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필요하니 사야죠” 日불매운동 확산에도 끄떡없는 무인양품·유니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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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입력 2019-07-09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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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인양품, 20% 할인코너 인기…“유니클로에만 파는 옷이니까”

  • 탑텐, 김구선생 등 '광복절 티셔츠' 애국마케팅으로 반사이익

일본의 경제 보복에 맞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지만, 8일 서울 종로와 명동 일대의 일본계 패션브랜드 매장에선 이런 기류를 감지하기 힘들었다. 오히려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무인양품’과 ‘유니클로’에는 평일임에도 사람들이 몰렸다. 

“SALE 20% OFF”. 이날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영풍문고에 입점한 무인양품(MUJI) 매장에서 할인 문구가 보이자 사람들은 너도나도 물건 고르기에 바빴다. 대부분 무인양품이 일본 기업이며,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사회적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는 분위기였다.

작가 지망생 이효민씨(27)는 “최근 불매운동이 있어도 무인양품 볼펜이 품질도 좋고 대학생 때부터 쭉 써오던 물건이어서 사려고 한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홍수민씨(23)도 “유튜브에서 무인양품 수납함이 좋다고 해서 구매하러 왔다”며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동감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필요한 것만 최소한으로 구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8일 서울 종로구의 무인양품(MUJI) 영풍종로점 매장에 세일을 알리는 포스터가 걸려있다.[사진=조아라 수습기자]


같은 날 롯데쇼핑이 49%의 지분을 보유한 일본계 SPA(제조·유통 일괄 의류) 브랜드인 유니클로 매장 분위기도 비슷했다. 유니클로도 이날 여름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대학생 김욱진씨(24)는 “유니클로 제품이 저렴한 데다가 여기서만 파는 옷이 있어서 불매운동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구매한다”며 쿨링 소재로 된 옷 두 개를 집어들었다.

이런 분위기는 단순히 반일 감정에 휩쓸리기 보다는 개인의 가치 추구 양상이 뚜렷해진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성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유니클로·무인양품 등은 그동안 수차례 반일 감정이 끌어오를 때마다 위기를 넘겨왔다. 특히 지난 2005년 한국에 들어온 유니클로는 ‘일본 브랜드’라는 수식어를 뛰어넘어, 한국 SPA 시장에 절대 강자로 올라섰다. 현재 30%대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 브랜드 관계자들은 일단 매출에 심각한 타격은 아직 감지되지 않은 만큼, 추이를 지켜보며 대응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일본제품 불매운동 영향이 무지 영풍종로점 직원은 “매장을 찾는 사람의 숫자가 조금 줄긴 했지만, 매출을 걱정해야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말했다. 유니클로 관계자 역시 “이번 불매운동과 관련해선 해 줄 말이 없다는 게 공식적 반응”이라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8일 서울 중구 유니클로 명동중앙점 입구에 여름세일을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있다.[사진=조아라 수습기자]


일본 브랜드들이 뭇매를 맞는 사이 국내 토종 브랜드들은 ‘애국 마케팅’으로 반사이익을 노리고 있었다. 신성통상이 운영하는 SPA브랜드 ‘탑텐’이 대표적이다.

같은 날 찾은 탑텐 명동 2호점에선 오는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내놓은 ‘광복절 캠페인 티셔츠’를 구매하러 온 고객들을 다수 만날 수 있었다. 앞면엔 광복을 이룬 해인 ‘1945’가, 뒷면에는 김구· 윤동주 등의 작품 글귀나 인물 설명이 적힌 디자인의 티셔츠를 사기위해 사람들이 몰렸다.

광복절 캠페인 티셔츠를 입고 매장에 방문한 이지형씨는 “아무래도 시기가 시기인 만큼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며 “집에 같은 티셔츠가 2장 있는데 더 구매하고 싶어 매장에 방문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루에 1~2장 팔리던 광복절 티셔츠는 일요일인 지난 7일 탑텐 명동2호점에서만 약 40장이 팔렸다. 김구 선생과 태극기가 그려진 티셔츠가 가장 인기다. 광복절 캠페인 티셔츠를 사기 위해 탑텐에 들르는 ‘목적구매’ 손님이 급증했다는 게 탑텐 측 설명이다.

김진영 탑텐 명동2호점 점장은 “광복절 티셔츠가 처음 입고됐을 때는 판매가 잘 안 될 것 같아 거의 포기상태였다”면서 하지만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확산하면서 광복절 티셔츠가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탑텐 측은 향후에도 “한국 시장에 파고드는 일본 SPA브랜드를 견제하기 위해 그에 못지않은 소재 개발과 아이템으로 당당히 경쟁하겠다”고 강조했다.
 

8일 서울 중구 탑텐 명동2호점 매장에 오는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내놓은 '8.15 캠페인 티셔츠'가 진열돼있다.[사진=조아라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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