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력 확대에 꼼수 부리는 총수일가....2·3세 사익편취 유리한 회사 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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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태 기자
입력 2018-12-0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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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정위, 2018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공개

  • 총수 2·3세, 지배력 및 사익편취 회사 등재이사 집중·총수일가 견제 위원회 기능안해

6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신봉삼 기업집단국장이 '2018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기업집단의 총수일가가 여전히 책임경영보다는 지배력 확대와 사익편취를 위해 꼼수를 부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규제를 피해 총수 본인의 이사 등재는 기피하고, 일감몰아주기 회사 및 사각지대 회사에 대한 2·3세의 이사 등재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의 사외이사나 위원회는 아직도 '거수기' 노릇만 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소액주주 역시 제 목소리를 내기에는 한계가 뒤따랐다. 

총수 2·3세, 지배력 및 사익편취 회사 등재이사 집중

공정거래위원회가 6일 공개한 '2018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에 따르면, 총수 있는 49개 집단의 소속회사 1774개 가운데 총수일가가 1명 이상 이사로 등재된 회사는 386개(21.8%)인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된 회사는 155개사로 8.7%에 그칠 뿐이다.

이번 현황은 올해 지정된 공시대상 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 60개 가운데 신규 지정된 3개와 특별법으로 설립된 농협 이외의 56개 집단 소속회사 1884개가 분석 대상이다.

총수일가 이사 등재 비율이 높은 곳은 △셀트리온(88.9%) △KCC(82.4%) △부영(79.2%) △SM(72.3%) △세아(66.7%) 순이다. 반면 낮은 곳은 △미래에셋(0.0%) △DB(0.0%) △한화(1.3%) △삼성(3.2%) △태광(4.2%) 순으로 나타났다.

공정위에 따르면, 총수일가의 이사 등재 비율은 2015년 18.4%에서 올해 15%대까지 낮아졌다. 총수 본인이 전혀 이사로 등재되지 않은 집단은 14개(28.6%, 한화·현대중공업·신세계·두산·CJ·대림·미래에셋·효성·태광·이랜드·DB·동국제강·하이트진로·한솔)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8개사는 2·3세 역시 이사 등재가 되지 않은 상태다. 총수일가가 등기임원을 맡지 않을 경우, 경영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반면, 경영권은 행사할 수 있다. 책임경영보다는 지배력만 갖춰놓겠다는 속셈이다.

이들은 기업집단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하거나, 사익편취에 집중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 386개사는 △주력회사(46.7%) △지배구조 정점인 지주회사(86.4%)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65.4%) 등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회사 대비 총수일가 이사등재 비율인 21.8%보다도 높은 비중을 보이고 있다.

총수 2·3세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97개) 가운데 75.3%는 사익편취 규제 대상(52개) 및 사익편취 규제대상을 피해가는 '사각지대' 회사(21개)인 것으로 조사됐다.

152개에 달하는 공익법인에서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59개 공익법인의 총수일가 이사등재 비율은 78%에 달한 반면,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93개의 공익법인의 등재 비율은 39.8% 수준에 그친다. 공익법인을 통한 지배력 강화에 총수일가가 여전히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총수일가 견제장치, 사실상 '제로상태'

기업이 내부 감시자 역할을 하도록 사외이사를 두고 있지만, 여전히 '거수기' 역할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56개 집단 소속 253개 상장회사의 사외이사는 787명에 달해 전체 이사의 50.1% 수준이다. 이들의 이사회 참석률은 무려 95.3%로 겉보기엔 적극적인 감시자로 통한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최근 1년간(작년 5년∼올해 4월) 이사회 안건 5984건 중 사외이사의 반대 등으로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겨우 0.43%인 26건에 그쳤다.

원안 통과 비율은 무려 99.57%로 사외이사가 감시자 역할을 포기했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규모 내부거래 안건 810건 모두 부결 없이 통과됐다. 

여기에 상장사가 의무적으로 두고 있는 상장사 위원회의 경우, 최근 1년간 1501건의 상정 안건 중 8건만 부결했을 뿐이다. 내부통제장치로 마련한 내부거래위원회는 안건의 100%를 원안 가결했다.

특히 공정위가 대규모 내부거래 안건 295건을 분석한 결과, 수의계약을 하고 사유를 기재하지 않은 안건은 81.7%에 달할 정도다. 그야말로 깜깜이 위원회인 셈이다.

반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가 늘어난 점은 긍정적인 변화다. 

최근 1년간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대기업집단 소속 211개 상장사의 주주총회(안건 총 1362건)에 참석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있는 주식 대비 행사한 의결권 비율을 보면, 73.8%였으며 이 중 찬성과 반대는 각각 89.7%, 10.3%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소수주주를 위한 제도가 시행되지만, 이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는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집중투표제(2명 이상 이사 선임 때 주주에게 선임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주는 제도)는 253개 상장사 중 4.4%인 11개사가 도입한 상황이지만, 실제 행사된 경우는 전년과 마찬가지로 한 건도 없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지배구조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경영의 책임성, 투명성 차원에서 보면 실질적인 작동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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