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인사이트]소프트웨어 업계의 사람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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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곤 지란지교소프트 대표
입력 2017-09-05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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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곤 지란지교소프트 대표]

소프트웨어 산업은 ‘정신노동 집약적’ 산업이다. 소프트웨어 기업은 개발자라는 전문 인력에 의해 회사의 경쟁력이 달라진다. 어떤 솔루션을 개발해 비즈니스를 하는가는 경영진의 의사 결정에 의해 이뤄진다면 이를 구현해 기업의 현재와 미래를 가치를 높이는 것은 개발자들의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 그렇기에 개발자는 소프트웨어 기업의 존립을 가능케하는 핵심인재다.

이 때문에 유능한 개발자를 얻기 위한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경쟁은 전쟁 수준이다. 이는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다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소프트웨어 기업 입장에서는 자사가 원하는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소프트웨어 기업, 그중에서도 소프트웨어 제품을 개발, 판매하는 기업들은 단순한 개발자보다는 고난도의 개발 역량을 보유한 시스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인재는 갈수록 줄어들고 그나마도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을 선호하다 보니 구직에 목마른 인력이 넘쳐나도 기업은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 프로젝트 경험이 많은 3~5년 차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구할 수 있다면 상당한 비용을 투입할 회사들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청년들의 취업 문제는 정부가 청년 일자리 마련 정책을 국정과제 1호로 지목할 만큼 국가나 사회적으로 심각한 상황이지만 기업들은 역설적으로 구인난을 겪고 있다. 소프트웨어 기업의 경우 그 괴리가 더욱 심각하다. 고용노동부가 올 1월 조사한 국내 소프트웨어 인력은 26만 7000명이다.

지난해 교육훈련으로 새로이 양성된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이 약 2500여 명이다. 또한 정부가 소프트웨어 인재 육성을 위해 초중등 소프트웨어 교육연구 선도학교를 900개에서 1200개로 확대하고 소프트웨어 중심대학을 6개 추가 지정하면서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 공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공급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배출된 전문 인력 가운데 기업이 필요로 하는 능력을 가진 이들은 극소수다. 나머지는 잉여인력화된 초급 개발자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인력난은 소프트웨어 기업에 내재된 문제들도 한몫을 한다. 개발자 부족은 지속적인 야근을 불가피하게 하고 회사 내에서 개발자로서 담보되는 미래는 불투명하다. 특히 50대 개발자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기업 내에서 생존할 수 있는 수명도 짧다. 또 성장 가능성이 있어도 실전 투입 능력이 부족하면 타의에 의해 퇴사할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의 일반화 등 열악한 근무여건과 미래에 대한 불안은 유능한 개발자를 한 곳에 오래 붙잡아 두지 못하고, 가능성 있는 젊은이들이 소프트웨어 기업을 기피하는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기업은 사람과 근무환경에 투자하는 것을 꺼리지 않아야 한다. 일 년에 한두 명씩이라도 회사의 핵심 인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투자를 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지만 향후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기반이 될 것이다. 또 이들 인력이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환경,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는 직장이라면 인재들이 머무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 같은 환경은 인재가 찾아 드는 회사를 만들 수 있고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서 가장 안정적인 기반을 만들 수 있다.

구글과 애플이 취업을 원하는 최상위 기업으로 꼽히고 있는 것은 이들 기업이 자신의 새로운 재능을 발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고의 인재들이 수시로 이들 회사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소프트웨어 기업에게는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금전적인 조건 등 임시방편으로 사람을 구하는 것으로는 지속 가능한 기업을 만들어낼 수 없다. 핵심인재를 키우려는 노력이 기업의 미래를 밝게 하고 국가적 문제인 청년 실업난을 해소에 일조한다는 것에 모두가 공감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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