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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초대석] 이수정 교수 "연쇄살인범 심리연구, 처벌만큼 중요하죠"

한지연 기자입력 : 2018-01-14 13:35수정 : 2018-01-14 16:15
국내 1세대 여성프로파일러이자 범죄심리전문가 "범죄심리학 목표? 재범율 낮추고 평범한 시민들 보호하는 것" 싸이코패스, 묻지마범죄 등 범죄 다양해지는 만큼 이들의 심리 연구 중요 요즘 애들이 문제?…가정폭력·어른이 아동착취하는 악순환 구조 끊어야

이수정 경기대학교 교수[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지금은 교도소에 수감된 범죄자의 50%가 성범죄와 연관됐지만 10년 전만 해도 우리 사회는 성범죄자를 교도소에 보낼 만큼 심각하게 보지 않았어요. 그런데 성범죄는 대부분 인명피해로 연결됩니다. 때문에 해외 선진국들은 범죄자 중에서도 성범죄자를 하이 리스크(High risk)로 분류해 관리하죠. 범죄심리학 연구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예고된 살인범들의 특성을 연구해 이들이 출소하더라도 사회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적절히 관리하자는 것이죠."

대한민국 1세대 여성프로파일러이자 범죄심리 전문가, 혹은 ‘그알(그것이 알고싶다)’에 나오는 그(무서운) 여자. 이수정 경기대학교 교수를 수식하는 말이다. 심리전문가, 특히 범죄자들의 심리를 분석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그의 첫 인상은 한마디로 ‘무색무취’였다. 감정이 없는 듯 무표정한 얼굴에 또렷한 눈빛이 인상적인 여성이었다. 그러나 단호한 말투와 흐트러짐 없는 태도는 그의 단단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 교수는 "많은 모험을 해왔는데 아직도 갈길이 멀다"고 말했다. 

◆범죄심리학 목표? “재범률 낮추고, 평범한 사람들 보호하는 것”

이 교수는 1999년 경기대학교 교정학부 교수로 채용되면서 범죄심리 전문가로서의 인생 2막을 시작했다. 교정학과는 쉽게 말해 교도소 학과다. 범죄자를 수감할 때 범죄자의 죄질이나 개인적 특성에 따라 보안 등급을 달리해 교도소를 운영하는데, 이 운영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그에게 맡겨진 첫 과제였다. 범죄자도 성격이 다르고, 기질이 다르니 이들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뒤 분류, 관리해야 교도행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그 전까지는 법제도가 강도, 강간, 살인 등 죄를 저지른 이들의 결과를 처벌하는데만 관심이 있었다"며 "이때부터 범죄인의 심리, 행동동기, 공격성, 위험성 등을 파악해야겠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 교도소에 수감 중인 범죄자라도 누군가는 모범수고, 누군가는 지능이 낮으며, 누군가는 교도관을 괴롭히고, 교도소 내에서 문제만 일으켜 징벌을 받는다”며 “이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않으면 형사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이렇게 범죄인들의 특성, 심리적 상태 등에 대한 연구가 쌓여야 이들이 출소 후 다시 사회로 복귀했을 때 재범을 일으키지 않도록 제대로 관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그는 "법무부에서 수천명의 범죄인 데이터를 줬는데 부족했다"며 "특수성으로 가득한 범죄인들의 심리를 서류 몇장으로 분석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 이들을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눠봐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결국 서울, 포항, 통영 등 전국 교도소를 돌면서 강력범들과 면담했다. 

여성이기에 어려운 점도 많았다. 그가 범죄심리학 연구를 시작한 1999년도에는 해당 분야에 여성 전문가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젊은 여성이 범죄인 심리연구를 한답시고 매일 교도소 방문 신청을 하니 법무부 사람들이 골치를 꽤 썩었을 것”이라며 “교도관도, 변호사도 아닌 민간인 여성이 강력범들을 만나겠다고 하니 맨날 거절당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인상적인 범죄자로는 연쇄살인범 유영철과 정남규를 꼽았다. 그는 “유영철 사건은 국내 프로파일링 수사기법을 도입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며 “그때만 해도 범죄라는 건 돈이 없는 어려운 사람들이 저지른다는 인식이 팽배했는데 유영철 사건은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아도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남규 역시 상담 내내 불안정한 시선과 정신과적인 문제가 있음을 느꼈는데 결국 성격장애로 교도소에서 자살했다"며 "매우 특이했던 사례"라고 했다.

이들을 계기로 강력범들에 대한 ‘사이코패스’ 분류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는 “싸이코패스는 머리가 굉장히 좋고, 타인을 해코지하거나 죽이고도 양심의 가책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며 "이들은 범죄자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집단인 만큼 보안 등급이 높은 교도소에 수감시키는 등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항교도소에서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를 테러한 김기종씨를 면담했던 사례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이 사건은 엘리트 계층이 저지른 '묻지마 범죄'의 일종"이라며 "비면식관계에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발생하는 이런 ‘묻지마 범죄’는 누구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를 불안하게 하며 이에 대한 희생은 대부분 여성, 노인, 아동청소년 등이기 때문에 분석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범죄자를 분석·분류해 형법제도가 효율적으로 굴러가도록 하고, 이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재범률을 낮추겠다는게 그의 목표다. 이 교수는 "1년에 성범죄를 약 3만명이 저지르는 데 현재 전자발찌를 찬 인원은 3000~4000명이다. 이들의 위험성을 분류해 선별하고, 관리·감독 제도의 기준을 만드는 게 범죄심리학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성범죄자 신상정보공개나 전자발찌 도입 등은 대표적인 성과다. 

'강력범들이 이를 통해 교화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 교수는 “범죄인의 심리를 들여다본다고 해서 이들이 갱생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형사정책의 목적은 '트리트먼트(치료)'가 아니라 '매니지먼트(관리)'”라고 말했다. 그는 "출소 후 일상으로 복귀한 잠재적 살인자들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감시하고 관리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라며 "우리같이 서포트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교수[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청소년 강력범죄?···"폭력가정이 원인, 가정폭력방지법 개정 서포트할 것"

이 교수는 최근 가정폭력 연구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이들은 하루하루 목숨 걸고 살고 있는데 법은 이들의 안전보다 가정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며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고, 다양한 폭력에 시달리는 불건전한 가정은 지켜져야 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성범죄처럼 가정폭력도 피해자가 매우 위험하다는 판단이 들면 형사절차가 진행되도록 법을 개정하는게 목표”라고 했다. 이 교수는 "길에서 모르는 사람을 때리거나 죽이면 폭행, 살인죄를 묻는데 가정 내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부부인데 뭐가 문제냐'는 시각으로 본다"며 "가장 큰 문제는 10년 전 성범죄가 그랬듯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가정폭력을 심각한 죄로 보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범람하고 있는 청소년 강력범죄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교수는 “강력범들을 20년 이상 만나봤는데 그들이 어디서 출발하나 봤더니 다 불우한 가정, 부모에게 제대로 받지 못한 교육 등 첫 단추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며 “인간성이 파괴된 폭력적인 가정에서 길러진 인간이 똑같이 문제를 일으키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고 밝혔다.

그는 “가정에서 사회화가 덜 되면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켜 퇴출되면 청소년들은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다”며 “교육을 받아야 할 시기에 거리로 나온 청소년들이 어른들에게 착취를 당하고, 힘의 원리를 터득한 청소년들이 다시 아동을 착취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회적 관심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 교수는 “아동 성폭행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시작된 게 ‘나영이 사건’이었듯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면 여론을 모으기 쉽지 않다”며 “가부장적인 사회, 법체계 등도 문제지만 같은 여성들끼리도 공감이 부족하다. 가정폭력은 특히나 피해자가 죽어야 겉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계지향적인 여성, 범죄심리분야에 탁월

그는 "앞으로 범죄심리분야에 여성인력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여성들은 사람들의 반응, 심리적 변화에 민감하고 남성보다 관계 중심적인 특성이 있다”며 “범죄자들과 대화를 나눌 때도 이런 예민함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이라 강력범죄자들이 얕잡아 보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심리연구에서 상대가 나를 만만하게 보는 게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라며 “상대가 나에 대한 경계심을 풀면 보다 설득력 있게 파고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여성들이 유리한 측면이 많다”고 했다.

물론 정신적으로는 고되다. “교도소에서 강력 범죄자들이 끔직한 범행을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는 걸 들으면 분석자이기에 앞서 인간이기에 느끼는 심리적 압박과 스트레스가 있다”며 “피의자들이 하는 자기 방어적인 얘기를 들어주면서 이들의 특수성을 분석하고, 또 거짓은 거르다보니 나름의 직업병이 많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심리적인 위안은 그림 감상과 음악으로 얻는다. 그는 “심리학자가 아니었다면 화가가 되었을 것”이라면서 “고등학교 때는 화가를 꿈꿨을 정도로 그림을 좋아했다. 특히 인물화를 많이 그렸다”고 했다. 표정이 없던 그의 얼굴에 다소 미소가 번졌다. 최근에는 건강을 위해 걷기운동도 많이 한다. 그는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을 어르고 달래서 수십년간 면담을 하다보니 기가 눌리긴 하는 것 같다”며 “그럴 땐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걷다보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말했다.

은퇴는 5년후 예상하고 있다. 그는 "욕심도 없고 나를 겉으로 드러내는 성격도 아니었는데 의도치 않게 너무 많은 일들을 벌인 것 같다"며 "환갑쯤에는 다 그만두고 평화로운 인생을 살고 싶다”고 했다.

은퇴 전까지 가정폭력방지법 개정이 안되면 어떻게 할거냐는 질문에 그의 표정은 단호해졌다. “안되면요? 휴 그만 못둘거 같아요. 다시 시작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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