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규모 대미(對美) 투자 내용이 가시화되고 있다. 양국 정부는 지난해 합의한 86조 원 규모 투자 및 융자 계획의 1단계 사업으로 가스 발전소와 심해항 건설 등 3개 과제를 우선 추진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향해선 '약속 불이행'을 이유로 관세 폭탄을 예고한 가운데, 일본은 발 빠르게 구체적인 투자 계획서를 내놓으며 대조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일 양국은 대미 투자의 제1단계 사업으로 ▲데이터센터용 가스 발전 ▲원유 선적용 심해항 ▲인공 다이아몬드 생산 공장 등 3개 사업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조율에 들어갔다. 총사업비는 6조~7조 엔(약 55조~64조 원) 규모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발동한 관세를 인하받는 조건으로 일본이 2029년까지 실행하기로 한 5,500억 달러(약 86조 원) 투자의 첫 결과물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6조 엔 규모의 가스 발전 프로젝트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그룹이 설계를 주도하며, 미국 내 급증하는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한다. 또한 텍사스주와 루이지애나주 일대에 대형 유조선 접안이 가능한 심해항을 건설해 미국의 에너지 수출을 돕기로 했다.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전략 물자인 인공 다이아몬드 공장도 미국 현지에 짓는다.
일본의 이런 '속도전'은 위기에 처한 한국 상황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한국이 대미 투자 약속을 지키지 않고 구글 등 미국 IT 기업을 규제하고 있다며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인상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한국 역시 지난해 10월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으나, 국회 내 예산 심의 지연과 환율 급등에 따른 집행 차질로 트럼프의 분노를 샀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본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인프라 투자가 미국의 무역 적자를 직접 줄이는 효과가 작고,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손실 리스크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선 "트럼프식 실용주의 외교 아래선 일본처럼 눈에 보이는 전리품을 먼저 챙겨주는 것이 관세 폭탄을 피하는 가장 확실한 생존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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