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의 시시각각(時時刻刻)] 트럼프가 온다! 반기는 아베, 준비하는 시진핑, 관망하는 남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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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아주경제 중국전문 대기자·단국대교수(국제정치)
입력 2017-10-3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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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박 2일 짧게 방한하는 트럼프…中, 日과 비교돼

  • 한국인 '자존심' 건드려…이틈을 타 한중관계 우호적 신호 내비치는 중국

김진호 아주경제 중국전문 대기자·단국대교수(국제정치)

트럼프가 아시아를 순방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영토이자 일본의 기습으로 태평양 전쟁의 시작이 된 하와이를 거쳐 11월 5일부터 아시아 한·중·일을 연달아 방문한다.

트럼프의 하와이 방문은 미국의 전략적 목적 이외에 일본의 충성심을 검증하려는 행동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 일본 정부를 향해 하와이를 통한 역사적 교훈을 강조함과 동시에 미·일 동맹도 강조함으로써 '일본 흔들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이 다시는 미국을 배반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 메시지로 미·일 협력의 핵심가치와 전략목표를 드러낼지도 모른다. 혹은, 태평양을 서로 같이 잘 관리하자는 무언의 협의를 강조할 수도 있다. 트럼프 아시아 순방의 시작은 일본이기에 하와이 방문은 일본 방문의 워밍업이 되는 듯하다.

미국 리차드 플레이셔 감독이 1970년 제작해 1971년 개봉한 ‘도라 도라 도라(Tora! Tora! Tora)’라는 영화를 보면, 미국 영토인 하와이가 일본에 기습을 받자 참전한 미국이 태평양 전선에서 고전하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최종 승리하는 내용이 나온다. 태평양 전쟁의 발단인 일본의 하와이 기습은 미국 역사의 치욕이었지만, 처음으로 사용된 원자폭탄은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장식한 미국 역사의 영광이었다.

하와이의 항구에 가면 일본의 습격으로 침몰한 군함들에 대한 설명과 일본의 습격에 대항해 참전한 미국이 반격했다는 태평양 전쟁사를 설명하는 전쟁박물관이 있다. 일본이 동경만(東京灣)에서 항복 조인을 한 군함 미조리(Missouri)호 역사박물관에는 일본의 항복문서 조인 모습을 재현시켜 미국이 일본을 굴복시켰다는 역사적 교훈을 강조하고 있다. 강대국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의 모습으로 하와이는 미·일 관계의 아픈 역사와 현재의 미·일 협력을 잘 설명하는 살아있는 역사박물관인 셈이다. 그리고 하와이 대학의 동서문화연구센터의 일본식 건물이나 하와이 곳곳서 들리는 일본어를 통해서도 우리는 현재 미·일 관계의 긴밀함을 알 수 있다.

여하튼, 트럼프가 일본 방문에 앞서 하와이를 방문하는 것 역시 ‘미국 우선주의'의 일환이자 미국 국내정치적 상황과 국제관계를 고려한 트럼프의 언론플레이 전략임이 틀림없지만, 일본은 트럼프 방일을 잘 준비해 미국에 화답함으로써 서로의 협력을 만들어 갈 것으로 보인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은 일본의 기습으로 참전을 결정하고 나서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국공(국민당과 공산당) 연합세력과 협력했다. 또 고국을 잃은 한국인들도 각지에서 중국의 항일전선에 동참해 독립운동을 했다. 그 당시 미·소가 중국의 국민당·공산당과 협력하고 한국인에게도 힘을 보탠 것을 보면 역사와 현실적 국제정치의 변화란 참 아이러니한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 저자와 같이 중국의 항일전쟁 유적지를 방문했던 미국의 유명한 학자에 의하면, 당시 미국 군부는 국민당 및 공산당과 두루 협력하면서 전쟁을 추진했는데, 유격전에 강한 공산당을 통해 일본군의 정보를 더 많이 얻었다고 전해진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국민당 및 공산당과 협력을 하다가 냉전시대에는 국민당(구 중화민국)과의 협력을 중시했다. 또 탈냉전 시대인 현재에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 압박을 통한 협조를 강조함과 동시에 동아시아 동맹국들과의 협력도 강조한다. 이를 보면 미국적 가치관과 국제협력이라는 문제는 시기와 상황에 따라 효과적으로 적응해 가는 것 같다.

이번 순방에서 트럼프는 원래 일본에 11월 5일 도착해 2박3일 일정을 마치고 7일 저녁 늦게 한국에 도착해 9일 중국에 방문할 예정이었다. 하와이를 거쳐 일본에 도착해 미·일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일본으로부터 필요한 것을 얻고 난후, 다음 일정인 한국에서 북핵 문제를 중심으로 한 한·미동맹을 강조해 그 실익을 얻으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한·미동맹 전략이란 뭐니 뭐니 해도 북한의 위협에서 동맹국 한국을 보호하며, 한국이 미국과 군사·경제·정치적으로 협력하게 만드는 일일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미동맹은 미국이 아시아태평양에서 세력을 유지하기 위한 미·일동맹과는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한·미동맹이 한반도에서의 미국과 동맹국의 안보적 개념이라면, 미·일동맹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전략의 일환인 군사·안보·경제적 동맹체제인 것이다.

일본 아베 총리는 최근 선거를 통해 장기 집권의 기회를 획득했고, 이를 기반으로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변화하려고 꾸준히 노력해 갈 것이다. 이것은 미국의 미·일동맹 강조와 일본의 전략적 의도가 맞아떨어지는 부분으로, 일본에게는 전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북한 김정은 정권의 도발이 역으로 일본 아베정권의 안정에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누군가 성내거나 싸우면 누군가 이익을 보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데, 이번 일본 선거는 제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일본 국민의 전쟁에 대한 공포를 잘 활용한 아베의 전략적 성공이라 할 수 있다. 아베는 이런 측면에서 트럼프의 방문을 환영하며 자신에 대한 지지를 고대하고 있을 것이다.

한국은 동아시아의 맹주는 아니지만 대륙과 대양을 연결하는 동북아의 중심에 있고, 한국인은 반만년 역사의 부침에도 꾸준히 발전해온 한국의 성과에 민족적 자부심을 갖는다. 그런데, 트럼프가 한국인의 자존심을 건드리며 정부를 어렵게 하는 측면도 있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이번 방문에서 일본은 꽉 채운 2박3일 일정이고 한국방문은 1박2일로 방문을 진행하려는 것이다. 방한의 전체적 시간과 내용과 상관없이, 한국인에게는 트럼프가 몇 박을 하느냐의 문제는 “하루 더 자고 가”와 같이 정서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트럼프는 원래 7일 오후 늦게까지 일본에 있을 예정이었는데, 트럼프는 한국인이 동맹의 가치를 강조하면서도 민족적 자부심이 강하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이것이 한국인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부분으로 한·미관계에서 예절과 절차는 그 내용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한국인은 생각하는데, 특히 일본과의 비교에서는 더욱 그렇다.

여하튼 그 일정은 일부 수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문제 발생의 원인은 트럼프의 한국인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한국인의 사고와 현실 정치는 서구와 유사하지만 한국인의 생활관습에는 전통적인 동양사상이 더 깊이 뿌리박혀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것.

이러한 한국의 분위기를 중국이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 정부는 안중근, 윤봉길 등 한국의 애국지사가 한·중 공동의 적인 일본에 대항했던 역사를 상기하며, 중국의 항일전쟁과 한국의 독립전쟁을 연결했던 방식으로 한국을 향해 양국의 역사적 관계와 미래지향적 관계를 중시하는 정책을 제안할 것이다.

19차 당대회를 막 마친 시진핑 정부는 새로운 대외정책으로 중국영토 주변의 안정과 인접국가와의 상호협력의 관계를 강조해 나가면서 한중 관계의 정상화를 언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실적으로 중국은 트럼프의 아시아 방문과 그 동맹 강화 의지에 견제력을 획득하는 방법으로 한국과 북한에 대해 우호적 신호를 보낼 것으로 추측된다.

한중 수교 25년을 회고해 보면, 일반적으로 미·중관계가 좋았던 시기에는 한·미관계나 한·중관계가 크게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미·중관계에 문제가 발생하면 한·미관계와 한·중관계는 그 밸런스가 깨졌던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북한의 도발은 미국과 중국의 이에 대한 입장에 따라 한·미관계와 한·중관계의 변화를 일으키는 종속적 문제이지, 미·중관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원인은 아니었다. 미·중관계는 미국과 중국의 국가이익에 따라 주변의 변수를 자국의 정책 판단에 활용하는 것을 반복하는 관계였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의 아시아 방문에 한·중·일 삼국이 각기 다른 반응을 나타내는 것은 미국과 각국간의 관계에서 새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이 그 관련국과의 관계 변화를 통해 미·중관계를 변화시키려는 정치현상 때문인 것이다. 

당의 새 지도부 결정 이후 중국은 시진핑 총서기의 ‘새 시대 중국적 특색 있는 사회주의’ 건설사상으로 대외문제에서도 현실적 참여를 강조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미국 외교정책의 허점이 바로 중국의 적극적 공격 대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미국의 ‘코리아 패싱’으로 한국이 자존심이 상해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한국을 중시하며 한·중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은 중국의 중·미관계 전략의 일환일 수도 있다고 보는 것도 이러한 판단에 기초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중관계에서 쌍방의 이익을 고려해야하는 것이 양국 관계의 출발이 되어야 한다는 것도 중국 정부가 인식하고 있는 대외관계의 기초다. 현재 중국의 한국에 대한 정책변화 조짐에 한국 정부와 국민은 반신반의하고 있는 상태다. 이는 이미 1년 이상 서로 상처를 줬던 아픈 경험이 쉽게 치유되기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앞으로 양국 국민이 입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양국 정부의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중국과 중국인들은 한국이 국제관계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는 국익과 국민의 실리도 있지만, 민족의 자존심도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서로에 대한 존중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한국의 민심을 잘 간파하고 관계 개선의 뜻을 표명하면서, 혹은 미국에 경고하는 모습으로 미국이 일본을 품듯이 한국을 품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한·중간의 교류가 강대국 국제관계의 하위구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보는 것이 한국 지성인들의 판단이다. 한·중관계는 중국이 정치적으로 주장하는 서로 존중하고 쌍방에 이익이 되는 관계를 기초로 해야하는 것이다.

최근 북한은 조용하게 동북아 국제관계에서 트럼프의 방문과 그 회담 과정을 눈 여겨 보려는 태도로 도발을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도발이라는 북한의 카드는 항상 유효하다. 북한은 전체적인 동북아 국제정세의 판세를 보고나서 자국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전략을 표출할 것으로 판단된다. 동북아 국제관계에서 국가 지도자 방문과 정상회담, 그리고 국가간 힘의 과시 및 이에 따른 회담 결과는 예견하기 힘들다. 이에 북한은 더욱 차분하게 트럼프 아시아 순방과 한·미, 미·중회담의 결과를 관망하며 그 분석을 통해 전략을 세우는데 전력을 다할 것이다.

이번 트럼프의 방문에는 트럼프 사위인 쿠슈너 선임고문과 부인 이방카 트럼프 그리고 또 다른 백악관 선임고문이 함께 일본·한국·중국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그러나 쿠슈너 선임고문은 중국 방문 후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베트남·필리핀, 하와이 방문에는 따라가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트럼프와 각료 그리고 트럼프 가족의 아시아 방문이 국제정치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순방이라는 것도 의미한다. 같은 맥락에서 보면 트럼프의 아시아 순방이 결국 미국의 국익에 부합되는 순방외교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트럼프가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아시아의 역사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해 생기는 실수, 혹은 고의적으로 방문국을 흔드는  ‘화술의 폭력’은 영향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동북아 국제관계에서 미국이 한 국가를 가까이하면 전략적으로 그 국가에 더 관심을 갖으려는 국가도 있고, 미국이 무시하면 그 틈을 노리고 접근하는 주위 세력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반도는 지정학적 중요성으로 이러한 현상이 집중되는 지역이다. 한국과 중국 지역에서 트럼프가 미국에서 하던 방식의 언론 흔들기를 통해 주도권을 장악하는 방법은 그리 녹녹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이 국가들의 체제와 정서, 그리고 언론의 반응이 미국과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은 최선의 예의로 트럼프를 맞이하면서 그의 중국 방문도 관찰해 한반도와 주변관계를 고려해 나갈 것이지만, 이에 대한 정부와 언론의 분석도 여러 각도에서 다양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새 지도부 탄생과 트럼프의 한국 방문으로 이제 한·미관계와 한·중관계엔 새로운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과 중국이 다시 적극적인 교류를 시작하려 함에 있어서 한·중 양국은 상호 전략적 필요성을 중요시함과 동시에 상대국 역사와 현황도 존중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양국간 국민들이 서로 이해하면서 교류하고, 정부는 국제 관계의 모순으로 양국관계를 더 훼손시켜도 안된다. 한국과 중국 국민은 모두 자존심과 체면을 존중하는 대륙과 반도의 아시아 민족이다. 체면과 실리를 같이 존중하면서도 자존심을 버리고는 살기 어려운 것이 동양의 시민의식이기에 서로에 대한 존중은 필수적인 것이다.

우리는 옛 친구를 버리지 않고 새 친구도 존중하는 항심(恒心)의 군자모습으로 우리의 국격(國格)과 자존(自尊)을 지켜야 한다. 그리고 한중관계가 다시 봄날을 맞이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너무 조급해서도 안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말이 맞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지난 앙금을 씻어버리고 옛 친구를 오랜만에 다시 만난 것처럼 즐겁게 중국인들을 반기자! 지난 일은 가슴에만 담고 말과 표정으로 표현하지 말자! 이러한 관계가 이웃사촌을 유지하는 비결이 아닐까. 한·중관계가 개선되면 북·중관계와 남북한관계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미·중관계에는 어떠한 큰 변화가 생기는 것인지, 트럼프의 아시아 순방의 과정과 결과가 앞으로 한·중관계와 남북한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알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북아 국제관계의 복잡한 구도에서 나타났던 불편했던 사실을 은감불원(殷鑑不遠)의 정신으로 받아들이며 멀리서 온 친구와 가까이 있는 친구 모두에게 항심(恒心)으로 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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