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합의되는 날짜에 금강산 와서 철거해라"…남북경협 위기(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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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19-10-25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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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통해 25일 오전 통지문 보내

  • "합의되는 날짜에 금강산 들어와 남측 시설 철거해라"

  • "실무적인 문제는 문서교환방식으로 합의하면 된다"

  • 정부 “재산권 지키며 조건·환경 고려, 방안 마련”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의 남측 시설 철거에 대한 실무적 문제를 ‘문서교환’으로 협의하고, ‘합의되는 날짜’에 철거해 가라는 내용이 담긴 통지문을 25일 남측으로 보내왔다.

통지문에서 언급된 ‘합의되는 날짜’, ‘문서교환 방식’에서 북한이 이미 철거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돼 향후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북 경협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이 이날 오전 북측 금강산국제관광국 명의로 통일부와 현대그룹 앞으로 각각 통지문을 보내왔다”며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통지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금강산을 찾아 “남측 시설물들을 싹 들어내라”고 지시했다는 북한 관영 매체들의 보도가 나온 지 이틀 만이다.

이에 대해 김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하 전략연) 북한연구실장은 "이틀 만에 보낸 것이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김정은이 지시했기 때문에 통지문을 보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측이 보낸 통지문에는 “금강산지구에 국제관광문화지구를 새로 건설할 것”이라며 “합의되는 날짜에 금강산지구에 들어와 당국과 민간기업이 설치한 시설을 철거해 가기 바란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실무적 문제들은 문서교환방식으로 합의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실무적 문제들을 문서교환방식으로 합의하자’에는 남측 시설 철거를 전제로 방북 일정과 인원 등에 대한 협의만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변인은 “실무적인 문제는 (방북) 인원이나 일정을 통상적으로 이야기한다. 일단 당국 간의 만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북측이 문서협의를 제의했다는 사실만 알려졌다. 이로 인해 북한이 남북관계 경색 상황을 의식해 당국자 간의 만남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합의되는 날짜에 금강산지구에 들어오라’는 문구가 통지문에 포함돼 어떤 형태로든 남북 당국과 이해관계자(민간기관 등)들이 만나는 자리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는 북한이 이미 남측 시설 철거를 결정했다는 의미가 담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로 인해 남북협력의 상징물인 '금강산 관광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북한은 우리 정부에 "외세의 눈치를 보지 말고 민족의 이익을 대변하라"며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신경 쓰지 말고 남북경협 사업을 추진하자는 뜻을 여러 차례 전달했었다. 하지만 현재 남북경협사업은 대북제재로 전면 중단된 상태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학 부총장은 전날부터 이날까지 강원도 속초에서 열린 전략연의 '북한 정세 토론회'에서 "지금 김정은은 관광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만 봐도 으리으리하다. 그런데 금강산 관광지구에 가서 10년 전부터 방치된 남측 시설을 보고 무슨 생각이 들었겠느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정은의 금강산 관광지구 철거 발언은 9·19 선언에 포함된 금강산관광 재개가 원활하게 되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이라고 부연했다. 

정부는 우리 국민의 재산권 보호와 금강산관광사업의 의미 고려하면서 조건과 환경을 충분히 검토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달라진 환경을 검토하면서 금강산관광의 창의적인 해법 마련 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변인은  “정부와 (금강산 관광사업과) 관련되는 사업자와 긴밀히 협의해 지금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대응 방향을 앞으로 마련하게 되면 별도로 후속 조치에 대해 또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구체적인 대응책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 대변인은 창의적인 해법이 유엔 제재와 무관한 관광 제재를 위한 노력이냐는 질문에 “여러 가지 국제적인 조건과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며 “국내적으로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와 관련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대답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남북공동선언에 따라 조건이 마련되면 금강산관광사업을 정상화하는 데 노력한다는 합의사항은 유지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창의적인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미국과의 공조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 대변인은 “앞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해 가는 과정 가운데서 필요한 경우 한·미 공조 차원에서 검토할 부분도 있으리라고 생각된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북한은 통지문에 협의 시한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고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TV가 23일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TV가 공개한 김 위원장의 시찰 모습. 2[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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