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도 괴롭다"…'폭우 피해' 日 지바에 1주일 만에 또 태풍 접근

  • 복구 끝나기도 전에 또 태풍…도쿄는 역대 최장 35일 연속 비

  • 차량 탈출용 망치·차수판 판매 급증…무너진 제방 복구도 총력

지난 22일 제25호 태풍 두쥐안 영향으로 폭우가 내린 일본 지바현에서 구조대원들이 고무 보트를 이용해 노약자를 구출하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2일 제25호 태풍 '두쥐안' 영향으로 폭우가 내린 일본 지바현에서 구조대원들이 고무 보트를 이용해 노약자를 구출하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뭘 하려 해도 빗소리 때문에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다."

지난 8월 폭우로 집이 물에 잠겼던 일본 지바현 가마가야시의 39세 여성은 1주일 만에 또다시 다가오는 태풍 앞에서 이렇게 털어놨다. 다다미를 교체하는 등 집 정리가 겨우 끝날 무렵 제25호 태풍 '두쥐안'이 접근했고, 이제는 제26호 태풍 '수리개'에 대비해야 한다. 잇따른 폭우와 침수로 주민들의 일상이 흔들리는 가운데 지바현과 인접한 도쿄 도심에서도 35일 연속 비가 관측돼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30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난 8월 지바현 폭우로 13명이 숨지고 건물 6000동 이상이 침수 등의 피해를 입었다. 이어 지난주 제25호 태풍 '두쥐안'에 따른 폭우로 지바현 가모가와시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4명이 숨졌다. 피해 복구가 끝나기도 전에 또 태풍이 다가오면서 주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가마가야시의 여성은 8월 폭우 때 집이 침수되고 전기까지 끊기자 어둠 속에서 휴대전화로 비구름 레이더를 확인했다. 화면 속 집 주변은 폭우를 나타내는 붉은색으로 뒤덮여 있었다. 지난 21일 수도권에 가장 가까이 접근한 제25호 태풍 때는 침수를 면했지만, 레이더 화면에서 붉게 표시된 비구름이 다시 다가오는 것을 보고 가슴이 심하게 뛰어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이제는 더 버티기 힘들다"고 말했다.

지바현의 인바누마 호수 제방이 무너져 침수 피해를 입은 사카에마치에서는 지자체 공무원들이 주민의 집을 일일이 찾아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한 공무원이 방문한 집에서는 70대 남성이 출하를 앞둔 쌀 포대가 물에 잠긴 창고를 망연히 바라보고 있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농사를 그만둘까", "의욕마저 꺾일 것 같다"는 말도 나왔다.

지바현 나리타시에서 쌀을 재배하는 83세 농민은 집과 작업장이 침수되면서 수확해 보관하던 쌀이 물에 잠겼다. 그는 아사히에 "곰팡이가 핀 것도 있어 상품으로 팔기는 어렵다"며 "생계 수단을 잃어 충격이 크다"고 말했다.

이요 마사오미 국제의료복지대 대학원 교수(정신의학)는 "한 번 마음이 무너진 뒤 다시 힘을 내려는 시점에 스트레스가 겹치면 충격이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가슴 두근거림이나 과호흡, 잠을 이루지 못하는 증상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스트레스가 오래 지속되면 의욕을 잃거나 우울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혼자 견디려 하지 말고 주변 사람이나 행정기관에 힘들고 두려운 마음을 털어놓으라고 조언했다.

피해 주민들이 일상을 추스르는 사이 제26호 태풍 '수리개'가 접근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태풍은 30일 밤부터 다음 달 1일 새벽까지 도쿄도에 속한 이즈제도에 가까워질 전망이다. 이즈제도 남부에는 1일 오전 6시까지 24시간 동안 최대 150㎜의 비가 예상된다. 지바현에도 1일 오전 호우경보가 내려질 수준의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태풍은 30일 오전 9시 현재 일본 남쪽 해상에서 북동쪽으로 이동 중이다. 중심기압은 1000hPa, 최대풍속은 초속 18m다. 이즈제도에 접근한 이후에는 일본에 미칠 영향이 작아질 전망이다. 다만 기상청은 전선의 영향으로 대기가 매우 불안정해질 수 있다며 도쿄 등 간토 지방과 야마나시·나가노현에서 산사태와 저지대 침수, 하천 수위 상승을 경계하라고 당부했다. 특히 오랜 비로 지반이 약해진 지역에서는 적은 양의 비에도 재해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아사히에 따르면 침수 대비용품 판매도 급증했다. 지바현 마쓰도시의 생활용품점 유니디에서는 8월 초부터 9월 초까지 차량 창문을 깨는 비상 탈출용 망치 매출이 전월의 18배로 늘었다. 8월 폭우 당시 차 안에서 숨진 사람이 잇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도쿄도 오타구의 생활용품점 코난에서는 건물 입구로 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간이 차수판이 8월 중순부터 약 한 달간 75개가량 팔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의 10배가 넘는다. 이후 남은 재고도 모두 팔려 품절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당국도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제방 복구를 서두르고 있다. 사카에마치와 나리타시 내 3곳에서 제방이 무너진 인바누마 호수에서는 100명이 넘는 작업자가 24시간 교대로 임시 제방을 쌓고 있다. 제방 높이는 가장 높은 곳이 약 6m에 이른다. 국토교통성 담당자는 공사가 절반가량 진행됐다며 제26호 태풍이 접근하기 전까지 임시 제방을 완성할 수 있도록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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