를 했다가 언론에 의해 허언증 환자로 매도된 후 ‘해경 명예훼손’이라는 죄목으로 구속되었다. 그 후 2018년 11월 29일 1, 2심에 이어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홍가혜에 대한 무죄를 선고했다.

조정환 선생은 이에 대해 “침묵 시키려는 것을 넘어서 증언행위가 더 이상은 있을 수 없도록 공포감을 갖게 하고, 증언을 할 경우 적색수배가 된다거나 구속된다는 식의 보복이 따른다는 걸 확실하게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윤지오의 증언에 대한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윤지오의 증언이 진실일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처음에는 증언을 믿었던 사람들의 일부마저 윤지오 씨가 캐나다로 간 후 그것이 거짓이라고 믿게 됐다.

여론이 윤지오로부터 등을 돌리게 된 건 그의 책 ‘13번째 증언’ 출판을 계기로 인연을 맺고 도움을 주고받았던 김수민 작가는 지난해 3월 7일 윤지오가 자신을 무시한다며 결별을 선언했고 약 한 달 뒤 “윤지오 씨의 증언이 100% 진실일까요?”라는 글로 윤지오의 진실성에 의혹을 제기하면서 부터다.

“윤지오가 제대로 본 것이 없는데 장자연 리스트를 봤다고 주장한다.”며 윤지오 증언의 신빙성을 문제 삼기 시작했고 박훈 변호사가 김 작가의 법률대리인으로 윤지오를 명예훼손과 모욕혐의로 고소했으며 장자연 리스트를 최초 보도한 당시 오마이스타 김대오 기자는 “윤지오가 있지도 않은 장자연 리스트를 봤을 리가 없다”며 의혹을 더했다.

그러던 중 윤지오가 돌연 캐나다로 귀국하며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다.
그에게 후원했던 후원자 400여명이 증언자 보호를 위한 비영리단체 ‘지상의 빛’을 만들기 위해 모아온 후원금을 반환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과 후원금 사기 등으로 고소고발을 당한 윤지오는 경찰출석을 세차례에 걸쳐 거부하면서 국제형사기구 인터폴의 6가지 수배단계 중 가장 강력한 조치인 적색 수배령이 내려졌다.

조선일보 박은주 기자와 장자연 문건의 존재를 처음 보도한 기자로 알려져 있는 김대오 기자는 경찰이 초동수사에서 장자연 씨가 우울증으로 자살을 했다며 3월9일 변사처리를 했다가 3월10일 이 두 기자가 보도한 기사가 신문에 나가고 3월13일 KBS에서 타다만 4장짜리 문건의 내용을 보도하면서 우울증으로 자살했다는 얘기가 신빙성이 없게 되자 여론의 압력으로 3월15일 재수사가 시작 됐다.
당시 김대오 기자는 참고인 조사에서 “유장호 씨를 만나서 장자연 씨가 남긴 문건이 있다는 걸 듣기는 했지만 유장호 씨가 나머지는 백지로 가리고 보여줘서 ‘저는 힘없고 나약한 신인 배우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라고 쓴 두 줄만 봤을 뿐 문건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 후 법정증언에서도 자신이 위증을 하면 처벌을 받겠다는 선서를 한 후 “나는 두 줄 외에 문건을 전혀 본 적이 없다, 문건의 존재에 대해 3월10일에 보도했지만 거기에 무엇이 쓰여 있는지 모르며 그 내용에 대해서는 3월13일 KBS 보도를 보고 대충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조정환 저자는 이에 대해 “KBS가 보도한 4장짜리 문건은 7장 중의 일부일 뿐이며 3장짜리 리스트는 KBS에 입수조차 되지 않았다.”며 “10년이 지나 김대오 기자가 보지도 못했고 내용도 알지 못했으면서 이제 와서 자신이 본 문건에 리스트가 없었다고 주장하여 증언자 윤지오를 궁지로 몰아넣는 것은 기자로서의 윤리에 어긋나는 일로 법률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장자연 사건에 대한 재수사가 시작되면 “지금 와서 문건을 본 적조차 없는 김대오씨가, 실제로 봉은사에서 유장호 씨 및 유가족들과 함께 문건과 리스트를 보고서 그 리스트의 존재와 내용에 대해 말하는 윤지오 씨의 증언을 거짓말로 몰아가는 동기가 무엇인지 수사해야 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윤지오가 지난 4월24일 캐나다로 간 것은 집이 캐나다였기 때문이고 당초 3월말에 캐나다로 가려고 했다. 여러 요청 때문에 부득이 하게 4월말로 비행기표를 연장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기자들이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은 숙소를 불쑥 찾아와 카메라를 들이대는 상황에서 위협을 느끼던 중에 4월초 부터 뉴시스 기자, 김수민 작가, 박훈 변호사 등이 자신의 증언을 왜곡하고 사법공격을 가해오는 상황에서 병환 중의 어머니가 캐나다로 어서 가자고 했기 때문이었다. 힘이 없는 사람들이 권력 앞에서 느끼는 두려움을 생각해보면 ‘위협에 맞서지 않고 왜 캐나다로 갔냐’고 묻는 것은 윤지오 씨에게서 영화의 주인공을 기대하는 천진난만한 물음이거나 비겁함의 이미지를 심으려는 이미지 전략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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