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그룹 방탄소년단의 컴백을 앞두고 전 세계가 다시 한 번 들썩이고 있다. '아리랑'으로 전해진 컴백 소식과 월드투어 계획은 음악계를 넘어 각 지역의 관광과 경제 전반에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올 만큼 거대한 신드롬을 예고한다. 방탄소년단은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인 동시에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상징적인 이름이기도 하다. 본지는 이번 컴백을 앞두고 멤버들을 한 명씩 톺아보는 '방탄소년단 인물 탐구' 시리즈를 통해 방탄소년단을 이루는 일곱 개의 얼굴을 차례로 기록한다. <편집자 주>
[사진=빅히트 뮤직]
방탄소년단의 맏형 진(본명 김석진)은 팀 안에서 가장 오래 버텨온 시간과 가장 단단한 온도를 함께 지닌 이름이다. 서브보컬로 팀의 사운드를 떠받치며 무대 밖에서는 늘 팀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정리해온 인물이다. 공식 비주얼 멤버로 불릴 만큼 단정하고 선한 인상의 외형은 그 자체로 하나의 아이콘이 됐지만 진의 진짜 힘은 목소리에서 시작된다.
팝페라 테너 임형주가 '실버 보이스'라 표현한 그의 음색은 맑고 청아하다. 진성 가성 두성 미성을 오가는 연결이 매끄럽고 힘을 과하게 싣지 않은 발성은 한 음절 한 음절을 또렷하게 남긴다. 기교를 앞세우기보다 자연스러운 바이브레이션과 정확한 딕션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타입이다. 기본 음역대가 높은 방탄소년단의 곡들 속에서도 그는 음역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감으로 곡의 정서를 끝까지 붙잡는다. '노래가 가슴을 울린다'는 평가가 따라붙는 이유다.
방탄소년단의 앨범에서 진의 목소리가 팀의 서사를 단단히 받치는 축이었다면 솔로 작업에서는 그 목소리가 곧 서사 그 자체가 된다. 군더더기 없이 감정을 정리해 건네는 방식은 그대로지만 시선은 더 개인에게 가까워지고 화법은 더 솔직해졌다. 진이 '보컬리스트'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설명하기 시작한 지점도 이 변화의 흐름 위에 놓인다.
진의 음악은 점점 자기 고백에 가까워졌다. 2019년 6월 FESTA 기간 공개된 자작곡 '이 밤'은 그 변화의 출발점에 놓인 곡이다. 반려동물을 떠올리며 만든 이 노래는 고음을 과시하기보다 서정적인 멜로디와 잔잔한 미성으로 감정을 눌러 담았다. 보컬라인 가운데 세 번째 자작곡이기도 했던 이 곡을 통해 진은 '노래를 잘하는 멤버'를 넘어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하는 보컬리스트'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첫 챕터는 2022년 10월 발표한 싱글 '디 애스트로넛(The Astronaut)'으로 열렸다. 콜드플레이와의 협업으로 완성된 이 곡은 팝 록 장르를 기반으로 잔잔한 어쿠스틱 기타와 점층적으로 쌓이는 신스 사운드가 어우러진다. 진은 이 곡의 작사에 참여해 아미를 향한 애정을 담았고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에 이어 다시 만난 글로벌 아티스트들과의 시너지는 '보컬리스트 진'의 존재감을 분명하게 각인시켰다. 그룹 안에서 보여준 얼굴과는 또 다른 결의 시작이었다.
이후 진은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건 앨범의 세계로 들어섰다. 2024년 11월 첫 솔로 EP '해피(Happy)'를 통해 '행복'이라는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선공개곡 '아일 비 데어(I'll Be There)'는 로커빌리 기반의 경쾌한 리듬 위에 '곁에 있겠다'는 메시지를 실었고 타이틀곡 '러닝 와일드(Running Wild)'는 영국 뉴웨이브 사운드를 바탕으로 진의 보컬 스펙트럼을 넓혔다. 원 오크 록과 테이크 댓 싱어송라이터 맥스 등과의 협업은 밴드 사운드를 향한 진의 애정을 분명히 드러냈다. '그리움에'처럼 팬들을 향한 곡에는 직접 가사를 쓰며 '행복'이라는 단어를 가장 진다운 방식으로 풀어냈다.
2025년 5월 16일 공개된 두 번째 미니 앨범 '에코(Echo)'는 그 연장의 선에서 한층 더 깊은 감정의 결로 나아간다. 타이틀곡 '돈트 세이 유 러브 미(Don't Say You Love Me)'를 비롯해 '낫띵 위드아웃 유어 러브(Nothing Without Your Love)' '루저(Loser feat. YENA(최예나))' '로프 잇(Rope It)' '구름과 떠나는 여행' '백그라운드(Background)' '오늘의 나에게'까지 총 7곡은 밴드 사운드를 중심으로 팝과 록의 스펙트럼을 넓힌다. 진은 이 앨범에서도 다수의 곡 작사에 참여하며 사랑과 이별 일상의 선택과 감정의 결을 담백하게 풀어냈다. 절제된 감정으로 남기는 울림은 앨범 제목처럼 오래 남는 '메아리'에 가깝다.
음악적 성과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돈트 세이 유 러브 미(Don't Say You Love Me)'는 지난 2월 3일 발매 이후에도 스포티파이에서 누적 8억 스트리밍을 돌파하며 꾸준한 소비력을 입증했고 진의 스포티파이 팔로워 수는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일본 Kstyle이 주최한 'Kstyle Awards 2025' 베스트 솔로 아티스트 1위, 멕시코 하우스 라디오의 '2025 K-POP 아티스트' 2년 연속 선정, '2025 아시안 팝 뮤직 어워드(APMA)'에서 '레코드 오브 더 이어(Record of the Year)'와 '톱 20 송즈 오브 더 이어(Top 20 Songs of the Year)' 동시 수상까지,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진은 단기 화제성을 넘어 꾸준히 소비되는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맏형이자 가장 담백한 방식으로 자신의 시간을 증명해온 보컬리스트. 진은 화려한 수식보다 오래 남는 목소리로 자신을 설명해왔다. 방탄소년단의 진으로 그리고 솔로 아티스트 진으로 이어지는 이 궤적은 '인물 탐구'가 그를 지나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