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롯데의 당혹, 辛회장은 어디로 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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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17-11-0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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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 신동빈 회장에 징역 10년 구형...재벌 총수에 이례적 중형

  • 실형 땐 호텔롯데 등 상장 위기…12월 22일 선고 주목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82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10.19 [연합뉴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권력에 집착하는 헨리 4세를 꼬집으려 쓴 희곡에서 한 말로, 왕관을 쓴 자는 명예와 권력을 지녔지만 막중한 책임감이 뒤따른다는 뜻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처럼 요즘 이 말이 어울리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신 회장은 30일 롯데 경영비리 혐의로 인해 징역 10년, 벌금 1000억원의 중형을 구형받았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뒤를 이은 2세 경영자로서 왕관의 무게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검찰 측은 “롯데그룹 일가가 불법적으로 막대한 규모의 부를 이전하고 기업 재산을 사유화해 사익을 추구했다”며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증여세 포탈, 횡령·배임 등 역대 최대 규모의 총수 일가 비리”라고 구형 배경을 밝혔다.

롯데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창립 50주년을 맞아 ‘뉴롯데’를 선언, 투명경영을 강조해 온 신 회장의 향후 행보가 아득해졌기 때문이다.

신 회장의 1심 선고는 12월 22일 확정되겠지만, 롯데는 신 회장이 실형을 받을 경우 최근 지주사 출범 등 투명경영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며 불안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무엇보다 이번 구형에서 신 회장에게 ‘집행유예’가 빠졌다는 점이다. 통상 재벌 총수에 대해서 그동안 검찰은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구형했다는 점에서 신 회장의 구형은 상당히 중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 200년대 이후 대한항공 조양호, SK 최태원, 두산 박용만, 현대차 정몽구, 삼성 이건희 등 대다수 재벌 총수들은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그러나 신 회장이 받은 징역 10년 구형은 국민 정서상으로나 법리적으로나 1심 재판부가 집행유예를 선고하기 쉽지 않은 부담스러운 형량이다.

신 회장이 만약 실형을 받게 되면, 신 회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순환출자 해소, 호텔롯데 상장, 글로벌 인수 합병(M&A) 등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짙다. 특히 롯데 관계자는 신 회장이 이번에 기소된 범죄사실은 10년 전에 일어난 일이란 점에서 선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당시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경영을 하던 시절에 일어난 만큼 신 회장이 관여하거나 직접 이익을 얻은 바가 없다는 논리다. 그러면서 과거 가족중심경영과 경영불투명을 신 회장이 최근 앞장서서 해소에 노력해온 당사자인 신 회장에게 오히려 그 책임을 묻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재벌 총수의 경우, 집행유예를 내렸던 검찰이 이처럼 높은 형량을 구형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신 회장이 이번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동안 추진해온 뉴롯데 행보는 사실상 중단되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신 회장은 이날 검찰 구형에 앞선 최후진술을 통해 “사회적 물의를 빚어 19만명의 롯데 임직원과 그룹을 아껴준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창업자이신 아버님 밑에서 경영을 배우며 많이 존경했다. 아버지의 말씀은 항상 올바르고 절대적이었지만 제가 경영 활동을 하면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투명한 기업으로 만들고자 아버지를 설득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가족 문제를 바로잡고자 노력했고 기회를 주신다면 앞으로도 국민의 사랑을 받는 그룹으로 거듭나겠다”며 투명경영 의지를 밝혔다.

한편 재판부는 신 회장을 비롯한 모든 롯데 총수 일가에 대한 선고를 12월 22일 오후 2시에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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