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日 경제산업성 관료가 말하는 '백색국가 제외'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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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호 IT과학부 부장
입력 2019-07-1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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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수출 절차 간소화'라는 우대 혜택이 주어지는 화이트국가(백색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법령 제정을 추진 중이다. 일본은 지난 4일부터 반도체 핵심 소개 3가지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에 나선 상태이며, 다음 단계로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시키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런 가운데, 일본 TV도쿄는 11일 호소카와 마사히코(細川昌彦) 전 경제산업성 국장과 백색국가 지정 관련 인터뷰를 방영했다. 호소카와씨는 1977년 통상산업성(현 경제산업성)에 입성한 후 무역국 안보무역관리과장, 통상정책국 미주과장, 무역관리부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과 통상교섭을 진행한 경력이 있으며, 경제산업성에서 가장 오랜 기간 수출관리 업무를 담당했다.

 

[일본 경제산업성 자료사진]


Q. 수출관리에서 우대받고 있는 화이트국가(백색국가) 말고도 블랙국가 또는 그레이(회색)국가라는 말이 있는지?

호소카와) 그런 말은 없는데, 굳이 표현하자면 무색(無色)이다. 한국이 화이트국가에서 제외되면 무색(보통)이 된다. ASEAN 국가와 인도, 멕시코 등과 동급이 된다.

Q. 화이트 국가의 의미를 알기 쉽게 설명해 달라.

호소카와) 통상적으로 해외로 수출되는 제품은 (안보 문제없이 적절하게 관리되고 있는지를) 개별로 심사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데, 화이트국가로 지정되면 절차와 수속에서 우대를 받게 된다. 화이트국가는 3년간 유효라는 허가만 받게 되면, 그 이후의 수출은 기업이 알아서 하게 되며 허가를 받을 필요도 없게 된다.

Q. 일본이 화이트국가로 지정한 나라는 얼마나 있는지?

호소카와) 27개국이다. 오스트리아, 벨기에, 불가리아, 체코,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독일, 그리스, 헝가리, 아일랜드,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폴란드, 포르트갈,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영국, 호주, 뉴질랜드, 아르헨티나, 미국, 캐나다, 한국이다.

Q. 화이트국가라는 용어는 다른 나라도 사용하고 있는지?

호소카와) 화이트국가라는 용어는 일본만 사용하고 있지만 비슷한 제도를 다른 나라들도 적용하고 있다. 세계적인 수출관리 시스템은 몇 십 년 전부터 구축됐는데 일본도 그 멤버에 속한다. 이 시스템에 포함되면 무기로 전용되지 않도록 수출을 관리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Q. 업계에선 화이트기업, 블랙기업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런 뜻으로 보면 되는지?

호소카와) 단순히 안보라는 측면 뿐만 아니라, 수출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 나라인지를 본다. 일본이 수출한 제품이 다른 위험국가로 흘러 들어가면 일본의 책임이다.

Q. 실제로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호소카와) 한국은 아쉽지만, ‘부적절한 사안’이라는 말로 표현되고 있다. ‘부적절한 사안’이란 말은 상대국이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군사 목적으로 전용되는 것을 의미한다. 또는 제3국(북한, 이란)으로 흘러 들어갔을 수 있다는 의미다. 내가 알고 있기론 최근 수 년 동안 1, 2건 정도가 아니라 상습화되어 있었던 것 같다.

Q. 이번에 수출규제가 강화된 레지스트, 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은 반도제 제조뿐만 아니라 무기제조에도 사용될 우려가 있다고 하는데?

호소카와) 화학무기로 사용되거나, 미사일, 레이더로 사용될 우려가 있다. 그동안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국가에서도 가장 우대해 왔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이 일본의 화이트국가와 같은 우대국으로 8개국을 지정하고 있는데 거기에 일본은 포함됐지만 한국은 들어가 있지 않다. EU에게 있어서 한국은 제2그룹으로 취급되는데, 이는 터키와 아르헨티나와 같은 지위다.

Q. 그럼 이번 일본 정부의 화이트국가 제외 조치는 EU가 한국에 적용한 수준으로 맞췄다는 것인가?

호소카와) 대부분의 나라가 수출 우대조치를 유지할지 여부를 두고 평소 그 나라와 협의한다. 그러나 한국은 최근 2~3년 동안 일본측의 협의에 응하지 않았다.

Q. 그런 부분도 한국에 대한 불신으로 연결됐나?

호소카와) 네. 상대국이 제대로 수출관리를 하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화이트국가 지정을 유지시키면 다른 나라와 형평성 문제가 생기고 항의가 들어온다. 일본은 국제적 의무를 다하기 위해 협의에 응하지 않고 있는 나라, 부적절한 사안이 일상화되어 있는 나라를 화이트국가 리스트에서 제외시킬 필요성이 생겼다.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Q. 미국 언론은 일본의 이번 조치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수법을 구사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는데?

호소카와) 그런 오해가 발생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의 화웨이 규제와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과 이번 조치가 동일시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국제 규범에 따라 행동한다는 게 일본의 입장이며, 일본은 국제사회를 향해 정당한 행위를 하고 있다는 점을 주장해야 한다.

Q. 한국은 WTO에 제소하겠다는 입장인데?

호소카와) 전 세계가 협조해 자유무역을 추진하자는 게 WTO가 추구하는 정신이다. 다만 안보라는 측면에서 예외적으로 수출관리를 엄격하게 할 수는 있다. 만약 이번 일본의 조치가 WTO 협정 위반이라면 다른 나라의 수출규제가 모두 위반으로 규정된다. 그래서 내가 볼 때 이번 일본 조치는 WTO 협정 위반이 아니라고 본다. 명백하다.

Q. 미국의 화웨이 제재와 미일무역마찰이 발생했을 당시 강경한 자세를 유지했던 미국을 떠올리면 안보문제를 사유로 든다는 게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호소카와) 미국은 강경자세를 취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안보문제를 걸고 넘어지지 않으면 WTO의 예외조치로 인정받지 못하고 협정 위반으로 규정되기 때문이다.

Q. 그런데 미국의 경우 국제사회에서 봤을 때 무리수를 두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관세 인상이 안보문제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반문하게 된다.

호소카와)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조치와 이번 일본의 조치를 동일시하면 안된다. 일본은 군용으로 사용될 수도 있는 위험한 물질이 위험국가로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위반이 될 수 없다.

Q. 중국은 희토류 수출을 규제했던 적이 있는데, 일본이 WTO에 제소해 중국이 패소했다. 최근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판결문제와 화기 관제레이더 조사 문제 등 ‘신뢰관계가 현저히 훼손됐다’는 이유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수출금지가 아니라 수출시 우대조치를 해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 아닌가?

호소카와) 강제징용 판결 문제가 배경에 있지만 직접적인 이유가 아니다. 이유는 한국의 수출관리에 있다. 그리고 소재 수출을 금지하겠다는 게 아니라 수출의 허가절차를 변경한다는 조치다. 국제규범에 맞춰 냉정하게 대처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Q. 한국에 대한 수출량을 줄이거나 금지시킨다는 조치도 나올 수 있나?

호소카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일본은 법치국가이기 때문에 수출품이 제3국에 흘러 들어갈 위험이 있다는 증거가 없으면 불허하지 않는다.

Q. 확실한 증거가 있을 때 조치를 한다는 것인가?

호소카와)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면 불허할 수는 있다. 그 이외는 금지하지 않을 것이다. 통상적 수출을 정부가 불허한다면 기업이 소송을 걸기 때문이다.

Q. 중국 희토류 사태 때는?

호소카와) 그 때는 완전히 수출금지였다. 수출을 금지한 이유도 센카쿠 문제였기 때문에 지금과 완전히 의미가 다르다.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강제징용 판결문제로 인해 양국 간 신뢰관계가 무너졌다는데 있다. 그러나 그 부분을 전면에 내세우게 되면 진정한 이유가 가려지게 된다. 강제징용 판결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게 되면 중국이 취한 희토류 수출금지와 동일시될 것이다. 실제로 해외 언론들의 보도는 그런 논조가 많다. 국제사회에 어떻게 어필해 나갈지가 관건이다.

Q. 한국과 일본은 언제까지 가깝고도 먼 나라 인가?

호소카와) 관계 개선이 어렵기 때문에 이번 조치에 이르게 됐다. 물론 앞으로 한국이 수출 관리를 제대로 하고 부적절한 사안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증을 일본이 갖게 되면 개선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 상황을 보면 기대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Q. 이제까지 일본은 목소리를 내지 않고 한국이 태도를 변화시키길 기다리는 게 기본적 자세였다. 그러나 이제 일본 정부는 할 말은 하겠다는 태도로 바뀐 것인가?

호소카와) 수출관리에 있어서 제대로 된 대응을 한국에게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Q. 문재인 정권을 보면, 지지율을 의식한 나머지 보복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된다. 그런 경우 한국은 WTO에 대한 제소, 전략물자의 수출제한, 일본제품의 수입규제 등을 들고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호소카와) 만약 한국이 보복조치로 나온다면 일본도 WTO에 제소하면 된다. 일본이 이길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번 부적절한 사안을 국제사회에 잘 설명해 나가면 될 것 같다. 대상품목이 더 이상 늘어나는 일은 없다고 본다.

Q. 그런데 왜 일본 정부는 G20가 끝난 후 이번 조치를 발표했을까? 참의원 선거 직전이라서 많은 억측이 나오고 있다.

호소카와) 그래서 내 생각은 조금 더 일찍 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 타이밍에서 조치를 발표하면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 G20이 다가오고 있었다는 점과 강제징용 판결문제 해결책에 대한 답변을 기다리느라 이 시점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Q. 이번 조치는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소재 3품목이 대상이었는데, 앞으로 품목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나?

호소카와) 없다고 생각한다. 부적절한 사안에 해당되는 것은 이 3가지 품목에 집중되고 있었다. 이 3가지 품목은 일본이 공급국가이기 때문에 수출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줄 의무가 있다.

Q. 국가 간 대립으로 부담이 야기되는 쪽은 언제나 기업이다. 앞으로 어떤 영향일 있을 것으로 보는지?

호소카와) 한국과 일본은 그동안 간소화된 수속을 전제로 판매계획과 생간계획을 세워왔다. 개별심사로 바뀌면 수속에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심사에 90일이 걸린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90일은 표준이고 현실은 4~5주 정도다.

Q.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메모리 DRAM 생산에 지장이 발생할까?

호소카와) 없다고 본다. 처음에는 수출하는 일본 기업도 수속에 익숙치 않기 때문에 혼란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져서 부담이 줄어들 것이다.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한국에 한해 부담을 주는 조치가 아니라, 다른 나라와 똑같은 절차를 밟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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