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美와 AI 패권 넘어 '문명 경쟁'...中 국가 총력전

  • 中 AI 전략 전면 재점검…"美와 문명 경쟁" 인식

  • WAIC 등판한 習 연설…"오픈소스 AI 질서 주도"

  • 中주도 AI연맹 출범…글로벌사우스 앞세워 美 맞불

  • 키미 K3 공개…中 AI, 美 추격 속도전

18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서 관람객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18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서 관람객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중 인공지능(AI) 경쟁은 어떤 형태로 전개될 것인가."
"미·중 AI 경쟁은 결국 두 개의 AI 세계를 만들 것인가."
"AI 경쟁에서 중국은 어떻게 미국을 넘어설 것인가."


지난 10일 중국 거시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조사단이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광둥성 선전에서 개최한 AI 세미나에서 던진 질문이다. 경제산업 정책이 아닌 미래 국제질서와 미·중 전략적 경쟁을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았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AI 전략 전면 재점검 나선 발개위..."美와 문명 경쟁"

홍콩 시사주간지 아주주간 최신호에 따르면 발개위 조사단은 최근 선전뿐 아니라 베이징, 상하이, 항저우 등 중국 주요 AI 거점을 돌며 미·중 AI 경쟁 구도와 대응 전략을 주제로 한 비공개 세미나를 잇달아 개최했다. 중국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발개위가 직접 전국적인 AI 전략 점검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이번 조사가 향후 중국 지도부의 AI 전략과 '15차 5개년 계획' 관련 정책의 밑그림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주주간은 "AI가 이미 미·중 전략 경쟁의 핵심 의제로 떠올랐음을 보여준다"며 "중국 지도부의 AI에 대한 관심은 과거 핵무기·인공위성 개발(양탄일성)이나 개혁·개방에 버금가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정세 변화는 중국이 AI를 산업경제 문제를 넘어 지정학과 미래 문명 질서를 좌우할 전략 자산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AI 경쟁을 단순한 기술 패권 다툼으로 보지 않는다. 아주주간은 "미국과 중국이 모두 AI에 국가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으며, 이는 냉전 시기의 '스타워즈 계획'이나 국운 경쟁을 넘어 미래 인류 문명의 조직 방식과 국제질서를 누가 설계할 것인가를 둘러싼 경쟁"이라고 진단했다. AI가 산업뿐 아니라 정부 운영, 교육, 군사, 국제 규범까지 재편할 기술인 만큼 AI 경쟁의 승패가 미래 세계 질서의 주도권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WAIC 등판한 習 연설 "오픈소스 AI 질서 주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7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26 세계인공지능대회WAIC 및 글로벌 AI 거버넌스 고위급 회의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7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26 세계인공지능대회(WAIC) 및 글로벌 AI 거버넌스 고위급 회의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중국 지도부의 AI 경쟁에 대한 긴박감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최근 행보에서도 드러난다. 시 주석은 이달 국가과학기술상 시상식에서 AI 발전을 언급하며 "형세가 사람을 재촉하고 또 몰아붙이고 있다(形势催人,也逼人)"고 말했다.

지난 17일 상하이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 2018년 대회 창설 이후 처음으로 직접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지난해 리창 총리가 참석했던 행사에 최고 지도자가 직접 나선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를 두고 "AI 개발이 중국 지정학 전략의 핵심으로 격상됐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각국이 오픈소스라는 역사적 기회를 함께 잡아야 한다"며 AI 기술의 개방과 협력을 강조하는 한편 "개발도상국의 AI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AI 기술 접근의 불평등으로 새로운 형태의 역사적 불평등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중국이 세계 AI 거버넌스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가장 분명하게 드러낸 연설"이라며 "중국의 오픈소스 AI를 세계 공공재로 규정하고, 미국 중심의 AI 질서에 대한 중국식 대안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중국이 강조하는 '오픈소스·글로벌 거버넌스·글로벌 사우스' 전략은 미국과 대비된다. 최근 유엔 AI 관련 회의에서도 미국은 과도한 규제가 혁신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내세운 반면 중국은 국가 간 AI 격차를 줄이고 개발도상국의 기술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美에 맞불...글로벌 사우스 앞세운 中 주도 AI 연맹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16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협력기구WAICO 설립 협정 서명식에서 각국 대표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16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협력기구(WAICO) 설립 협정 서명식에서 각국 대표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이러한 구상에 발맞춰 중국은 지난 16일 자국 주도로 세계인공지능협력기구(WAICO)를 29개 회원국과 함께 공식 출범시켰다. 시 주석은 이를 "세계 AI 발전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라고 평가하며 개발도상국들의 AI 거버넌스 참여 확대 요구에 부응하는 기구라고 설명했다.

WAICO는 베이징이 주도하고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국가들이 참여하는 AI 협력체로, 미국 중심의 AI 거버넌스에 대응하는 중국판 국제 플랫폼으로 평가된다. 미국이 자국 주도의 AI 공급망 동맹 '팍스 실리카'를 통해  AI 규범과 기술 표준을 주도하려는 데 맞서 중국도 글로벌 사우스를 축으로 독자적인 국제 규범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국제 규범뿐 아니라 기술 경쟁에서도 미국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AI 스타트업 문샷(Moonshot)은 지난 17일 오픈AI와 앤트로픽을 겨냥한 신규 대규모 언어 모델(LLM) '키미(Kimi) K3'를 공개했다. 업계에서는 K3가 대규모 자본을 투입한 미국 최상위 AI 모델들과 경쟁할 만한 성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건스탠리는 "키미 K3는 중국 LLM이 성능과 비용 경쟁력에서 미국 선도 기업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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