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日불매 50일 ‘유파라치’ 두려워…매장문턱도 못 넘는 소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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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입력 2019-08-20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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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니클로, 무인양품 곳곳 빈 장바구니만 계산대마저 휑해

  • ABC마트, 신발 편집숍서 원스톱 쇼핑 즐기려는 고객 많아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50일을 넘기면서 장기화 되자, 소비자들은 불매의 타깃이 되는 매장에 들어가는 것조차 꺼리고 있다.

구경만 해도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등 유니클로 감시단 유파라치(유니클로 파파라치)까지 등장하면서 소비자들도 매장 들어가는 것에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서울 중구 유니클로명동중앙점 계산대에는 계산하는 사람없이 텅 비어있다. [사진=조아라 기자]

◆유니클로 매장 밖은 시끌, 내부는 고요

“진짜 한 명도 없네!” “유니클로 옷을 누가 사?” “곧 망하지 않을까?” 19일 오전 유니클로 광화문D타워점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텅 빈 매장을 향해 한마디씩 던졌다.

유니클로 앞을 지나가는 사람 모두 매장에는 들어가지 않고 지나치며 불매운동에 관한 이야기만 오갔다.

유니클로 광화문D타워점 앞에서 만난 직장인 최유리씨(30·여·가명)는 “회사가 광화문 근처에 있어 점심시간을 이용해 자주 왔었는데, 불매운동 이후에는 매장에 들어가는 것조차 눈치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19일 유니클로 광화문D타워점 앞에서 관찰해본 결과 30분 동안 매장을 방문한 사람은 2명뿐이었다. 하지만 이들 모두 매장 방문이 제품 구매까지는 이어지지 않았고, 매장을 둘러보는 것에만 그쳤다.

매장에 들어서자 휑한 분위기 속에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십시오’라고 인사하는 점원 목소리만 가득했다. 일행과 함께 어떤 옷이 어울리는지, 사이즈는 괜찮은지 서로 확인해주는 등 대화는 없었다.

19일 오후 방문한 유니클로 명동중앙점도 광화문D타워점과 비슷한 한산한 분위기였다.

외국인 관광객 등 유동인구가 많아 북적이는 명동거리와 달리 유니클로 명동중앙점은 텅텅 비어있었다.

 

19일 서울 중구 유니클로 명동중앙점 입구에 장바구니가 쌓여있다.[사진=조아라 기자]

유니클로 명동중앙점을 찾은 소비자는 대부분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언어가 잘 통하지 않는 외국인 관광객은 구매하고 싶은 종이에 적어온 제품명이나 핸드폰에 있는 제품 사진을 점원에게 내밀어 보였다. 점원 대부분 외국인 관광객에게 제품 위치를 안내해주거나, 진열 업무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가족과 한국에 여행 온 중국인 호연(48·남)은 “명동에 있는 유니클로인데 사람이 적어서 깜짝 놀랐다”며 “여유 있게 쇼핑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물건을 구매할 소비자가 없다 보니 계산을 담당하는 점원은 계산대 위에서 흐트러진 옷을 가져와 접어 재진열하는 업무를 하고 있었다.

옷을 입어볼 수 있는 피팅룸도 기다리는 사람 없이 한가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옷을 입어보고 싶다고 하자 점원은 비어있는 피팅룸으로 바로 안내했다.

매대에는 판매되지 않은 여름 옷과 새롭게 출시된 가을·겨울 제품이 서로 뒤섞여 있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자 ‘가격 인하’ ‘기간 한정 가격’ 등 빨간 바탕에 흰 글씨로 써진 가격 할인을 알려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새로 나온 가을·겨울 제품을 제외하고 여름 옷 대부분은 가격 할인 행사 중이었다.

매장 중간마다 있는 흰색 장바구니는 성인 여성 키 절반만큼 높게 쌓여있었다.

인근 탑텐 매장에는 쌓여있는 장바구니가 거의 없거나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이 든 장바구니에 티셔츠와 바지 등이 산처럼 쌓여있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아베마트'라더니...ABC마트 방학시즌에 북적

일명 '아베마트'로 또 다른 불매운동의 표적이 된 ABC마트의 사정은 유니클로와는 좀 달랐다. ABC마트 명동중앙점은 유니클로 명동중앙점에 비해 비교적 많은 사람이 들고나고 있다.

ABC마트는 수십개의 브랜드 제품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신발 편집숍이다. 여러 매장을 돌아다닐 필요 없이 한 매장에서 비교와 구매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은 소비자에게 이점이다.

이런 편리함 때문에 지속되는 불매운동에도 소비자를 매장으로 들어오게 했다.

외국인 관광객만 있었던 유니클로 명동중앙점과 달리, ABC마트는 외국인 사이에서 우리나라 소비자도 이따금 눈에 띄었다.

ABC마트를 찾은 윤정혜씨(33·여·가명)는 “신발은 직접 신어보고 사야 하는데 ABC마트에 오면 여러 브랜드 운동화를 신어보면서 비교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19일 서울 중구 ABC마트 명동중앙점을 찾은 사람들이 신발을 고르고 있다.[사진=조아라 기자]

또한 패션에서 불매 운동하면 ‘유니클로’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도 ABC마트가 불매운동 직격탄을 피한 이유 중 하나다.

유니클로는 매장 주변에서 방문객을 촬영해 SNS에 올리는 등 불매운동을 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관심이 뜨겁다.

유니클로하면 사지 말아야 할 일본제품이라는 인식과 달리 ABC마트는 상대적으로 일본 제품인 것을 모르는 소비자가 많았다.

명동거리에서 만난 최서진씨(39·여·서울 강서구)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지만, ABC마트가 일본 브랜드인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무인양품, 서점 바로 옆 매장에는 들어서지 않아 

19일 방문한 무인양품(MUJI) 영풍종로점은 조용했다.

이 매장은 영풍문고 종로본점 내에 위치해 있지만, 서점을 찾은 사람 수와 비교해 무인양품 매장에 들어오는 소비자는 적었다. 지하 1층과 2층, 두 개 층에 무인양품 매장이 있음에도 찾는 사람이 없이 휑했다.

매장에는 오와 열을 맞춰 상품을 진열하는 점원뿐이었다. 계산대 4개도 사람 없이 텅 빈 채 점원만 자리에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19일 서울 종로구 MUJI 영풍종로점 계산대에 사람이 없이 휑한 모습이다. [사진=조아라 기자]

매장을 찾은 소비자는 대부분 50~60대 중장년층이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는 만큼 SNS를 주로 사용하는 20~30대 젊은 층은 무인양품 매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편 무인양품 볼펜은 필기감이 좋아 젊은 소비자 SNS에서 인기다. 하지만 무인양품 필기구 코너에서는 찾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이 텅 비어 있었고, 볼펜만 매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반면 같은 시간 지하 1층에 있는 영풍문구 내 필기구 코너에는 5명이 구매할 볼펜을 고르고 있었다.

이예은씨(23·여·서울 은평구)는 “즐겨 쓰던 일본산 제품을 다 써서 새로 구매하려고 방문했다”며 “불매운동 때문에 국산 볼펜을 골라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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