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인문학]고대의 여혐이 숨어있는, 한자 '혐(嫌)'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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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논설실장
입력 2019-07-2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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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에 있었던 서초동 노래방 건물 화장실 살해사건. 여혐으로 인한 '묻지마 범죄' 논란이 일었다.]

혐오의 혐(嫌)은 '싫어하다' '미워하다' '의심하다'라는 의미다.

이 한자는 여(女)와 겸(兼)이 합쳐져 있는데, '겸'은 소리(겸-혐)를 나타내는 것이고, '여'는 뜻을 드러내는 것이다. 여성의 어떤 성질이나 특징을 의미하고 있다는 얘기다.겸(兼)은 벼를 많이 쥐고 있는 모양을 형상화한 한자로, '무엇인가를 겸하다'라는 의미를 담는다. 남들보다 두 배로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뉘앙스를 종합해서 이 낱말의 의미를 짚어보면, '여성들이 드러내는 지나친 무엇'이 된다. 그 지나친 무엇은 싫어하는 일이나 미워하는 일이나 의심하는 일이다.이 글자는 마음 심(心) 변을 써서, 혐(慊)이라고도 쓰는데 즉 마음을 지나치게 쓰는 것이란 얘기다.

싫어함과 미워함과 의심함은 인간이 지니는 감정이지만, 그것이 과한 상태가 바로 '혐'이며, 그런 기질을 많이 지니고 있는 인간이 여성이라는 관점이다. 대개 고대 한자의 형성기에는 여성에 대한 인식이 낮았다. 여성이 지닌 태생적인 기질이나 성향을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일(간음할 간奸, 간사할 간姦 등)이 한자에는 비교적 흔했다.

이 혐(嫌)이 페미니즘이나 여성운동, 혹은 성소수자를 향한 조롱과 매도와 증오를 담는 요즘 세태는, 어쩌면 '혐(嫌)의 역설'처럼 느끼지기도 한다. 고대의 '편견'이 재림하는 데에는, 여성의 사회적 위상과 역할이 달라진데 따른 현상이라는 지적도 있기 때문이다.

  이상국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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