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유행어와 신조어로 본 중국 증시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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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정 기자
입력 2017-10-19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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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 끄고 면 먹기', '국가대표', '왕의 여인', '느린소' 등

[사진=중국신문사]


2007년 10월 16일 상하이종합지수는 6124포인트라는 역대 최고점을 찍었고 폭락했다. 이후에도 안정과 급등락을 오가며 투자자는 울고 웃었다. 최근에는 시장 펀더멘털이 안정되고 투자자도 이성을 찾으면서 조정 속 점진적 상승세를 유지하는 분위기다. 등락을 거듭했던 중국 증시의 지난 10년을 당시의 유행어와 신조어로 되짚어본다.   


◇ 관덩츠몐(關燈吃面·불끄고 면 먹기)
 

[사진=신화통신]


2011년 12월 15일 한 주식 게시판 댓글에서 시작했다. 그해 12월 7일 충칭맥주가 공시를 통해 "13년간 거액을 투자한 B형간염 백신 임상실험 평가가 '치료효과 없음'"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해당 소식이 나온 후 충칭맥주는 무려 9거래일 연속 10%이상 급락하며 하한가를 기록했고 주가 그래프는 국수가락과 같은 '-'자 형태를 지속했다. 이에 한 네티즌이 '면을 먹으면 운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오늘 집에서 면 요리를 먹었다"며 "불도 켜지 않았고 눈물을 그릇 속에 떨궜다"고 속상함을 토로했다. 이후 '관덩츠몐'은 손실을 입은 개미투자자를 지칭하는 표현이 됐다.

◇  '5000포인트, 꿈이 아니다(5000点不是夢)'

2014년 9월 당시 국태군안증권 수석 애널리스트였던 런쩌핑(任澤平)은 '베어마켓 최후의 일전을 논하다, 5000포인트 꿈이 아니다'라는 연구보고서를 공개했다. 당시 A주는 불마켓 진입을 준비하는 단계로 그의 보고서는 논란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곧 현실이 됐다. A주 주가가 빠르게 상승하며 5000포인트에 도달한 것이다.

◇ 스멍뤼(市夢率)

스멍뤼는 주가수익비율을 의미하는 '스잉뤼(市盈率·PER)'를 변형한 표현이다. 2014년 불마켓이 시작되고 중반에 진입하면서 중소기업 전용 장외시장인 중소판과 기술주 중심의 중국판 나스닥, 창업판에 대한 투자 열기도 가열됐다. 주가 470위안의 인터넷솔루션 기업 안숴정보(安碩信息), 시총 2000억 위안에 육박한 중국판 넷플릭스, 러스왕(樂視網) 등에 자금이 몰렸다. 주가가 치솟으면서 PER, 주당순자산(市淨率·PBR) 등이 의미가 없게 되자 투기 '광풍(狂風)' 반영해 수익과 순자산 대신 '꿈(夢)'자를 넣은 스멍뤼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 쓰첸뉴치(四千牛起)

2015년 4월 21일, 인민일보는 ‘4000포인트가 A주 불마켓의 시작점(四千牛起)’이라며 증시 급등에 따라 급부상한 중국 증시 '거품론’을 반박했다. 인민일보는 “중국은 국내총생산(GDP) 총량 10조 달러의 대국으로 안정된 정치, 안전한 사회, 온건한 경제발전을 이루고 명확한 목표가 있다”면서 “이러한 분위기라면 소위 블루칩들이 자연스럽게 합리적인 시장 가치를 보이지 않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를 전부 거품이라고 한다면 전 세계에 모든 자산을 거품이라고 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국가대표(國家隊)

하지만 중국 증시는 고꾸라졌다. 2015년 6월부터 가파른 하락세가 시작되면서 5000포인트를 웃돌았던 상하이지수는 그해 7월 8일 3507.19포인트까지 폭락했다. 시장은 패닉에 빠졌고 이에 정부가 나섰다. 금리와 지준율을 낮춰 유동성을 공급, 증권사의 재무악화를 막았고 재정부, 국유기업이 보유 주식을 팔지 못하도록 했다. 공매도 세력에 날카로운 단속의 칼을 꺼내들었고 정부 금융기관과 국유기업 등 소위 ‘국가대표’를 동원해 주식을 사들였다. 이에 따라 9, 10일 상하이 증시는 10% 급등했고 급락세에 제동을 걸 수 있었다.

◇ 왕의 여인(王的女人)

2015년 8월 국가대표가 어떤 종목에 자금을 수혈했는지가 알려지기 시작했고 투기가 시작됐다. 가장 먼저 공개된 종목은 광둥성 수력발전업체 메이옌지샹(梅雁吉祥)이었다. 국가대표가 최대주주로 자리잡은 메이옌지샹의 주가는 폭등했고 이후 투자자들은 국가대표가 투자한 ‘10대 종목’을 ‘왕의 여인’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 느린소(慢牛)
 

[사진=아이클릭아트]


‘느린소’(점진적 상승장)라는 표현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2016년 초 중국 증시 폭락한 후 안정되면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중국 증시는 2016년 새해 첫날부터 7% 가량 폭락해 처음 시행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하는 등 ‘블랙 먼데이(검은 월요일)’를 연출했다. 당국은 즉각 대주주 지분매각을 제한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이후에도 시장 건전성 제고 등을 위해 노력했고 중국 증시는 안정을 찾으며 조정 속 점진적 상승장을 연출했다. 이와 함께 ‘미친소’와 대비되는 표현으로 이를 ‘느린소’로 지칭하며 이 표현을 자주 쓰기 시작했다.

◇ 사람을 해치는 요괴(害人精)
 

류스위 중국 증감회 주석. [사진=바이두]


2016년 상장사 지분 인수를 통한 보험사 자본의 A주 진입이 이어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류스위(劉士余)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주석은 12월 3일 공개석상에서 이를 ‘야만적 인수 행위’라고 비유하고 “자산관리자는 사치스럽고 탐욕스러운 ‘벼락부자’나 혼란을 야기하는 ‘요괴’, 중국 인민에 피해를 주는 ‘사람을 해치는 요괴’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이후 보험자본의 A주 진입 열기도 빠르게 식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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