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 언론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일(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연쇄 통화를 한 것을 두고,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 속에서 중국이 강대국 간 협력을 증진하고 세계 전략적 안정을 유지하는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5일자 사평에서 시 주석이 전날 푸틴 대통령·트럼프 대통령과 동시에 소통한 것은 “주요 강대국 간 협력 증진과 세계 전략적 안정 유지를 위한 중국의 의지와 행동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사평은 “복잡하고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 시 주석은 중국과 세계의 관계를 보다 긍정적이고 안정적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직접 구상하고 적극 추진해 왔다”며, 최근 아일랜드· 캐나다·핀란드·영국 등 여러 국가 정상들이 잇따라 중국을 방문한 점을 예로 들었다.
환구시보는 국제 언론이 이러한 흐름을 ‘외교 호황’으로 표현하고 있다며, “특히 중·러·미 정상 간 교류는 이를 새로운 정점으로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은 주요 강대국 간 공조와 협력을 촉진하고, 긍정적 상호작용을 육성하며, 평화공존과 전반적 안정, 균형 발전을 특징으로 하는 국제 관계의 틀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며 “중국은 세계에서 ‘안정의 닻’이자 ‘길잡이 별’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도 지난해 12월 이후 프랑스·스페인·한국·아일랜드·캐나다·핀란드·영국 등 중국을 찾는 외국 정상 수가 급증했다고 전했다.
연합조보는 “2018년 미·중 무역전쟁 이후 미국 동맹국 정상들이 이처럼 빈번하게 방중한 것은 처음”이라며 “중국 외교가에 보기 드문 훈풍이 불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외교 행보 속에서 중국이 경제력과 안정성을 바탕으로 여러 국가와의 관계 강화를 유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4월 방중이 성사될 경우 “2017년 이후 미국 대통령의 첫 중국 방문이 된다”며 “중국 외교가가 완연한 봄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전문가들 역시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의 역할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리하이둥 중국외교학원 교수는 글로벌타임스에 “중국·러시아·미국은 모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시 주석이 미·러 정상과 연쇄 소통한 것은 세계가 격변을 겪는 상황에서 중국이 지역 안보와 국제 안정 유지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국제 관계에서 핵심적인 연결 고리가 되었으며, 각국이 직면한 실질적 도전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기둥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장신 상하이 화둥사범대 러시아연구센터 부소장도 연합조보에 “세계는 불확실성이 만연한 가운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미국이 국제 체제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변수로 부상한 반면, 중국은 러시아와의 협력은 물론 유엔, 브릭스 등 다자 메커니즘을 통해 국제 정세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4년 차에 접어든 올해 정치적 해결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가 이를 주요 정책 공조의 계기로 삼아 새로운 제도적 시도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시 주석은 4일 푸틴 대통령과 화상 회의를, 트럼프 대통령과는 전화 통화를 각각 진행했다. 이번 연쇄 소통은 미·러 간 전략 핵무기 제한 협정인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 만료와 미·러·우크라이나 3자 평화회담 가능성 등을 앞둔 시점에 이뤄졌다.
미·중 양국 발표에 따르면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양국 관계와 대만 문제, 글로벌 현안 등을 논의했다. 환구시보는 이를 두고 “미·중 관계 안정의 신호”라고 해석했다.
시 주석은 앞서 푸틴 대통령과의 화상 회의에서는 미국·이란 긴장, 베네수엘라와 쿠바 상황,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주요 국제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시 주석은 4~5일(현지 시각)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3자 평화회담에서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하는 방안을 지지했다. 푸틴 대통령도 올 상반기 중국 방문을 예고해 국제 정세 속에서도 중·러 관계가 여전히 굳건함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트레이츠타임스는 이번 중·러, 미·중 정상 간 연쇄 통화가 4월 미·중 정상회담의 발판을 마련했으며, 동시에 중·러 관계의 견고함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연합조보는 이번 소통이 신전략무기감축조약 만료를 앞두고 미·러 간 군비 경쟁 재점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국제적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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