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베트남 증시의 이익 지형이 부동산과 비(非) 금융 업종 중심으로 재편됐다. 부동산 개발업체 빈홈즈와 모회사 빈그룹이 나란히 이익 상위권을 차지한 가운데 은행은 상위 20개 기업 중 9곳에 그치며 최근 수년 사이 가장 낮은 비중을 기록했다.
17일(현지 시각) 베트남 매체인 Vn익스프레스가 2분기 상장사별 실적보고서를 토대로 집계한 결과, 올해 상반기 세전이익이 10조 동(약 5410억원)을 넘어선 기업은 13곳으로 나타났다. 이 중 3곳은 10억 달러(약 26조3000억 동)를 웃도는 세전이익을 냈으며, 상위 20개 기업의 세전이익은 모두 전년 동기보다 증가했다.
상반기 이익 1위는 베트남 부동산 개발사 빈홈즈가 차지했다. 빈홈즈의 세전이익은 63조5670억 동(약 3조44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5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빈홈즈는 지난해에도 베트남 증시에서 세전이익 1위에 올랐다.
빈홈즈의 실적 확대는 대형 프로젝트의 인도와 매출 증가가 맞물린 결과다. 합작사업 계약과 대규모 토지 매각에서 발생한 금융수익 등을 포함한 연결 기준 순매출은 134조2050억 동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3% 증가했다. 회사 측은 오션파크 2·3과 그린파라다이스 등 주요 프로젝트에서 주택 인도가 이어진 것이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에서는 비엣콤뱅크가 세전이익 29조2220억 동으로 전체 3위를 차지했다. 순이자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32% 이상 증가한 약 36조8000억 동을 기록하면서 실적을 견인했다. 서비스와 외환 거래 부문에서도 실적이 개선됐다.
비엣틴뱅크와 MB도 상반기 세전이익이 20조 동을 넘어섰다. BIDV는 세전이익 18조9050억 동으로 전년 동기보다 18% 증가했지만 은행권 3위 자리는 MB에 내줬다. 민간은행 가운데서는 VP뱅크의 세전이익이 18조8800억 동으로 68% 늘었고, 테크콤뱅크는 18조5400억 동으로 22% 증가했다.
상반기 세전이익 기준 상위 20개 기업에 포함된 은행은 SHB, ACB, HD뱅크 등을 포함해 모두 9곳이었다. 전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낮은 비중이다.
기존에 상위권에 자주 이름을 올렸던 사콤뱅크와 LP뱅크 등 일부 은행은 상반기 이익이 감소했다. 두 은행 모두 신용위험에 대비한 충당금 적립 규모를 전년 동기보다 크게 늘린 것이 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은행권 일부가 순위에서 밀려난 자리는 비금융 기업들이 채웠다. 철강업체 호아팟과 베트남 정유업체 BSR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 상반기 이익 상위 10위권에 새로 진입했다.
호아팟의 상반기 세전이익은 17조9470억 동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갑절 수준으로 증가했다. 철강 사업 호조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여기에 1분기 흥옌성 포노이 도시개발 프로젝트 지분 양도에 따른 3조8000억 동 이상의 일회성 수익도 반영됐다.
BSR의 이익 증가 폭은 더욱 컸다. BSR은 상반기 세전이익 17조7370억 동을 기록해 전년 동기의 약 12배로 급증했다. 회사 측은 원유 가격과 석유제품 가격, 원재료 투입 가격 간 차이가 확대되면서 마진이 개선된 것을 실적 증가의 주요 배경으로 설명했다.
기존 대형 상장사들도 상위 20위권을 지켰다. PV가스, 비엣텔글로벌, 모바일월드, 비나밀크, 마산그룹, 베트남고무산업그룹 등이 명단에 포함됐다. 올해 증시에 새로 상장한 디엔마이산은 상반기 세전이익 6조940억 동으로 전년 동기보다 72% 증가하며 처음으로 상위 20위권에 진입했다.
증권사들은 올해 베트남 상장사의 이익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VN다이렉트증권은 올해 베트남 상장기업의 순이익이 21% 증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8%를 웃도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민간경제 지원 정책, 기업환경 개선 등이 기업 실적을 뒷받침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이익 증가 속도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 1분기와 달리 대규모 일회성 이익을 반영하는 기업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BSC증권은 업종별로 화학, 석유·가스, 부동산 업종의 이익 증가율이 3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식음료와 소매, 개인소비재 업종도 높은 이익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베트남 증시에서 시가총액 비중이 큰 은행업은 사콤뱅크와 엑심뱅크 등 일부 은행의 충당금 확대 영향으로 이익이 3%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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