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의눈]한일외교회담 전 '화이트리스트 운명48시간'을 예측한 칼럼, 다시 읽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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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논설실장
입력 2019-08-0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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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열리기 전인 1일 오전 9시에 SNS에 올린 '화이트리스트 관련 진단 칼럼'. 그 이후부터 이튿날 각의 결정까지 예측한 그대로 진행되어 '족집게칼럼'이란 평가를 받았습니다. 물론 누구나 짐작은 했으나 생각하기도 싫었기에 언급하기는 쉽지 않았던 상황이었죠. 이 글은 단순히 상황 예측만이 아니라, 아베의 '입장'과 목표를 감안할 때 되돌이킬 수 없는 점을 분석했고, 또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 이후에 한국이 '실속없는 분노'로 일을 더욱 크게 그르칠 수 있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결 구도의 확장을 통해 상대를 굴복시키려는 전략은 우리의 피해와 타격을 키울 뿐이며, 이럴 때일수록 유연한 입장으로 전환하여 '협상의 여지'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논지는, 현상황에서 더욱 절실한 메시지가 되지 않았나 합니다. SNS칼럼을 옮겨와 함께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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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화·연합뉴스]



[빈섬 이상국의 '편집의눈']일본이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 막판 개심(改心)?  2019.8.1. 09:00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오늘 열리고 폼페이오도 참여하는 한미일 회담도 열릴 예정이다. 우리 정부나 국민들은 혹시나 일본이 막판에 크게 개심하여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빼는 조치를 미룰지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를 지니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냉정히 보면, 그럴 가능성이 많지 않다.

일본이 한일관계의 중요한 결정인 이 문제를 이미 여러 차례 공식적으로 언급해왔고 예고를 해왔던 터라, 그 방침을 '마음이 약해져서 철회하는' 그런 방식으로 바꾸는 것을 예상하긴 어렵다. 이 일이 생겨난 이후, 우리가 타협을 위한 카드를 내놓은 것이 없으며, 분쟁 초반부에 상호 네고에이션이 가능한 잔교(棧橋)를 뚝 잘라놨기에, 일본으로서는 고려할 만한 상황의 변화가 없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일본이 트럼프식 '협박'을 해놓고 나중에 슬그머니 철회하는 전략을 쓴 것 아니냐고 전망할 수도 있겠지만, 트럼프와 아베의 스타일이나 입장이 다르기도 하거니와 이런 처신은 국가나 국가지도자의 정상적인 면모를 잃는 일이 되기 쉽다. 아베가 신뢰가 있는 인물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의 외교가 일단 '찔러보기'식으로 진행된 건 보지 못한 것 같다.

내일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결정이 된다 하더라도, 미국의 중재나 한일의 타협으로 '화이트리스트 배제'와 관련한 시기나 기간 같은 문제들이 조율될 수 있다. 우리가 지금 현실적으로 겨냥해야 하는 것은 이 점이 아닐까 한다. 이 얘기를 하는 까닭은, 내일 일본 각의의 어떤 결정 이후 우리 정부나 국민들이 더욱 분노를 증폭하여 이성적인 대응에서 더욱 멀어지는 것이 우려돼서다.

비록 정부가 개입한 것은 아니지만, 민간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이나 일본 관광 자제운동 같은 것이, 일본을 압박해서 그들의 '불량한 결정'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일본이 스스로 '위기감'을 느껴 태도를 바꿀 확률보다, 갈등의 판을 깊고 넓게 해서 협상의 여지를 더욱 줄이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우리 국민의 여론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것으로 일본을 이기려 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우리가 견지하고 있는 기준과 가치를 지키되, 그것에 부당한 방식으로 반발하고 있는 일본에게 그 방식을 재고할 수 있도록 하는 '협상의 여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모양새를 갖춘 상호 절충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차두현 전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의 제언이다. 기존의 사고방식을 바꿔서 양쪽 다 기동의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아사히신문이 보도한 미국의 한일갈등 중재안 속에 들어있는 '한국의 일본기업 자산매각 중지'도 그런 카드 중의 하나일 것이다. 큰 틀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을 유지하면서, 세목의 양보와 수용 전략을 구사하는 것만이 외교 위기가 촉발시킨 국가적 충격을 관리하는 길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번 분쟁이, 급속한 성장으로 일본의 턱밑에 와 있는 한국의 경제력에 대한 견제가 깔려 있는 것이라면, 이런 싸움이 끝이 아닐 수도 있다. 이것이 이번 케이스에 더욱 전략적인 포석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상국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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