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기밀을 누출했을까. 새해에 밝혀진다.”
등장인물들이 검지 손가락을 입에 대고 ‘쉿’ 하는 제스처를 취한 이 포스터는, 중국 춘제(음력 설) 연휴 개봉을 앞두고 화제를 모은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의 신작 영화 '경칩무성(驚蟄無聲)'이다.
중국 국가안전부의 지도 아래 제작된 이 작품은 중국 최초로 현대 국가 안보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로 중국 관영매체들이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특히 중국 영화계 거장인 장이머우 감독이 국가안보라는 민감한 주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개봉 전부터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캐스팅 역시 화려하다. TF보이즈 출신 이양첸시를 비롯해 주이룽, 쑹자, 레이자인, 양미, 장이, 류스스 등 중국을 대표하는 인기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영화는 중국의 최신 전투기 관련 기밀이 유출되면서, 이를 추적하는 국가안보 요원팀과 스파이 사이의 긴박한 추격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군 내부에서 시작된 첨단 기술 관련 수사는 곧 민간 사회로까지 확산되고, 수사가 깊어질수록 팀 내부에 위협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커진다. 긴장감 넘치는 침묵 속에서 신뢰와 배신, 진실과 위선이 교차하며 이야기는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다. 관객은 스파이가 먼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익숙한 일상 속에 숨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차츰 깨닫게 된다.
영화에는 중국의 기술 굴기를 상징하는 도시 선전에서 주요 장면을 촬영했다. 선전 북시티와 미술관, DJI 본사, 선전 원애비뉴 쇼핑몰 등 주요 랜드마크를 배경으로 인공지능(AI)과 드론 등 첨단 기술 무기의 향연이 펼쳐진다.
특히 최근 중국이 신형 전투기와 함정, 미사일 등 첨단 무기를 잇달아 선보이며 군사 현대화를 가속화하고 있는 와중에, 로켓군에서 내부 기밀 유출, 심각한 부패 사례가 잇따라 적발돼 군부 고위급 장성까지 줄줄이 낙마하는 가운데 국가안보와 방첩을 다룬 영화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더 커졌다.
국가안보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상업적 흥행까지 노린 장이머우 감독의 전략이 실제로 관객에게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 주목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최근 웨이보 공식 계정을 통해 '경칩무성'을 “기존 첩보물과 달리 현대 사회의 ‘보이지 않는 전선’에 초점을 맞춘 영화”라고 평가했다. 통신은 “해외 스파이 활동이 갈수록 빈번해지고 수법도 교묘해지면서 방첩은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고액 아르바이트, 인플루언서 촬영 제안, 학술 교류 등 평범해 보이는 기회조차 외국 스파이가 설계한 함정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첩과 침투 대응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됐으며, 이는 우리 모두와 밀접하게 연결된 문제”라고 덧붙였다.
영화는 춘제 당일인 17일 중국 본토를 비롯해 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영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여러 국가에서 동시 개봉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나선다.
최근 중국 정부는 ‘중국 스토리’를 세계에 효과적으로 전달해 문화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을 적극 펼치는 중이다. 지난해 춘제 연휴 개봉한 중국 애니메이션 영화 '너자2'가 중국 영화 사상 최초로 100억 위안의 박스오피스를 돌파하며 흥행 신화를 쓴 데 이어, 장 감독의 국가안보 첩보물이 또 한 번 흥행에 성공하며 중국의 소프트 파워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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