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인어]'한국판 랭보'황병승 고독사…한국시의 '미래'가 눈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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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논설실장
입력 2019-07-2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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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황병승]




▶"그대여 나에게도 자궁이 있다 그게 잘못인가/어찌하여 그대는 아직도 나의 이름을 의심하는가/시코쿠, 시코쿠/붉은 입술의 도마뱀은 뛴다/장문의 편지를 입에 물고"(2005년 발표한 '여장남자 시코쿠'의 일부) 성소수자를 다룬 이 시는 소재의 파격뿐 아니라 섣부른 접근과 이해를 거부하는 낯선 문체로 독자들을 당황케 한다. ▷ 현기증 나는 시니컬함과 뒤틀린 기이함과 당당한 항변. 평론가들은 난해하지만 새롭고 매력적인 그의 시를 2000년대 전위적인 시적 공기(空氣)로 읽어낸다. 황병승은 최고의 기대주였다. 한글문장이 처음 보는 듯한 낯선 활어(活語)로 꿈틀거리던 때, 그는 시단(詩壇)에서 '미래파'의 핵심으로 호명된다. ▷마흔 아홉살, 그는 23일, 사망 20일이 지난 뒤 발견되어 충격을 줬다. 2016년 어느 대학 '미투 대자보'에 그의 이름이 올랐던 오욕(汚辱)의 기억. '한국판 랭보'로 일컬어지던 그의 고독사는, 놀라운 언어감성이 남몰래 꺼져간 이 나라의 우울한 풍경이기도 하다.◀  <國>

                                이상국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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