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어디로] 냉·온탕 오간 지난 1년...연락사무소 폭파부터 통신연락선 복원까지

박경은 기자입력 : 2021-08-02 08:00
연락사무소 폭파·서해상 공무원 피격...남북 급속 냉각 지난달 말 갑작스런 통신연락선 복원으로 '해빙 무드' 文대통령·김위원장, 판문점선언 3주년계기 친서 교환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제4차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도
남북 관계가 지난 1년여간 냉·온탕을 오갔다.

지난해 북한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연락사무소) 폭파와 서해상 공무원 피격 사건으로 얼어붙었던 남북 관계는 갑작스러운 통신연락선 복원으로 훈풍을 맞았다.

남북 관계는 지난달 4월 재개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친서 전달로 새로운 국면을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1일 외교가에서는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제4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남북 간 통신연락선이 복원된 지난달 27일 오후 군 관계자가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활용해 시험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여정 경고 끝...北,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

북한은 지난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과 같은 해 11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개최된 북·미 실무회담이 잇달아 '노딜(결렬)'로 막을 내리자 불만을 품어온 끝에 지난해 6월 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했다.

북한은 연락사무소 폭파에 앞서 김여정 당시 노동당 제1부부장 명의의 담화를 통해 국내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불쾌감을 표했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해 6월 4일 조선중앙통신 담화를 통해 "남조선 당국이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한다면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북남(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 마나 한 북·남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단단히 각오는 해둬야 할 것"이라며 남한 정부의 확실한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통일부는 "전단 살포 중단에 대한 조치를 여러 차례 취해왔다"며 법률정비계획 준비 사실도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같은 해 6월 8일부터 연락사무소 업무 개시 통화를 거부했다.

남·북은 지난 2018년 9월 연락사무소 개소 이후 특별한 현안이 없더라도 평일 오전 9시와 오후 5시 두 차례에 걸쳐 업무 개시와 마감 통화를 진행해 왔다. 북측이 통화연결 시도를 거부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하루 뒤인 지난해 6월 9일 북한은 김 제1부부장 지시로 청와대를 포함해 남·북 간 모든 통신연락선을 완전히 차단·폐기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예고한 대로 당일부터 남북 연락사무소 간 불통이 이어지며 한반도를 둘러싼 전운은 짙어졌다.

이후 북한은 같은 달 13일 김 제1부부장 명의의 담화를 통해 연락사무소 폐쇄와 군사적 도발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실제로 북한은 김 제1부부장 경고가 나온 지 사흘 뒤인 16일 오후 2시 49분 개성에 위치한 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시켰다.

당일 오후 개성공단쪽 서부전선 지역에서 대형 폭발음이 포착됐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업무보고 중이었던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은 즉각 자리를 떠 상황 파악에 나섰다.

연락사무소는 2018년 4월 27일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판문점선언 결실로 마련된 일종의 외교공관이어서 한반도가 벼랑 끝으로 몰렸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연락사무소 폭파 하루 만인 같은 달 17일 김 전 장관은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대북 컨트롤타워마저 공백에 빠진 셈이다.

이후 문 대통령이 같은 달 7월 3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발탁하며 새 대북라인이 출범했다.
 

지난해 6월 16일 북한이 일방적으로 폭파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모습(아래)과 이전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해상 공무원 피격 사건→김 위원장 이례적 사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서해상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씨가 지난해 9월 22일 서해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격을 당하며 남북 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됐다.

정부는 지난해 9월 24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해수부 소속 어업지도원 A씨가 북한군 총격으로 희생된 사건과 관련해 깊은 애도를 표하는 한편 북한을 강하게 규탄했다.

통일부는 이날 오후 대변인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을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반인륜적 행위'라고 명명, 북한 측에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강력히 촉구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A씨 피격 사건이 발생한 지 하루 뒤인 23일 오전 1시쯤 제75회 유엔 총회에서 '한반도 종전 선언'을 제안해 여론과 야당의 폭격을 맞았다.

청와대와 정부가 북한이 저지른 만행을 사전에 파악하고서도 문 대통령의 종전 선언 제안을 강행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더해 청와대는 A씨 총격 피살 사건과 관련해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답변해 더욱 뭇매를 맞았다.

2018년에 채택된 9·19 남북군사합의는 지상과 해상, 공중에 각각 완충구역을 설정하고 적대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9·19 군사합의는 해상 완충구역에서 해상 훈련 사격을 중단하기로 한 것"이라며 "그런 부분 하나하나에 대한 위반은 아니라는 것이고 전체적으로 남북 간 적대 행위나 앞으로 군사적 신뢰 구축에 장애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에 급속도로 얼어붙은 남북 관계는 북한 통일전선부 명의의 통지문으로 다소 녹아내렸다.

김 위원장은 통지문을 통해 "가뜩이나 악성 비루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병마 위협으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처럼 이례적인 북한 사과를 두고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다가오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대남(對南)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서해 최북단 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후 북한군에 피격·사망한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 A씨(47)가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가 지난해 9월 26일 오전 인천시 연평도에서 전남 목포 서해어업관리단으로 돌아갔다. [사진=연합뉴스]

◆'바이든호' 출범...통신연락선 복원 '훈풍'

지난해 11월 치러진 미국 대선을 통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했고, 지난 5월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지난 2018년 싱가포르 공동성명과 판문점 선언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필수적이라는 양국 정상 합의가 도출됐다.

문재인 정부로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의 대북 성과를 바이든 정부가 이어가길 원했던 만큼 상당한 성과로 여겨졌다.

이에 더해 그간 공석이었던 대북특별대표에 성 김 주인도네시아 미국대사가 발탁됐다. 한국계인 김 대표는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북핵통(通)'으로 알려져 한국 정부가 환영할 만한 인사로 평가됐다.

그럼에도 최근까지 지지부진했던 남북 관계는 지난달 27일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으로 해빙무드를 맞았다.

청와대는 지난해 6월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로 끊어졌던 남북 간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기로 했다고 지난달 27일 긴급 발표했다.

동시에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지난 4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3주년을 계기로 친서를 교환한 이후 최근까지 여러 차례 친서를 주고받았다고도 밝혔다.

이에 문재인 정부 임기 말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며 제4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13개월여 만의 소통 재개로 남북 간 모처럼 대화 분위기가 조성된 만큼 이달 중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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