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장기금리가 약 30년 만의 최고 수준까지 뛰었다. 고물가와 엔저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의 경기부양 기조가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을 늦출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오전 장에서 국채 매도 압력이 강해졌다.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의 적극재정 노선을 향해 시장이 본격적으로 경고음을 내기 시작했다.
3일 일본 채권시장에서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오전 한때 연 2.810%까지 상승했다. 거래가 많은 지표 종목을 장기금리 기준으로 삼던 1996년 10월 이후 약 30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다만 이후 높은 금리 수준을 매력적으로 평가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오후 3시 기준 금리는 전날보다 0.025% 포인트 낮은 연 2.770%로 내려갔다. 국채 금리 상승은 국채 가격 하락을 뜻한다.
이번 금리 상승은 일본 내부 요인의 영향이 크다. 일본 장기금리는 지난 5월에도 중동 정세 불안과 원유 가격 상승, 미국·유럽 금리 상승이 맞물리며 연 2.8%까지 오른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미국과 유럽 금리가 비교적 안정된 가운데 일본 금리만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재정 운영과 금융정책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는 일본 고유의 우려가 채권 매도를 키웠다"고 짚었다.
이런 상황에서 다카이치 정권이 추가 금리 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듯한 메시지를 낸 것이 시장 불안을 키웠다. 일본 정부가 지난달 30일 정리한 '경제재정운영과 개혁의 기본방침' 원안에는 일본은행에 대해 "경제·물가·금융 정세에 따른 적절한 금융정책 운용"을 요구하는 표현이 들어갔다. 시장에서는 이를 정부가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재정 악화 우려도 겹쳤다. 다카이치 정권은 17개 전략 분야에 2040년도까지 정부와 민간이 함께 370조 엔(약 3516조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성장전략을 내걸고 있다. 정부의 추가 재정지출은 매년 10조 엔가량으로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기본방침 원안에서 지난해 명시됐던 '재정건전화' 표현이 사라지면서 재정규율이 느슨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이 같은 우려는 금리 곡선에도 반영됐다. 정책금리의 영향을 크게 받는 2년물 금리는 이미 일본은행의 인상 경로를 상당 부분 반영해 상승 여지가 제한된 반면, 물가와 재정 위험을 반영하는 10년물 금리는 빠르게 오르고 있다. 2년물과 10년물 국채 금리 차는 3일 오전 1.378%포인트까지 확대돼 일본은행이 금융정책 정상화에 나선 2024년 이후 최대가 됐다. 닛케이는 일본은행이 물가 상승에 한 발 늦게 대응하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시장의 경계감이 장기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도 시장의 우려를 의식하고 진화에 나섰다. 기우치 미노루 경제재정상은 2일 진행된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금리 상승을 '책임 있는 적극재정'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며 "성장·인플레이션 기대와 리스크 프리미엄 등 여러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카이치 정권의 투자 계획이 "방만한 것은 아니다"라며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면서 필요한 규모의 지출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야당은 공세에 나섰다. 오가와 준야 중도개혁연합 대표는 3일 기자회견에서 장기금리 상승을 두고 다카이치 정권의 '책임 있는 적극재정' 노선이 시장의 경고를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경제·재정·금융정책 전반에 노란불이 켜졌고, 머지않아 빨간불로 바뀌는 것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며 적극재정 노선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엔화 약세와 물가 상승 압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장은 다카이치 정권의 적극 재정 노선과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속도를 함께 주시하고 있다. 정부가 재정 확대와 재정 규율 사이의 균형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하느냐가 장기 금리 흐름을 좌우할 변수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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