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외교장관, 보름 만에 재회동…아세안 무대서 '3국 밀착' 메시지

조현 외교부 장관왼쪽과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가운데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대신이 2026년 7월 22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의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조현 외교부 장관(왼쪽)과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가운데),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대신이 2026년 7월 22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의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한·미·일 세 나라 외교장관이 22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마주 앉았다. 이달 7일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올해 첫 3국 외교장관회의를 연 지 보름 만이다. 이번엔 장소가 의미심장하다. 역내 주요국 외교장관이 총집결하는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현장, 말하자면 아시아 외교장관들이 지켜보는 무대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장관은 이날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대신과 만나 지역·글로벌 정세와 경제안보, 한반도 문제를 논의했다.

조 장관은 2주 만의 재회동 자체가 한·미·일 세 나라가 협력에 두는 무게를 보여준다며, 역내 주요국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회의를 열어 협력 강화 의지를 담은 단합된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어 더욱 의미가 깊다고 했다. 루비오 장관과 모테기 대신도 짧은 간격의 만남을 반기며 3국 공조를 더 강화하자고 화답했다.

한미일 3자 틀이 왜 중요한지는 세 나라의 관계 구조를 보면 이해가 쉽다. 한국과 일본은 각각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으로 묶여 있지만, 정작 두 이웃 사이에는 그런 조약이 없다. 그래서 한일 관계가 출렁일 때마다 3국 공조도 함께 흔들리곤 했다. 2023년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정상급으로 격상된 3자 협의체는 양자 관계의 부침과 무관하게 공조를 돌리기 위한 장치다.

이날 회의에서 3국은 북한 문제에 대해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세 장관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견지하면서 견고한 대북 억제 태세를 유지하고, 대북정책 공조를 긴밀히 이어가는 한편 대화와 외교를 통한 한반도 평화·안정 유지를 위해 소통하기로 했다.

정작 발언의 수위가 높았던 건 지역 정세에 대해 이야기할 때였다. 세 장관이 공통적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힘으로 밀어붙여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려는 움직임에 대해 언급했다. 한·미·일 3국은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바다와 하늘은 어느 나라든 자유롭게 오갈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 대한 같은 생각을 재확인했고, 유엔해양법협약에 반영된 국제법 준수와 해양 안보 강화 의지도 공유했다. 회의 내내 특정 국가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 표현들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 모르는 이는 없었다.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세를 넓혀 온 중국이다. 그 얘기를 꺼낸 곳이 하필 중국과 바다를 놓고 다투는 필리핀의 수도였다.

경제안보 논의도 비중이 작지 않았다. 무역과 안보가 겹치는 영역, 그러니까 핵심광물 공급을 누가 쥐고 있는지, 첨단기술 접근을 누가 차단당하는지가 국가 안보 문제가 된 시대의 의제다. 세 장관은 글로벌 경제의 변동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우방국 간 협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원자력과 핵심광물, 핵심신흥기술 분야에서 3국이 쌓아 온 성과와 각자의 강점을 바탕으로 실질 협력을 심화하기로 했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첨단기술 보호, 원자력, 공급망 다변화와 회복력 증진, 경제적 강압 대응 분야의 협력 확대에도 뜻을 모으고 후속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경제적 강압 역시 명시된 상대는 없지만, 세 나라 정부가 중국의 무역 보복을 지칭할 때 써 온 표현이다. 목록에는 이 협의체에서 낯선 항목도 하나 올랐다. 북극 안보다. 빙하가 녹으며 새 항로와 자원 경쟁이 열리는 북극은 최근 안보 논의에서 부상하는 무대다.

세 나라는 초국경범죄 대응과 재난 구호, 인도적 지원으로 협력 분야가 넓어지고 있는 점을 평가하고,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협의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세 장관은 이날 회의로 강화된 모멘텀을 바탕으로 분야별·각급 협의를 가동하고, 국민이 체감할 성과를 내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다자회의 계기를 포함해 앞으로도 최대한 자주 만나기로 했다는 약속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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