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자들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한국 측 제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지만, 최종 수주 방식은 아직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협상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정부가 "긍정적인 소식"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협상 상황을 잘 아는 한 독일 잠수함 전문가는 "분할 발주가 이뤄지더라도 한국이 더 많은 물량을 가져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세부 조율이 이어지면서 발표가 다소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업계에서는 벌써 축하 인사가 오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 우세를 기정사실로 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캐나다는 당초 6월 말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정은 7월 초로 넘어갔다. 이에 따라 캐나다 초계잠수함사업(CPSP)에 포함된 최대 12척을 한 업체에 일괄 발주할지, 한국의 한화오션과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에 나눠 맡길지를 두고 막판 협의가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는 노후화된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하는 동시에 북극 항로의 접근성 확대와 러시아·중국의 수중 군사활동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북극해, 대서양, 태평양에서의 수중 감시 및 억제 역량 강화를 목표로 CPSP를 추진하고 있다. 최대 12척의 재래식 잠수함을 도입할 계획이며, 최종 후보는 한화오션의 장보고-III 배치-II와 TKMS의 Type 212CD로 압축됐다.
캐나다의 빅토리아급 잠수함은 2030년대 중후반 퇴역할 예정이어서 전력 공백을 피하려면 늦어도 2035년까지 첫 신형 잠수함을 인도받아야 한다.
독일 잠수함 전문가는 두 잠수함의 가장 큰 차이로 함정의 크기와 운용 개념을 꼽았다.
두 기종 모두 디젤-전기 추진체계와 공기불요추진체계(AIP)를 갖춘 재래식 잠수함이다. Type 212CD는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고 승조원 수도 적으며 장시간 잠항과 은밀 작전에 최적화돼 탐지 회피와 스텔스 성능에서 강점을 가진다.
반면 장보고-III 배치-II는 작전 반경이 길고 탑재 가능한 무장의 종류와 규모도 더 커 장거리 초계와 타격 임무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이 전문가는 Type 212CD가 나토 상호운용성을 중심으로 설계된 만큼 두 플랫폼은 유지보수 방식과 운용 체계에서도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스티븐 퓨어 캐나다 국방조달 특임장관은 지난 2월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했을 당시 자동차 산업을 입찰국들이 제안할 수 있는 유력한 협력 분야로 지목했다.
그는 "한국과 독일 모두 자동차 제조국"이라며 "이런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이 있다면 방산을 넘어 더 큰 경제 협력으로 확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국 측의 대표 제안은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기술을 활용한 31억 캐나다달러 규모의 '프로젝트 비버(Project Beaver)'다. 잠수함 사업 수주를 전제로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 액화수소 생산시설을, 온타리오주에 수소차 제조공장을 건설하고 브리티시컬럼비아주와 앨버타주에 수소충전소를 구축하는 내용이다. 한국 정부는 이 사업을 통해 약 9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 측은 나토 상호운용성과 기존 독일·노르웨이 Type 212CD 공동생산 체계에 캐나다가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사업 초기 캐나다 측은 폭스바겐이 온타리오주에 추진 중인 70억 달러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거론하며 한국에도 이에 상응하는 자동차 투자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폭스바겐은 이후 해당 배터리 투자가 방산 조달과 무관한 독자 사업이라며 TKMS와의 연계설을 부인했다.
결정 시점은 이재명 대통령의 첫 나토 정상회의 참석과도 맞물린다.
이 대통령은 오는 7∼8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한국의 글로벌 방산 공급망 역할과 신속한 무기 생산·공급 능력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캐나다 잠수함 사업과 직접 연결해 해석하는 데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나토 정상회의 참석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며 "잠수함 사업이 한국에 유리하게 흘러가기 때문에 대통령이 참석한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나토 회원국들이 고갈된 무기 재고를 다시 채우고 공급망 취약성을 줄이려는 상황에서 한국의 방산 생산 능력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나토가 자체 방위력을 강화해야 하지만 방산 공급망은 몇 달, 또는 1~2년 안에 복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빠른 납기와 가격 경쟁력, 가동 중인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자유 진영의 무기고'라는 평가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캐나다가 추진하는 다자 '국방·안보·회복력 은행(DSRB·Defence, Security and Resilience Bank)' 설립도 이번 경쟁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캐나다는 유럽연합(EU)의 1천500억유로 규모 방산금융 프로그램인 SAFE(Security Action for Europe)에 비유럽 국가 가운데 처음 참여했다. 이를 두고 독일 측에 유리한 신호라는 해석도 나왔다. 캐나다가 유럽 방산 협력을 확대하는 만큼 TKMS의 Type 212CD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었다.
하지만 당초 약속했던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시점이 임박한 가운데 캐나다는 오히려 자체적인 다자 국방금융 체계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캐나다가 주도하는 DSRB는 방산 생산과 공급망 강화, 안보 관련 산업에 최대 1천억파운드 규모의 저리 자금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캐나다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약 10개 창립 참여국을 공개할 계획이며 한국의 참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캐나다 측 수석 협상대표는 한국과의 협상이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 한국이 창립 회원국으로 참여할 가능성을 "반반" 정도로 내다봤다. 반면 독일은 현재 옵서버 자격으로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이 잠수함 사업을 수주할 경우 단순한 함정 공급국을 넘어 조선, 유지보수, 공급망, 첨단산업 협력 등을 아우르는 캐나다 주도 방산 제조·금융 네트워크의 장기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결정은 캐나다가 어떤 잠수함을 구매할지를 넘어 향후 수십 년간 미래 잠수함 전력의 운용과 유지보수를 뒷받침할 산업·방산 협력 구도를 결정하게 된다.
데이비드 맥귄티 캐나다 국방장관은 최근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잠수함을 함께 운용할 경우 유지보수와 군수, 교육훈련 체계를 각각 구축해야 해 비용과 복잡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다만 분할 발주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배제하지는 않았다.
현재 핵심 쟁점은 한국이 경쟁에서 이기느냐가 아니라, 캐나다가 전체 계약을 한국에 일괄 발주할지, 아니면 정치적·산업적 균형을 고려해 한국과 독일에 물량을 나눌지에 모아지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