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의 新경세유표26] ​가장 성공한 공수처, 홍콩의 염정공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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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
입력 2020-04-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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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판 포청천 기관' 출생 배경

  • 확실한 독립성 조직, 막강한 권한 보유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

∙ 무제한적인 권력은 그것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을 부패시키기 쉽다. 법이 끝나는 곳에서 독재는 시작된다. <W.피트>

◆홍콩은 해(국가)가 아니라 달(자치도시)이다.

홍콩의 반부패기관을 이야기하기 전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한 가지가 있다.

홍콩은 국가가 아니라 중국의 특별행정자치구의 하나다. 중국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과 영국의 철의 여재상(女宰相) 마가렛 대처의 담판 결과물인 1984년 중·영 공동성명(Joint Declaration) 등 국제법에 따라 홍콩은 1997년 7월 1일 중국의 특별행정자치구의 하나가 됐다. 이어 2047년 7월 1일 완전한 중국의 국내 지방도시가 될 예정이다.

덩샤오핑이 고안한 마법의 틀, 행정특구 제도는 홍콩을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반환받고 나아가 대만을 흡수 통일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적 장치다. 홍콩은 중국 중앙정부로부터 50년간 한시적으로 권한을 위임받아 중국 본토와 점진적으로 일체화시키는 ‘중국특색 특별지방자치지역’이다. 중국과 홍콩의 관계는 중앙정부와 1개 지방정부의 관계로서 상명하복의 수직관계이다.(1)*

우리나라 언론매체를 비롯한 각계 각층, 심지어 학술논문에도 홍콩을 '국가'로 취급, '한국·홍콩 양국 관계' '한국의 3대 수출대상국 홍콩' 등으로 표기하는데 이는 명백한 오류다. 시정을 요한다.

홍콩은 달과 비슷하다. 우리가 바라보는 달은 달의 앞면이지 뒷면은 아니다. 서방 세계가 보는 홍콩이 달의 앞면이라면 중국이 보는 홍콩은 달의 뒷면이다. 서방 세계가 보는 홍콩은 이지러지는 달과 같다. 2020년 4월 현재 홍콩은 잔여수명이 27년 2개월 남은 하현달과 같다. 반면 중국 대륙의 홍콩은 차오르는 달이자 2047년 6월 30일 만월을 향해서 커가는 상현달이다. 이처럼 서방세계와 중국의 홍콩관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현대판 포청천 기관' 출생 배경
 

홍콩 염정공서

1950~1970년대 중반까지 영국 식민지 홍콩은 겉보기에는 일본과 함께 경제성장을 이루어 발전한 부유한 도시였으나 내부로는 총독부 관료부터 하급관리와 민간에 이르기까지 전부 다 썩은 최악의 부패도시였다.

1973년 영국 출신의 홍콩 경찰 간부인 피터 고드버가 당시 430만 홍콩 달러의 전횡을 저지르고 홍콩에서의 출국금지를 무시한 채 영국으로 도주한 사건이 발생했다. 부패를 밝혀내고 처벌해야 할 경찰총수가 수사 중에 어떻게 국외로 도피할 수 있는지 홍콩 시민들은 분노했다. 진실을 알고자 하는 시위는 학생들에게서 넥타이부대로 확산되면서 6개월 이상 계속됐다. 결국 고드버는 홍콩으로 소환되고, 수사 끝에 4년의 실형을 선고받게 된다.

이 사건은 부패 관련 수사를 부패가 만연한 경찰에 맡길 수 없다는 논의를 불러 일으켰고, 그 대안으로 당시 홍콩총독부는 1974년 2월 15일 염정공서(廉政公署:ICAC, Independent Commission Against Corruption)를 탄생했다. 후일 현대판 포청천 기관으로 불리게 된 염정공서는 <염정공서법>, <뇌물방지법>, <선거부정 및 불법행위방지법> 등 이른바 부패방지 삼륜법의 뒷받침을 받는 강력한 권한을 가졌다. 

◆확실한 독립성 조직

염정공서의 최대 강점은 확실한 독립성이다. 염정공서의 독립성은 행정장관(Chief Executive)에 공식적이고 직접적으로 책임을 지는 서장(Commissioner)을 위시한 반부패 조직의 강력한 법집행력에 의해 구현된다.

1997년 7월 1일 홍콩반환 이후 염정공서 서장은 홍콩 행정장관이 지명하고 중화인민공화국 국무원에 의해 임명되지만 염정공서의 조직과 업무 수행의 독립성은 여전하다.

2020년 4월 현재 염정공서는 법률, 법의학, 행정, 재무, 경, 관리, 교육 및 정보기술 분야 박사급 전문가 115명을 포함 14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데, 절반 이상이 10년 이상 경력의 베테랑들이다.

직원채용의 공고, 시험, 선발, 면접, 임명과 훈련 등 인사 의 전반적 업무를 염정공서가 독립적으로 실행한다. 염정공서 직원들은 생계형 부패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반 공무원들보다 1.8배에 달하는 높은 보수와 각종 복리후생을 제공하고 있다.

염정공서는 부패척결을 위해 법집행·예방·교육 3대 기능을 담당하는 집행처(Operation Department), 부패예방처(Corruption Prevention Department), 지역사회관계처(Community Relation Department)로 조직되어 있다.

집행처는 부패에 대한 시민의 제보를 접수하고 체포 감금 압수 수색 기소 요청 등을 담당하는 법집행부서로 염정공서 직원 8할 이상이 근무하는 핵심부서다. 부패방지처는 각 정부 부문 및 공공기관의 업무의 규칙과 절차를 감시해 부패 발생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맡은 부서다. 지역사회관계처는 시민에게 부패의 해악에 대한 인식을 교육하고 시민이 적극적으로 반부패 업무를 협조하도록 교육하는 부서다.

이밖에도 염정공서의 월권과 탈선을 방지하기 위한 여러 독립위원회가 설치되어 있다. 운영평가위원회는 집행처, 부패방지자문위원회는 부패방지처, 사회 관계자문위원회는 지역관계처를 각각 자문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홍콩 포청천' 염정공서의 막강한 권한

자유 무역항이 갖는 편견과는 달리 홍콩에서 돈세탁이나 조세피난처를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무서운 염정공서와 그것의 막강한 권한 때문이다. 「염정공서조례」는 염정공서에 법집행에 필요한 조사권, 체포·감금·보 석 승인권, 압수권을 규정하고 있다.

염정공서의 수사는 시민의 신고나 고소·고발, 또는 염정공서의 재량에 따라 이루어진다. 염정공서는 부패 혐의자를 영장 없이 체포하고 48시간 동안 구금할 수 있는 수사권을 갖고 있다.

필요시 권총 등 무기 휴대 및 경찰특공대인 SDU 동원도 가능하다. 체포된 피의자는 보석 등으로 석방되지 않으면 48시간 이내에 영장전담 판사에게 인계돼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된다.

염정공서는 공직자가 직무수행에 있어 ‘이익’을 바라고 행한 모든 행위는 부정으로 처벌할 수 있다. 현직뿐 아니라 전직 공무원이 봉급 수준을 웃도는 생활을 하면서도 합당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면 유죄로 처벌하고 있다.

내부고발자라고 부르는 부패행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사람들이 요청 하거나 그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을 경우 그들에게 새로운 신분을 만들어 줄 수도 있다.

피의자 기소 여부는 검찰을 통수하는 홍콩의 법무부 격인 율정사(律政司)가 전담한다. 피의자 기소 여부는 율정사 산하 정부율사소추방침규범 기준에 따른다.

◆홍콩시민 5200명당 염정공서 직원 1인

염정공서 덕분에 홍콩은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지역 중의 하나가 되었다. 2019년 홍콩의 청렴지수(CPI)는 세계 16위를 기록하였다(한국은 39위, 전년도 45위에서 6단계 상승).(2)*

학교, 병원, 소방서, 심지어 경찰에까지 뇌물이 횡행하던 홍콩이 아시아에서 싱가포르(2019 청렴지수 세계4위) 다음으로 부패 없는 지역이 된 데에는 염정공서의 역할이 크다. 홍콩의 청렴지수가 상승곡선을 그은 이유는 염정공서의 공이 크다. 홍콩 내부 평가도 높다. 홍콩시민 90% 이상이 이 기구를 절대 신뢰한다.

높은 신뢰도의 기반에는 부패 혐의자에 대한 집요한 추적과 수사, 높은 유죄 선고율이 자리한다. 염정공서 설치 이후 처음 20년간 염정공서는 모두 2만2828건을 조사해 6261명을 기소했다. 1355명은 공무원, 218명은 공기업 직원, 나머지는 민간 부문이다. 

2019년에 염정공서는 총 274명을 수사하고 그중 134명을 기소, 105명을 유죄 판결을 받아 냈다. 불기소한 140명은 위법행위 또는 과실 사례를 공직자의 소관부서에 이첩하여, 파면, 해임, 정직 등 105명을 중징계하고 20명을 공식 경고하게끔 했다.

홍콩 부패 척결의 성공 요인은 염정공서에 부여된 강력한 권한만이 아니다. 부패 척결을 위한 끊임없는 제도개선과 아낌없는 투자가 진정한 성공 비결이다.

홍콩은 이미 1948년 부패방지법 제정, 1974년 개정, 1971년 뇌물방지법 제정, 1974년 염정공서 설립 등 부패방지를 위한 다양한 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와 더불어 1400여 명의 직원이 10억740만 홍콩달러(한화 약 1800억원, 2020년 3월 현재 기준)의 예산을 사용한다. 2020년 현재 홍콩의 인구는 740여만명으로 염정공서 직원 1인이 5200여명의 홍콩시민에 대한 부패문제를 담당하는 셈이다.

뿌리 깊은 권력형 부패를 없애기 위해서는 스포츠 아닌 스포츠 부패척결 운동은 아무 소용이 없다. 부패예방과 척결을 위한 강력한 제도적 장치를 구축하고 이의 원활한 작동을 위하여 적절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고 장점을 강화하고 단점을 보완해가는 꾸준한 제도개선이 더욱 중요하다.

홍콩 염정공서의 존재와 발전은 오는 7월에 출범할 우리나라의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많은 참조와 귀감이 되길 기대한다.

◆◇◆◇◆◇◆◇각주

(1)*강효백, 『G2시대 중국법연구』 ‘홍콩특별행정구의 제도적 특성’, ㈜한국학술정보, 2010, 146~147쪽
(2)*2019년 국가청렴도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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