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의 新경세유표23] 청와대 국민청원을 국민발안제로 '버전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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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
입력 2020-03-18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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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만, 아시아권 최초로 국민발안제 제도화

  • 민주제도의 꽃 중의 꽃 국민발안제를 수립 실천하자

강효백 경희대학교 법무대학원 교수

* 국민은 스스로를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오직 국회의원을 선거하는 기간만 자유롭고 선거가 끝나는 순간부터 다시 노예가 되어버린다. — 장 자크 루소

* 백성이 스스로 입법할 권리가 있다(民者權立法). —정약용

*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중 ‘국민을 위한'(for the people)은 사족일 뿐, 핵심은 ‘국민에 의한’(by the people)에 있다. 민주적 정당성이 취약한 독재자일수록 ‘위하여’를 외친다. 주권자 국민의 건배 구호는 ‘위하여!’가 아닌 ‘의하여!'여야 한다. —강효백

*선거는 민주주의라는 명분을 내걸면서 본질적으로 과두제를 이끄는 동일한 지배층의 재생산을 보장해 주는 것에 그치고 있다. —자크 랑시에르

∙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발달과 코로나19같은 팬데믹 창궐로 간접민주주의는 사라지고 직접민주주의 시대가 전개되리라. — 강효백

◆청와대 국민청원 오솔길에서 국민발안 고속도로로 나가자

청와대 국민청원은 2017년 8월 17일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맞이해 청와대 홈페이지를 '국민소통플랫폼'으로 개편하면서 시행됐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청원을 등록하고 30일 동안 20만명 이상의 추천을 받으면 정부나 청와대 관계자들이 청원에 답변을 하는 식이다.  2019년 들어서 게시판에 올리기 전 100명의 사전동의를 받은 후 관리자 검수를 거쳐 게시판에 공개하는 절차가 추가됐다.

국민청원이 단순히 창구의 기능을 넘어서 국회와 정당, 그리고 언론의 전통적인 역할이었던 의제 설정 기능, 공론화 장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순기능은 주목할 만 하다.

그러나 법을 만들거나 고치는 것은 입법부이므로 행정부인 청와대는 실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안타까운 사정을 이해는 하지만 우리는 도와줄 수 없다"는 식의 답변밖에 할 수 없다

더구나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제는 정치세력의 개입으로 국민 갈등을 더욱 불러일으키는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길을 잃고 있다,

오솔길에서 길을 잃었다고 한탄 체념하면 무슨 소용인가? 더 넓고 올 바른 길을 모색하여야 한다. 이에 필자는 청와대 국민청원이라는 오솔길 대신 민주주의의 지름길 국민발안제라는 고속도로를 개척하길 제안한다.

직접민주제는 영어로 'pure democracy', 순수한 깨끗한 완전한 민주주의라고 한다.

직접 민주제는 주권자 국민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여 의사결정을 하는 민주주의 제도이다. 대표자를 선출하는 간접 민주제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직접민주제도의 꽃, 국민투표제도는 대개 다음 4가지로 구분된다.

직접 민주제의 유형으로는 국민투표, 국민소환(리콜recall), 국민발안(Initiative)제도가 있다.

국민투표는 레퍼렌덤(referendum)과 플레비지트(plebiscite)로 나뉘는데, 헌법과 법률에 명기된 합법적 제도인데 반해 플레비지티는 비헌법적이고 독재자에 악용된다.

(1)가짜 직접민주제 플레비지트

플레비지트는 엄밀히 말해 가짜 직접민주주의다. 히틀러와 박정희가 애용했다. 히틀러 나찌 독일은 1933년 독일의 국제연맹 탈퇴, 1934년 히틀러의 총통 취임, 1955년 자르(Saar) 문제를 플레비지트에 의해 결정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2년 10월 유신헌법 개정과 자신의 재신임을 연계하여 국민투표에 붙이는등 수차례 플레비지트를 한 사례가 있다. “독재권력의 정당화에 이용된다.”는 비판 때문에 이 가짜 직접민주제는 세계적으로 없어지는 추세다.

(2)헌법상 규정된 래퍼랜덤

"자라(플레비지트)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래퍼랜덤) 보고 놀란다."

우리나라 속담에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보고 놀란다는 말이 있다. 어떤 사물이나 사건에 놀란 사람은 그와 유사한 사물이나 사건만 봐도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비유한 속담이다.

현행 헌법 제72조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1)*

국민 상당수가 이러한 헌법과 법률(국민투표법)에 보장된 레퍼랜덤을 플레비지트로 오해하고 거부반응을 보내기 때문이다. 자라(플레비지트)보고 놀란 가슴 솥뚜겅(레퍼랜덤)보고 놀라는 격이다. 우리나라와 덴마크(헌법 제42조)등 세계 23개국은 헌법에 레퍼랜덤을 규정하고 있다.

(3) 국회의원 리콜 국민소환제, 얼핏 그럴싸하나 실효성 'Nothing'

국민소환제란 국민이 투표로 선출한 대표 중에서 임기가 끝나기 전에 국민이 투표에 의하여 파면시키는 제도다. 고대 그리스의 도편추방제에서 유래한 이 제도는 21세기 현대에는 영국, 나이지리아,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등 10여 개국 등에서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의 국민소환제 역시 선거인구의 폭발, 정치적 무관심, 행정기능의 확대 등으로 인해서 그 의미를 상실하고 있다. 실제로 영국에서 국민소환제로 소환된 의원은 단 한 명도 없다. 국민소환제는 고대 그리스의 도편추방제의 폐단과 같이 정적을 제거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기에 뼈대만 남고 내용은 없는 형해화(形骸化)된 제도로 전락한 지 이미 오래다.

2018년 3월 26일 문재인 정부가 발의한 개헌안에도 국민주권을 강화하는 국민소환제(제45조 ② 국민은 국회의원을 소환할 수 있다. 소환의 요건과 절차 등 구체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가 포함돼 국민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은 바 있다.

그런데 국민소환제를 거론하기 전에 2007년 일본의 법제를 모방하여 제정한 지자체장·지자체 의원 주민소환제가 있는데 잘 시행되던가? 엄밀히 말해 국민소환은 또 다른 대표자를 선출함으로써 국민의 의사결정권을 또다시 양도하게 되는 결국 간접적 민주제의 지속을 보장해주는 제도장치에 지나지 않는다.

[자료=강효백 교수 제공]


(4) 민주제도의 꽃 직접민주제, 꽃 중의 꽃, 국민발안제

국민발안제 또는 창안제는 일정수의 선거권자들이 연대 서명을 통해 중요정책을 제안하거나 법률의 제·개정안 또는 헌법 제 개정안을 국민표결로 결정하거나 입법부에 요구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국민발안제는 직접발안제와 간접발안제의 두 가지 형태로 나뉠 수 있다. 직접발안제 하에서는, 서명이 제출된 후 곧바로 국민표결에 부쳐진다. 간접발안제에서는 국민발안에 대해 입법부의 동의로 확정된다. (2)*

직접민주주의가 민주주의 꽃이라면 국민발안제는 꽃중의 꽃이다. 앞에서 말한 플레비지트는 위장 직접민주제이기에 논외로 한고 레퍼랜덤은 의제설정권이 국민에게 있지 않고 정부 또는 의회에 있다. 국민소환은 또 다른 의원을 선출함으로써 결국에는 의사결정권을 또 다시 의원에게 양도하게 되는 반면 국민발안은 정부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의제설정권 및 의사결정권까지 국민들이 행사할 수있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54년 제2차 개헌에서, 헌법개정에 대하여 국회의원선거권자 50만 인 이상의 찬성으로 제안할 수 있게 하는 국민 발안제가 채택되었으나 1972년 박정희 유신개헌 (제7차 개헌)때 페지되었다.

문재인 대통령 2018년 3월 26일 헌법개정안(제56조 국민은 법률안을 발의할 수 있다. 발의의 요건과 절차 등 구체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에 진짜 민주주의 직접민주주의 꽃중의 꽃 국민발안제를 부활시켰다.

현재 세계에는 스위스 대만 등 34개국이 국민발안제를 시행하고 있다.

스위스와 아일랜드 알바니아 불가리아는 유권자 5만명의 서명, 슬로베니아는 4만명, 루마니아와 세르비아는 10만명 헝가리 20만 슬로바키아 35만, 이탈리아 50만, 대만유권자 1.5%서명(약 20만명) 뉴질랜드 크로아티아 에콰도르 콜럼비아 유권자 10%서명으로 국민발안하면 이에 대해 직접 국민 표결제를 시하고 있다. 미국은 연방정부차원의 국민발안제는 없으나 1898년 사우스다코타주 첫 시행이후 워싱턴DC 및 24개 주 정부차원에서 시행중이다.

스위스는 1848년 발안제를 탄생시킨 국가다. 스위스 연방헌법은 정수의 선거권자(헌법 141조)의 서명으로 연방헌법의 제 · 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유권자가 서명하지 100일내에 5만명이상이 서명하면 법률을 제·개정할 수 있다. 1년에 4회씩 시행하도록 제도화되어있는데 2020년 3월 현재 총 638회 국민발안 국민표결제를 실시했다.(3)*

아일랜드는 1937년 영국에서 독립한 직후 헌법을 제정시 헌법으로 유권자 5만명이상의 서명으로 국민발안 국민표결제(제27와 제48조)를 규정했다. 현재 모두 35회 실시했다.

이탈리아는 1896년 유권자 50만명의 서명으로 국민발안에 대해 국민표결 할 수 있다(이탈리아 헌법 제72조 138조). 사면과 국제조약관련조항은 발안할 수 없는 제약조건이 많다. 이탈리아의 국민발안 국민표결은 1896년부터 시행한 후 총 72회 실시했다.

◆대만, 아시아권 최초로 국민발안제 제도화

이제 ‘지구상에서 한국과 가장 유사한 나라’로 손꼽히는 대만의 국민발안제 국민표결제를 살펴보자.

2003년 11월 대만 입법원은 유권자 총수의 5%(약 70만명)가 서명 발의한 안건에 대해 유권자 과반수 투표에 투표자 과반수 찬성으로 확정하는 <공민투표법(公民投票法)>을 제정했다. 2004년 3월 20일 총통선거와 같은 날에 2건의 국민발안을 국민표결에 붙였으나 투표율 과반수 미달로 부결되었다. 2008년 1월 12일 입법위원선거일에 2건, 2008년 3월 22일 총통선거일에 2건을 국민 표결에 붙였으나 역시 투표율 미달로 부결됐다.

2017년 12월 대만 입법원은,<공민투표법> 일부를 개정하여 국민발안의 문턱을 대폭 낮추었다. 서명자 수를 전체 유권자의 5%에서 1.5% 이상 발의로 완화하는 동시에 유권자 과반수 투표참여에 과반수 찬성으로 발의안 통과 조건을 유권자 25% 이상이 동의(국민표결)하고 반대표보다 많으면 가결되게끔 했다. 국민표결 참가연령을 20세에서 18세로 낮추었고 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실질적 심사요건을 형식적 심의로 바꿨다.

그리고 가장 획기적인 개혁은 국민발안에 대한 국민표결을 2021년부터 격년에 1회식 8월 넷째 토요일에 실시하는 것으로 국민발안 국민표결을 정례화한 것이다.

대만은 2018년 11월 24일 지방선거와 동시에 10가지 국민발안건에 대해 국민표결을 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영향 지역의 식품 수입 금지, 핵원전 폐쇄, 동성결혼 허용, 도쿄 올림픽에 '타이완' 명칭 사용 여부 등이 포함되었다. (1안부터 6안은 2004년, 2008년에 실시된 것으로 국민투표 참여율이 낮아 부결되었다.)

7안 석탄화력발전소 생산량을 매년 1%씩 줄이는 것에 동의하십니까?
찬성률 79.04% 통과

8안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과 신규확대를 중단하는 에너지정책 수립에 동의하십니까(건설 중인 센아오 화력발전 포함)?
-찬성률 76.41% 통과

9안: 정부가 후쿠시마현과 주변 4개현(도치키, 이바라키, 군마, 지바)을 포함하여 일본의 후쿠시마 관련 핵 재해지역으로부터 농산물 및 식품 수입을 금지한다는 데 동의하십니까?
-찬성률 77.74% 통과

10안: 민법결혼 조항이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으로 제한되어야한다는 데 동의하십니까?
-찬성률 72.48% 통과

11안: 의무교육(초중등)기간, 교육부와 모든 학교는 동성연애 교육을 시행해서는 안된다는 데 동의하십니까?
-찬성률 66.48% 통과

12안 당신은 민법 결혼 규정 이외의 방법으로 영원한 공동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동성인 두 사람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기로 동의합니까?
-찬성률 62.12% 통과

13안 당신은 "대만(TAIWAN)"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국제 스포츠 이벤트와 2020년 도쿄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에 동의합니까?
-찬성률 45.20% 부결

14안 민법의 결혼 법이 동성 인과의 결혼 관계를 보장한다는 데 동의하십니까?
-찬성률 32.74% 부결

15안 "성 평등 교육법"이 의무교육과정(초중등)의 모든 단계에서 성 평등 교육을 명시적으로 구현하고, 내용이 정서교육, 성교육, 동성애 교육 및 기타 과정을 포함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십니까?
-찬성률 42.02% 부결

*16안 전기법 95조 1항 "핵발전소 시설은 2025년까지 모두 중단되어야 한다"의 폐지에 동의하십니까?
-찬성률 59.40% 통과

◆민주제도의 꽃 중의 꽃 국민발안제를 수립 실천하자

민주주의의 핵심가치는 사회의 다수를 이루는 보통 사람들이 스스로의 열정・요구・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체제, 혹은 그런 체제를 만들기 위한 정치적 실천이다.

국민을 위한 정치, 즉 '위민정치(爲民政治)'는 절대왕정이나 전제적 권위주의 독재국가에서 상용한다. 민주주의 개념은 국민에 의한 정치로 정의되어야 한다. 진정한 민주정치 체제에서는 더욱 많은 국민들이 보다 직접 국가의 주요 정책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공화국의 주인공인은 국민이 국가에 영향력을 미칠 수 없는 무력한 존재여서는 안 될 것이다.

이상적인 민주주의는 모든 국민들이 모든 입법및 정책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에 대의민주제를 실시하여왔다. 

그러나 인터넷과 SNS의 발달에다 코로나19같은 세계적 전염병 대유행하는 상태, 팬더믹의 창궐로 직접민주주의는 ‘현실적으로도 가능’해졌다.

아무런 법적 효력없는 청와대 국민청원과 국민의 신뢰를 배신하고 여론을 왜곡 호도하는 정치계와 언론매체에 대한 비난과 성토 백번보다 헌법과 법률적 효력있는 국민발안 국민표결 한번이 만 배 효과가 크다고 판단한다. 이제 우리도 하루빨리 민주주의 제도의 꽃 중의 꽃, 국민발안제를 수립 실천하자.

◆◇◆◇◆◇◇각주

(1)*국민투표법 제1조(목적) 이 법은 헌법 제72조의 규정에 의한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과 헌법 제130조의 규정에 의한 헌법개정안에 대한 국민투표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2)*핀란드 아르헨티나 케냐등이 간접발안제를 채택하고 있다.
(3)*스위스 최근 2019.9.27. 국민발안 -국민투표로 제·개정된 4개 법률
1. 서비스 제공 업체 및 산모에 대한 소득 보상에 관한 연방법
2. 야생 포유 동물과 조류의 사냥과 보호에 관한 연방법
3. 직접 연방세 (DBG)에 대한 연방법 (보육 비용에 대한 세법)개정
4. 전자 식별 서비스에 관한 연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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