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배상 요구하자 트럼프도 ‘역배상’ 맞불
11일(한국시간) 로이터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이란의 배상 요구에 대해 “우리의 어떠한 협상이나 회담에서도 언급된 적이 없다”면서 “흥미로운 생각이다. 이제 나도 마찬가지로 이란에 배상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조건으로 미국의 해상 봉쇄·경제 제재 해제, 동결자산 반환, 이란 인근 미군 철수와 전쟁 피해 배상을 요구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공격으로 입은 피해를 보상해야 해협을 정상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대로 이란이 과거 중동에서 발생한 미군 피해 등에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란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숨진 시위대 유가족에도 배상해야 한다고 했다. 이후 “레바논과 시리아, 예멘, 가자지구 피해까지 이란이 책임져야 한다”며 요구 범위를 넓혔다.
美·이란 ‘배상 맞불’…직접 협상도 중단
이에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협상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란이 제재 해제와 피해 보상 등 기존 요구를 재확인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까지 새 조건을 추가하면서 양측 입장 차이가 더 벌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양측이 강경 입장을 고수하면서 즉각적인 합의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미·이란 직접 협상은 현재 중단된 상태다.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양측이 직접 협상하지 않고 중재자를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지난 6월 잠정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한 직접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게 이란 입장이다.
반면 이란과 오만의 호르무즈 해협 협상은 막바지 단계까지 진행됐다. 양국은 새 선박 항로를 놓고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이란은 오만과 항로 문제에 합의하더라도 미국이 제재와 해상 봉쇄를 해제하고 피해를 보상하지 않는 한 해협을 전면 개방할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호르무즈 열고 끝내려던 종전 구상도 난관
이런 상황은 트럼프 행정부가 검토해온 종전 구상에도 부담이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핵 문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다시 열리면 전쟁을 끝내는 방안까지 검토해왔다. 그러나 이란이 배상과 미군 철수 등을 요구한 데 이어 미국도 역배상을 요구하면서 종전 협상 돌파구를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
양측은 배상 성격을 놓고도 입장이 엇갈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배상이 과거 협상에서 논의된 적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미국과 이란이 지난 6월 합의한 14개 항목 양해각서(MOU)에는 전쟁 이후 이란 재건과 경제 개발을 위해 미국과 역내 국가들이 3000억달러 규모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이 담겼다. 합의문은 이를 직접적인 전쟁 배상금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美, 공습 대신 경제 압박…국제유가 다시 상승
협상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당분간 대규모 공습 재개보다 경제 압박에 무게를 두고 있다. WSJ은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금융 제재와 이란 항구 해상 봉쇄를 유지하면서 이란 경제 부담을 키우는 전략을 택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현재로서는 추가 공습을 명령하지 않는 쪽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백악관에서 이란을 향해 “그들은 파산했다”며 경제 압박 효과를 강조했다. 다만 대규모 확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우리가 원한다면 그럴 능력은 충분히 있다”며 추가 군사행동 가능성을 열어뒀다.
협상 기대가 후퇴하면서 국제유가도 다시 뛰었다. 브렌트유는 10일 약 5% 올라 배럴당 88달러에 근접했다.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지연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 불안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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