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일본發 경제보복에 정부 '6兆 긴급탄알' 처방…'언 발에 오줌 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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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 기자
입력 2019-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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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對韓 수출규제 오늘 발동…정부 日경제보복 하루 전 대응책 제시

  •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에 1조원…일반 소재·부품·장비에 5조원 각각 투입

  • 김상조 "5대 그룹과 소통·협의 중"…靑 "WTO 제소 확실한 입장 갖고 대응"

  • 장기전 땐 한·일 무역전쟁으로 비화…핫라인 복원 등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일본발(發) 경제 보복의 공포를 막아라." 정부가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대응책으로 6조원을 긴급 투입한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에 1조원, 일반 소재·부품·장비에 5조원의 예산을 각각 투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가 일본발 경제보복 발동(4일) 하루 전에 대응책을 내놓은 데다, 최소 100개에 달한다는 일본의 추가 보복 카드에 대한 '플랜 B'도 없어 비판 여론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일본은 '비자 제한' 카드로 으름장을 놓고 있다.

특히 정부가 3일 법률 검토에 착수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카드는 되레 강대강(强對强) 대치 구도만 고착시킬 수도 있다. 미·중 무역분쟁에 버금가는 한·일 무역전쟁으로 확전, 양국이 '승자 없는 게임'에 갇힐 수도 있는 셈이다. 이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하나씩 터질 때마다 대책을 세운다"고 비판했다. 

◆日 참의원 선거 공시일에 맞춰 경제보복 발동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반도체 제조 등에 필요한 핵심 소재 등의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함에 따라 국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의 타격이 우려된다. 사진은 2일 오후 텔레비전 매장이 모여 있는 용산전자상가. [사진=연합뉴스]


당·정·청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에 2020년부터 10년간 1조원을, 일반 소재·부품·장비에 2021년부터 6년간 5조원을 각각 투입하기로 했다. 

그간 '뒷짐 논란'에 휩싸였던 청와대도 5대 그룹과 협의 사실을 알리며 무대응 논란을 차단하고 나섰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반도체 부문장) 등과 관련 대응책을 논의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5대 그룹 등에 직접 연락해 국익을 위해서 정부와 재계가 함께 소통·협력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부의 이번 대책이 일본발 경제 보복의 근본적인 대응책이 아닌, 앞서 발표한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의 연장선이라는 점이다. 이는 정부도 인정했다. 산업부가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인 부품소재 경쟁력 대책도 마찬가지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정부의 6조원 처방책에 대해 "실질적인 대책이 아니다. 일본의 수출 규제는 한국 기업만이 아니라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 국가와 연결된 문제"라며 "양국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반도체 등의 세계 공급망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소재부품 재고량은 최대 3개월에 불과하다.

◆靑 "5대 그룹과 소통"··· WTO 맞불 땐 한·일 무역전쟁
 

3일 당·정·청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에 2020년부터 10년간 1조원을, 일반 소재·부품·장비에 2021년부터 6년간 5조원을 각각 투입하기로 했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일본이 참의원 선거 공시일에 맞춰 발동한 수출규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반도체 소재인 '포토레지스트(감광액),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세 가지 품목에 대한 포괄적 수출 허가를 '개별 수출 허가(신청∼심사 90일가량 소요)'로 변경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외환 및 외국무역법상 우대제도인 '제3의 국가(화이트국가) 카테고리'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내용이다. 이는 7월 한 달간 의견수렴한 뒤 결정한다. 다만 일본의 고유 권한인 만큼 추가 보복 가능성은 크다.

일본 수출 규제 품목의 대일 의존도가 최대 94%(포토레지스트 91.9%·에칭가스 43.9%·플루오린 폴리이미드 93.7%, 한국무역협회 1∼4월 조사)에 달한 점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인 충격파는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정부가 일본발 경제 보복의 대책으로 제시한 '수입 다변화' 등이 단기적으로 현실화하기 어려운 이유다.

우리 정부가 현재 손에 쥔 카드는 'WTO 제소' 정도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WTO 제소 등에 대해서는 확실한 입장을 갖고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자국 내에서도 일본발 경제 보복이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제1조인 최혜국 대우(양국 간 체결된 상호 협정에 따라 무역기회를 평등하게 보장하는 조항) 위반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지만, 문제는 '실효성'이다.

WTO의 상소기구 판정까지 걸리는 기간은 통상적으로 2∼3년 정도다. 세탁기에 대한 반덤핑 결과도 3년 이상 소요됐다. 정부가 단절된 한·일 소통 라인을 회복,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박 회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발 정치가 경제를 좀 붙들어줄 것은 붙들고, 놓아줄 것은 놓아줄 때가 아니냐"고 꼬집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1일 한국으로의 수출관리 규정을 개정해 스마트폰 및 TV에 사용되는 반도체 등의 제조 과정에 필요한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딜라이트 샵 모습.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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