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만도 협상카드로…日언론 "미중 '불안정한 안정' 시작"

  • 아사히 "대만 무기 판매, 중국과 사전협의 안 한다는 관행 흔들 수도"

  • 닛케이 "전략적 안정 속 최대 변수는 대만"… 요미우리 "G2 발언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마련된 만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마련된 만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베이징 정상회담을 두고 일본 언론은 미중관계가 일단 충돌을 피했지만, 대만 문제를 둘러싼 불씨는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중국과의 협상 카드로 삼을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미국의 기존 대만 관여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중 양국이 겉으로는 '안정'을 말했지만, 일본 입장에서는 대만과 공급망, 미중 대국 간 거래가 맞물린 불안한 안정 국면이 시작됐다는 평가다.

아사히신문은 16일 트럼프 대통령이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대만 무기 판매를 두고 "중국에 달렸다. 우리에게 매우 좋은 협상 재료"라고 말한 데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기 판매 승인 여부에 대해서도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명확한 답을 피했다. 아사히는 이 발언이 대만 무기 판매를 중국과 사전 협의하지 않는다는 역대 미국 행정부의 관행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사히가 특히 문제 삼은 것은 1982년 레이건 행정부가 대만에 제시한 '6개 보장'이다. 그중 하나는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계획을 중국과 사전에 협의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이후 미국의 대만 정책에서 중요한 관행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1980년대는 꽤 오래전"이라며 이 관행에 무게를 두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대만 무기 판매를 중국과의 거래 대상으로 삼을 경우, 미국의 대만 안전보장 약속 자체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도 17일 미중이 '건설적 전략적 안정 관계'를 내세웠지만, 대만 문제가 최대 불씨로 남아 있다고 짚었다. 중국이 말하는 안정은 미국이 대만 문제에서 중국 입장을 존중하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도 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잘못 처리하면 "양국은 대립·충돌하고, 중미관계를 극히 위험한 지경으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닛케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무기 판매를 중국과의 협상 카드처럼 언급한 점에 주목했다. 미국이 무기 판매를 실행하면 중국이 반발하고, 반대로 이를 보류하면 대만과 일본의 불안이 커질 수 있어 대만 문제가 미중관계 안정론의 최대 불씨로 남았다는 분석이다.

일본 언론은 미중 정상회담의 성과보다 그 이면을 더 주목했다. 아사히는 이번 회담을 "불안정한 안정"으로 규정했다. 관세와 수출규제 문제에서 양국이 정면충돌을 피했지만, 이는 갈등이 해소됐기 때문이 아니라 희토류와 첨단기술 등 서로가 상대의 급소를 쥐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아사히는 이를 1970년대 미소 냉전기의 긴장완화, 이른바 데탕트에 비유하면서도 "역사가 보여주듯 데탕트는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이번 회담의 실질적 성과는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훌륭한 무역 합의"를 강조했지만, 구체적으로는 중국의 대두 수입 확대와 보잉 항공기 발주 등에 그쳤다는 것이다. 요미우리는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개인적 친밀함을 과시한 점에 주목했다. 베이징 중난하이 정원을 함께 산책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정말 가까워졌다"고 말하는 등 양국 정상 간 관계 강화가 부각됐다는 것이다.
 

G2


특히 요미우리가 우려한 대목은 트럼프 대통령의 'G2(주요 2개국)'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을 "두 위대한 나라"라고 부르며 다시 "G2"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요미우리는 이 표현이 미국과 중국을 동등한 초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함께 자국 이익을 우선하는 국제질서를 추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의 이해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채 미중이 대국 간 거래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부각된 셈이다.

중국이 이번 회담을 통해 시간을 벌려고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요미우리는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와의 충돌을 미루고, 부동산 침체와 소비 부진에서 벗어날 시간을 확보하려고 한다고 봤다. 아사히도 중국이 미국산 제품 구매 확대 같은 낮은 수준의 요구에는 응하면서도 이란 정세 등에서 구체적 행동 약속은 피했다며, 이번 회담이 중국 주도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아사히는 중국 내에서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과 대등하게 교섭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흐름은 일본에도 부담이다. 아사히는 미국을 포함한 각국 정상과 기업인들이 중국을 찾는 동안, 일중관계는 대화가 끊길 정도로 냉각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외교와 경제 양면에서 일본이 소외된 채 미중이 손을 잡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대만 문제에서 미국이 중국과 거래할 가능성, 공급망을 둘러싼 미중의 시간 벌기, 트럼프 대통령의 G2식 대국 외교가 모두 일본의 선택지를 좁힐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주요 언론은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단순한 관계 개선으로 보지 않았다. 미중이 관세전쟁 재점화를 피하고 대화를 이어가기로 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 안정은 대만 문제와 공급망 의존, 중국의 시간 벌기, 트럼프식 거래 외교라는 불안 요소 위에 서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만 무기 판매가 중국과의 협상 카드로 다뤄진다면, 미중관계의 안정은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안보에 오히려 새로운 불안정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일본 주요 언론은 주목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2026_외국인걷기대회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