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미옥', 여성 누아르라는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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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7-11-09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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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현정 역을 맡은 배우 김혜수[사진=영화 '미옥' 스틸컷]

범죄조직을 재계 유력기업으로 키워낸 언더보스 현정(김혜수 분). 그는 새로운 시작을 위해 오랜 시간 몸담아온 조직을 떠나려 한다. 현정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서슴지 않는 이인자 상훈(이선균 분)이지만 그의 은퇴만큼은 탐탁지 않다.

현정의 마지막 임무는 조직의 뒤를 캐려는 법조계 라이징스타 최대식(이희준 분) 검사를 협박하는 것. 그는 성 접대 영상을 이용해 대식을 궁지로 내몬다. 하지만 그는 조직에 불만을 품은 상훈을 이용해 악에 찬 복수를 시작하고 각기 다른 욕망을 품은 세 사람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자신의 욕망을 지키기 위한 필사의 몸부림은 점점 더 격렬해진다.

영화 ‘미옥’(제작 ㈜영화사 소중한·배급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은 이안규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을 비롯해 이준익 감독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까지 명감독들의 조감독으로 실력을 쌓은 이 감독은 “누아르 장르에서 소모되지 않는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보고”자 ‘미옥’을 기획하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감독의 목표는 이뤄지지 못했다. ‘미옥’은 여성 누아르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성이 극의 중심에 있는 것이 여성영화라고 생각했다면 이 감독은 판단은 다소 안일했다.

현정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사건이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현정은 새로운 삶에 대한 욕망을 설핏 드러낼 뿐 능동적으로 상황을 헤쳐 나가지 못한다. 거기다 현정은 수동적이고 한국영화의 단골 캐릭터인 창녀·어머니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으며 남성들의 욕망 또는 어떤 대상으로서 소모된다. 영화의 원제목인 ‘소중한 여인’으로서 남자들의 어떤 대상으로서 이용되는 것이다.

여성에 대한 배려를 찾아볼 수 없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초반 5분가량 보여지는 성 접대 장면은 불필요할 만큼 자극적이고 직접적이다. 또 남성들이 여성을 대하는 태도는 지나치게 폭력적이지만 여성의 반발은 미미할 정도로 약하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으니 깔끔한 마무리도 기대하기 힘들다. 여성 캐릭터를 위한 서사나 인물·구조·액션도 없고 현정이 벌이는 고군분투는 밋밋하고 소극적이다. 오히려 극 중 이인자 상훈의 시점으로 영화를 바라보는 것이 감정이입에 더 큰 도움을 준다. 상훈에게 할애한 묘사·시점 등이 극의 주인공인 미옥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

주연 배우인 김혜수와 이선균의 연기는 꽤 만족스럽다. 두 사람으로 하여금 영화는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희준 역시 궁지에 몰린 최대식 검사를 거친 질감으로 표현해냈다. 다소 성긴 영화를 빽빽하게 채우지는 못했지만 세 배우의 조합은 다시금 만나고 싶은 여운을 준다. 9일 개봉이며 러닝타임은 90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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