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면서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의 생산능력이 한계에 이르자,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이 대체 생산처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전기차 제조사 비야디(BYD)와 구글 등이 삼성전자에 반도체 생산을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 계열 영문 매체 닛케이아시아는 17일(현지시간) BYD와 구글 등이 삼성전자에 반도체 생산을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정에 밝은 관계자 6명을 인용해 기존 고객과 잠재 고객 양쪽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찾는 발길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BYD는 차세대 자율주행용 반도체를 삼성전자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구글도 2028년경 투입할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 위탁생산처로 삼성전자를 검토하고 있다. AI 연산용으로 자체 설계한 텐서처리장치(TPU) 일부도 이르면 2028년부터 삼성전자에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와 BYD, 구글은 모두 이에 대한 확인을 거부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다시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TSMC의 공급 부족이다.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엔비디아, AMD, 퀄컴 등 주요 고객의 주문이 TSMC에 몰리고 있다. 현재 최첨단 반도체를 대규모로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TSMC와 삼성전자, 인텔 세 곳뿐이다.
중국의 한 차량용 반도체 설계업체 간부는 삼성전자가 수율에서 TSMC에 뒤처진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공급 여력이 있어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력은 TSMC가 앞서지만, 당장 생산 일정을 확보하기 어려운 고객에게는 삼성전자가 현실적인 대안이 되고 있다.
중국 반도체 설계 기업들도 발주처를 다변화하고 있다. 상당수는 이미 삼성전자와 TSMC 양쪽에 주문을 분산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TSMC의 선단공정 생산능력이 사실상 한계에 달해 발주 규모가 크지 않은 중국 기업은 신규 주문을 넣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향후 생산 위탁을 염두에 두고 삼성전자에 접촉하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기업들에게도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이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간부는 "미국 기업들에는 지정학적 요인도 위탁생산처를 다변화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생산처를 분산하려는 고객사들 사이에서 삼성전자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고객은 이미 삼성전자와의 거래를 확대하고 있다. 테슬라는 차량·로봇용 AI 반도체 'AI5' 칩을 삼성전자와 TSMC 양쪽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차세대 'AI6' 칩은 텍사스주 삼성전자 공장에서 만들 예정이다. TSMC의 주요 고객인 AMD와 엔비디아도 공급 부족을 이유로 일부 프로젝트에서 삼성전자와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퀄컴도 TSMC와 삼성전자를 병행해 활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로서는 이번 흐름이 부진했던 파운드리 사업을 되살릴 기회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지만, 파운드리에서는 선단공정 수율과 대형 고객 확보에서 TSMC에 밀려왔다. 그러나 AI 반도체 공급난이 길어지면서 고객사들이 TSMC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점차 선명해지고 있다. 관건은 삼성전자가 양산 과정에서 수율과 안정성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다. 실제 대규모 수주로 이어질 경우,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오랜 부진에서 벗어날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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