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예술제서 '평화의 소녀상' 전시 중단.."전후 일본 최대 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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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9-08-0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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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정부 외압 속 평화의 소녀상 전시 사흘만에 중단

  • 日문화계 강력 반발, "검열로 표현의 자유 위축"

  • 韓작가들, "내 작품도 빼달라" 자진 철수 의사

  • 日정부, 해외 소녀상 전시에도 집요한 방해 계속

일본 최대 국제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에서 위안부 문제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일본 정부와 우익단체의 외압 속에서 끝내 중단됐다. 전시 기획자 측은 "전후 일본의 최대 검열"이라며 강력 반발했고, 본전시에 참여한 한국인 작가들은 작품 자진 철수 의사를 밝히며 항의했다. 

NHK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트리엔날레 운영위원장을 맡은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 지사는 3일 기자회견을 열어 "테러 협박 등으로 인해 안전한 운영이 어려울 수 있다"며 평화의 소녀상 전시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 1일 아이치현 나고야에서 개막한 일본 최대 국제예술제 내 '표현의 부자유, 그 후'라는 기획전에서 전시되고 있었다. 그러나 전시 사흘 만에 주최 측의 전시 중단 결정이 나왔다.

예술제 운영위원회 측은 평화의 소녀상뿐 아니라 '표현의 부자유, 그 후' 기획전 자체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기획전에는 위안부 관련 작품 3점을 비롯, 일본에서 금기시되어 전시하지 못했던 현대 미술 작품 17점이 전시 중이었다.

오무라 지사는 "소녀상을 철거하지 않으면 휘발유 통을 들고 가겠다"는 협박이 들어왔다면서 전시 중단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와 우익의 압력이 전시 중단의 결정적 이유였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앞서 2일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예술제 지원금을 깎을 수 있다며 전시 중단을 압박했다. 전시가 열린 나고야시의 가와무라 다카시 시장 역시 "일본 국민의 마음을 짓밟는 것"이라며 전시 중단을 요구하는 항의문을 오무라 지사에게 보냈다. 가와무라 시장은 이어 3일 기자회견에서 "전시를 그만두는 게 문제가 아니라 전시를 결정한 관계자의 사과가 필요하다"면서 "소녀상 전시는 수십만명이 (위안부로) 강제 동원되었다는 한국 측의 주장을 인정한 것으로, 일본의 주장과는 다르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표현의 부자유' 기획전 관계자들은 3일 밤 기자회견을 열어 주최 측의 중단 결정을 강력하게 비판했다고 NHK가 전했다. 

이들은 "일본 내 표현의 부자유에 대해 생각해보기 위한 기획을 주최 측이 스스로 탄압하는 것은 역사적 폭거"라면서 "전후 일본 최대의 검열 사건이 될 것이다. 일방적 중단 결정에 대해 법적 대응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본전시에 참여한 박찬경·임민욱 등 한국 작가들은 기획전 중단에 항의해 트리엔날레 사무국에 이메일을 보내 자신들의 작품 철거 및 전시 중단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문학계도 비난에 동참했다. 문학가 단체 일본펜클럽은 4일 홈페이지에 성명을 내고 기획전 중단을 비판하면서 전시를 계속할 것을 촉구했다.

성명은 "가와무라 시장 등의 발언은 정치적 압력 그 자체이며 헌법 21조 2항이 금지하는 '검열'로 이어진다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사회의 발전에 기여한 예술의 의의를 이해하지 못하는 언동"이라고 지적했다.

헌법학자인 사카구치 쇼지로 히토쓰바시대학 법학교수는 NHK를 통해 "한·일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정치적 논란과 비판이 일어날 수 있겠지만 전시 중단 사태에 이른 것은 무척 유감스러운 일이자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사회 전체가 편협하고 타인의 가치관을 인정할 수 없게 되었다"며 "정치와 문화는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해외 소녀상 전시에도 집요한 방해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초부터 독일의 옛 나치 강제수용소 기념관에 전시된 10㎝ '작은 소녀상'이 일본의 압박 속에서 철거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또 일본 정부는 베를린 여성 예술가 전시관 '게독'에서 지난 2일 시작한 '토이스 아 어스(TOYS ARE US)' 전시회에 평화의 소녀상이 출품되자, 게독 측에 공문을 보내 철거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3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 8층 전시장에 놓인 '평화의 소녀상.'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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