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식 베트남 축구감독, '더블 우승'으로 동남아 축구 역사 새로 쓰다

  • U-23·국가대표 연속 제패, 실리주의 전술 빛났다…SEA 게임 금메달까지 도전

김상식 감독 베트남 축구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사진베트남축구연맹
김상식 감독, 베트남 축구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사진=베트남축구연맹]


김상식 감독이 베트남 축구를 이끌며 1년여 만에 23세 이하(U-23)과 성인 대표팀을 모두 동남아 정상에 올려놓았다. 실리적인 전술과 깜짝 카드 활용이 주효한 가운데 오는 12월 SEA 게임 33회 대회에서도 금메달이 기대된다.

30일 베트남 현지 매체 Z뉴스(Znews)에 따르면 베트남 U-23 축구대표팀이 29일 밤 인도네시아 붕카르노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세안 U-23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U-23 인도네시아를 1대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전반 35분 터진 신예 공격수 응우옌꽁프엉(Nguyen Cong Phuong)의 결승골이 승부를 갈랐다. 이로써 베트남 U23은 대회 3연패를 달성하며 역대 최다 우승팀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이번 승리로 김상식 감독은 동남아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성인대표팀과 U-23대표팀을 모두 정상에 올린 지도자가 됐다. 그는 지난해 ‘아세안컵(ASEAN Cup) 2024’에서 베트남 성인대표팀을 우승으로 이끈 데 이어 이번에 U23 대회까지 제패하며 ‘더블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축구 전문가들과 팬들은 김 감독이 오는 12월 열리는 제33회 동남아시아 경기대회(SEA Games 33)에서 금메달까지 노리며 ‘3관왕 감독’으로 도약할지 주목하고 있다.

김 감독은 부임 이후 화려한 공격 축구보다는 결과 중심의 실리적 축구 철학을 강조해왔다. 경기 전 선수와 전략에 대한 정보 노출을 최소화하고, 예상 밖의 선수 기용으로 상대를 흔드는 ‘깜짝 카드’ 활용이 트레이드마크다. 지난해 아세안컵 결승전에서는 베트남 대표팀을 한국으로 데려가 비공개 전지훈련을 진행하며 전력을 숨겼고, 결승전에서 기대치가 낮던 공격수 팜뚜언하이(Pham Tuan Hai)를 선발로 투입해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이번 U-23 대회에서도 그는 같은 전략을 구사했다. 본선 내내 팀 전술과 선발 명단을 철저히 감춘 채, 바리어붕따우(현 호찌민시 관할)에서 언론의 관심이 적은 훈련장을 선택해 집중력을 높였다. 결승전에서는 팀 내 최연소 선수인 응우옌꽁프엉을 과감히 선발 출전시켰고, 이 ‘깜짝 카드’가 결승골을 터뜨리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김 감독이 이끄는 U-23 대표팀은 전술적으로 5-4-1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안정된 수비와 간결한 역습에 초점을 맞췄다. 점유율은 상대보다 낮았으나, 선수들이 조직적인 간격을 유지하며 압박과 커버플레이를 완벽히 수행했고, 한 번의 결정적 기회를 놓치지 않는 실리적인 플레이로 승리를 챙겼다.

전문가들은 김 감독의 강점으로 ‘화려한 플레이가 아닌 팀워크 축구’를 꼽는다. 베트남 대표팀은 외국인 귀화선수를 활용하는 다른 동남아 강팀과 달리 순수 자국 선수로만 구성됐음에도, 끈끈한 조직력과 철저한 전술 수행으로 정상에 올랐다. 이는 김 감독이 선수단 내 경쟁을 유도하면서도, 결정적 순간에 믿음을 주는 ‘승부수’ 전략이 적중한 결과로 평가된다.

팬들은 때로 더 화려하고 공격적인 축구를 원하지만, 김 감독은 “결국 기억되는 것은 승리”라는 현대 축구의 현실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불과 1년 사이 미쓰비시컵과 U-23 대회를 모두 석권한 그의 지도력은 실리적이지만 냉철하고, 무엇보다 ‘승리하는 축구’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번 U-23 우승은 베트남 청소년 축구의 동남아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했으며, 김상식 감독이 베트남 축구를 한 단계 끌어올릴 전략적 지도자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 다가올 동남아시안게임(SEA Games) 33에서 베트남 대표팀이 세 번째 금자탑을 쌓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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