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225만 '코리안드리머'와 함께 꾸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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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18-05-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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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성욱 센트비 대표이사


한국은 이미 다문화 국가다. 아직 실감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어촌에 가면 바로 느낄 수 있다. 선장과 기관사를 제외하고 실제 조업자 대부분은 외국인 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  
  
어촌은 물론이고 농촌과 공장, 건설현장과 식당 같은 곳도 마찬가지다. 이제 한국의 경제 현장은 외국인 노동자 없이 한시도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외국인 노동자는 엄연한 경제 활동의 주체이자 한국 경제 실핏줄의 일부라고 말할 수 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225만명이다. 거리에서 만나는 시민 25명 중에 1명은 외국인인 셈이다.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외국인 노동자가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경제활동 인구가 적어지는 현실에서 외국인 노동자는 우리사회에서 꼭 필요한 존재가 된 것이다.

이들 외국인 노동자는 자국의 어려운 현실을 벗어나 한국에서 열심히 일해 새로운 생활을 꿈꾸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른바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있다는 얘기다.  
 
1970~1980년대에 미국, 일본, 중동에서 일했던 한국인 근로자와 유사하다. 이제 세월을 뛰어넘어 새로운 꿈을 위해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 노동자들을 보면 어쩐지 40~50년 전 우리 부모님 세대를 보는 것 같아서 동병상련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꼭 필요한 존재인 외국인 노동자와 함께 살아가는 시대를 한국은 제대로 준비하고 있을까. 그러지 못하는 것 같다. 이들을 위한 의료나 교육 서비스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일상생활에서도 불편한 점이 너무 많다.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언어 이상으로 중요한 일상생활로 꼽히는 금융생활 측면에서도 그렇다. 
우리나라 금융생활에서 꼭 필요하다고 꼽을 수 있는 것이 공인인증서와 신용카드다. 금융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공인인증서가 준비돼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더라도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경우가 압도적이다. 그런데 외국인 노동자들이 공인인증서나 신용카드를 손에 넣기가 너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은행 등 금융기관의 이용 접근성과 오픈 시간 등을 따져보면 곳곳에 벽이 세워져 있는 것 같다. 많은 선진국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큰 불편함을 겪지 않고, 금융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것과는 그 차이가 크다.  
  
심지어 몇몇 선진국에서는 외국 동전도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느끼는 금융생활 접근성은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출발선이 달랐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우리나라는 외국인 노동자를 경제 주체로 인정하고 이들의 금융 애로사항을 해소하는 데 큰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나라는 노동력 확보를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단순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외국인이 일하기 편한 국가로 프랑스가 꼽힌다. 프랑스는 남과 다른 면을 포용하는 '톨레랑스(tolerantia)' 의식을 중요시한다. 의식에서 그치지 않고 생활 곳곳에서도 톨레랑스가 실현된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금융생활만 보더라도 아직 톨레랑스 국가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최근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해외송금 서비스가 출시돼 이들의 어려움이 조금이나마 줄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용하기 편한 서비스를 실현하는 것이야말로 우리나라를 진정한 톨레랑스 국가로 만드는 일이 아닐까 싶다.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말이 있다. 우리 사회는 이제 225만 '코리안 드리머'와 함께 성장하는 행복한 꿈을 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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