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기부 투명화는 대세…공개하지 않으면 망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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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훈 기자
입력 2019-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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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단체 ‘케어’가 최근 동물 보호가 아닌 안락사 시켰다는 뉴스에 많은 사람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케어는 지난해 국내 최대 기부포털인 '네이버 해피빈'에서 1억9000만원을 모금했다. 동물 단체 중 최대금액이다.

선의의 기부자들도 이 사태를 보면서 ‘내가 낸 기부금은 제대로 쓰이고 있을까’, ‘기부금이 기부 단체만 먹여 살리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는 기부를 한 번이라도 해본 국민이라면 누구나 생각해봤을 질문이다.

이에 대해 국내 비영리단체(NPO) 정보를 제공하는 한국가이드스타 권오용 상임이사는 단호하게 말했다. "앞으로 돈을 어디다 썼는지 밝힐 수 없는 곳은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권 이사는 안경을 고쳐 쓰면서 집중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정치자금, 경제 효율, 사회 복지까지 모든 곳에서 투명성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이번에 사립유치원이 회계시스템(에듀파인)을 도입한다고 하니까 반발이 심한 것을 보라. 결국엔 비영리단체의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아니면 아무도 기부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1955년생인 권 이사는 38년간 기업 홍보·기획 업무를 담당한 '홍보의 달인'이다. 전경련, 금호아시아나, KTB네트워크, SK, 효성 등이 그가 거쳐 간 기업이다. 그는 인생 후반 30년은 한국의 투명한 기부문화를 만드는 데 전념하겠다고 했다. 한국가이드스타는 6년 전부터 상임이사를 맡고 있으며, 지난해 12월부터는 본격적으로 활동에 나서고 있다.
 

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한국가이드스타의 설립 취지와 그동안의 성과는?

한국가이드스타는 ‘기부자가 현명한 기부를 할 수 있도록 NPO 정보를 공정하게 생산하고 투명하게 제공해 대한민국 기부문화를 혁신’하는 것을 미션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가이드스타는 ‘NPO 정보’를 ‘공정하게 생산하고’ ‘투명하게 제공’하고자 한다.

한국가이드스타는 공익법인들이 국세청에 공시한 결산서류 데이터를 받아 이를 기부활성화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공익법인이다. 공익법인은 비영리 단체 하위 개념으로, 공익적인 사업을 수행하는 곳을 말한다.

한국가이드스타는 공익법인의 기관정보, 회계정보, 평가정보(정량평가), 리뷰정보(정성평가)를 공개하고 있다. 투명한 기부문화를 위해 공익법인 제도개선 등 활동도 하고 있다.

-한국가이드스타에서 공익법인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평가하는 기준은?

기부자들이 기부의사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기본적으로 비교해 볼 수 있는 정보는 기부단체의 투명성과 운영효율성이다. 한국가이드스타는 비영리단체가 회계정보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했느냐를 확인해 투명성을 판단하고, 실제 국세청에 공시한 회계정보 및 외부감사회계보고서 등을 참고해 효율성 및 재무안정성을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법인, 의료법인은 일반적으로 자선사업을 영위하는 공익법인과 그 특징을 달리하므로 평가에서 제외하고 있다. 설립 2년 미만, 기부금수입 3000만원 미만의 소규모 단체들과 외부회계감사를 받지 않았다고 보고한 법인은 평가에서 제외하고 있다.

또한 평가정보가 불충분한 기업 평가도 하지 않는다. 최종적으로 공시연도 2018년 기준, 국세청에 의무공시한 공익법인 9000여개 중 이들을 제외한 333개 공익법인만이 평가 대상이 되었다.

평가지표는 투명성지표 12개, 효율성지표 12개, 총 24개의 지표를 토대로 별 3점을 받은 만점단체만 공개하고 있다.

-매년 공익법인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평가해 공개하고 있는데 이런 평가 공개로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만점법인의 수는 공시연도 2017년 94개에서 지난해 143개로 늘어났다. 이는 비영리 및 공익법인 스스로가 기부금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또 효율적으로 사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2018년 의무공시 공익법인(9216개) 총자산은 245조8739억원, 총 기부금은 6조4851억원이다. 143개 만점법인의 총자산은 4조4321억원, 총 기부금은 1조168억원으로 의무공시 공익법인 전체 대비 총자산은 약 2%, 총기부금은 약 16%를 차지했다.

처음 한국가이드스타가 평가를 실시했을 때 좋은 일 하는데 왜 자료를 일일이 공개해야 하고 평가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반감이 있었다. 최근에는 일부 공기업과 사기업에서 투명성 평가지표를 활용할 정도로 달라졌다.

-한국가이드스타 설립 이전에는 기부자들이 비영리 공익법인의 투명성 여부를 어떻게 알 수 있었나?

이전에는 단체가 공개하는 정보에만 의존했다. 규모가 큰 일부 법인을 제외하고는 법인의 정보를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법인은 거의 없었다. 비리, 횡령 등 큰 사건이 터져야만 단체의 문제를 알 수 있었다

-최근 우리나라 기부참여율은 어떤가?

우리나라 연간 기부금 규모는 약 12조9000억원으로 매년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 자선지원재단인 CAF(Charitable Aid Foundation)에서 2018년 10월 발표한 세계기부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00점 만점에 34점, 146개국 중 60위를 차지했다. 세계 10위 경제 국가와 어울리지 않는 부끄러운 수치이다.

세계기부지수는 CAF가 지난 1개월 사이에 낯선 사람을 도와준 점수, 기부 경험 점수, 자원봉사 시간 점수 등을 종합적으로 집계해 산출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기부를 하지 않는 이유는 ‘기부금 사용처가 투명하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60.7%로 1위다. 기부자도 61.7%가 제대로 썼는지 알 수 없다고 답했다. 결국 투명성이 핵심이다. 기부금의 쓰임새를 투명하게 알 수 있다면 국력에 걸맞은 만큼의 기부순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공익법인의 공공성과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려면 추가적으로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

비영리기관 관련 법률 규정과 시스템이 비교적 잘 정비된 미국도 모금사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선한 기부자를 타깃으로 한 비리와 사기행각은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느 곳에서나 일어난다.

정부의 감독만으로 비영리 비리 및 사기 행각을 방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최근 신종사기 수법들이 다양화 되고 지능화 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영리 중간지원기관, 언론, 기관 관계자 그리고 기부자에 의한 사회 전반적인 감시체계의 확립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대중 감시체제 구축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고 관련기관들과 협업 한다면 보다 효과적으로 가짜 자선단체의 위법행위를 방지하고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최근 일부 기업이 공익법인을 경영승계 목적을 위해 악용하고 있다는 공정위의 발표가 있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며 그 해결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기업소속 공익법인들뿐만 아니라 모든 공익법인들이 사회 공헌 활동을 열심히 하더라도 지배구조 즉 이사회가 내·외부 압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지 못하도록 구성되어 있다면 공익법인 설립 의도에 의심을 받게 된다.

이상적인 공익법인 이사회는 경영진에게 사업의 방향과 전략을 인도하는 조력자이며, 최고의사결정자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이사회를 누구로 구성해야 하며, 의무와 권한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관해 규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신탁 이사회를 구성하는 것을 제안한다. 공익법인은 기부한 사람이 참석하는 것이 아니라 기부자의 뜻을 잘 구현해줄 수 있는 사람이 낫다. 이런 사람들로 구성된 신탁 이사회를 통해 경영 승계 논란을 해소할 수 있다.

영국 정부는 공익법인 기준에 관한 지침서를 제공해 공익법인들이 어떻게 이사회를 구성하고 운영해야 하는지 도움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공익법인을 위한 이러한 가이드라인이 제공되면 좋을 것 같다.

-한국 사회에서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기부투명성 확보 방법은?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서 공익법인들이 관련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준수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부는 공익법인들의 법 준수여부를 제대로 감독하고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기부자들은 단순히 인정에 호소하는 ‘빈곤포르노(poverty pornography)’ 모금 광고만을 보고 기부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한국가이드스타나 국세청의 정보를 통해 기부단체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비교 판단하여 현명하게 기부하는 인식의 제고가 필요하다.

기술 도입을 통해 기부문화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 지난 2000년대 초반 대중교통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교통카드를 개발하고 나아가 같은 구간에서 버스환승 시 추가 금액을 내지 않는 제도를 도입해 교통난이 완화되고 대중교통 이용자들의 지출을 줄였다.

이처럼 최근 자선분야에서도 새로운 기술인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 내 대표적 자선단체인 피델리티자선기금(Fidelity Charitable)은 2017년 암호화폐를 통해 6900만 달러의 기부금을 모았다. 2016년 암호화폐 기부금은 70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1년 사이 거의 10배로 성장했다.

최근 잇달아 터진 기부금 횡령사건은 어려운 이웃에게 가는 손길마저 막아서고 있다. 누가,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검증되는 기술의 개발은 기부금 유용과 횡령을 둘러싼 오랜 비리에서 비영리분야를 해방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다. 그렇게 돼야 묵묵히 일하는 대다수의 성실한 모금단체가 비영리분야의 주역으로 등장하고 투명한 기부문화가 정착될 것이다.

-올해 한국가이드스타의 활동은?

올해는 공익법인 회계기준이 만들어지고, 시행하는 첫해다. 2020년에는 공익법인의 회계를 정확하게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모든 공익법인의 평가 지표가 공개될 것으로 전망한다. 지금은 잘하는 곳만 공개하고 있다.

이게 벌써 4년째인데 굉장히 효과가 되고 있다. 만점 법인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바로 선순환효과다. 올해 공익법인 회계기준을 통해 제도는 거의 만들어졌다. 이제 미흡한 부분은 기술개발을 통해서 완성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하면?

최근에 경제가 나빠지면서 우리 경제가 지난 40~50년간 꾸준히 성장하면서 가장 큰 자산으로 활용한 것이 ‘오너십’이다. 최근 오너십이 필요 없다든지, 오너십이 나쁜 것이라는 인식 변화가 생겼다. 꼭 그렇게 적폐로 몰아갈 것은 아니다.

오너십은 우리나라가 50년간 축적한 자산이다. 이 자산을 잘 활용해서 경제 발전에 유용하게 쓸 수 있다.

데일 카네기, 록펠러 등 해외 기업인은 회자되고 존경받는다. 국내 기업도 기록하고 역사를 만들어 가야 한다. 개인적으로 이런 일을 위해서 책을 냈다. 이 활동도 한국가이드스타와 더불어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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