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정부 등에 올라탄 노동계, 목소리 내기 '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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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6-2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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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자리 기금 제안, 기득권 유지한 채 노사정 주도권 잡기

노사 공동 일자리 연대기금을 조성할 것을 현대차그룹에 제안하고 있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연합뉴스]


아주경제 원승일 기자 ="일자리 분담을 위해 사측도 돈을 내라.", "정부의 4대 지침을 폐기하고 최저임금 1만원을 현실화하라."

최근 노동계의 행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동계 친화적인 문재인 정부를 배경으로 영향력 과시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파업 등 집단행동까지 나설 기세다.

문제는 노동계의 이런 행보가 기득권은 유지한 채 정부와 경영계를 상대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는 점이다.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노동계의 임금 동결, 일자리 나누기 등 양보와 희생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노무현 정부 출범 당시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두산중공업 파업 △화물연대 파업 △철도노조 파업 등이 잇따랐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은 최근 일자리 창출을 위해 5000억원 기금을 현대차그룹 노사가 절반씩 부담하자고 제안했다.

여기서 금속노조 측이 부담할 2500억원은 회사 측이 체불한 임금 중 일부를 떼서 조성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법원에서 패소한 상황이라 체불 임금을 받는 길은 막혀 버렸고, 사실상 기금 조성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금속노조가 일자리 기금 조성을 주장하고 나선 속내가 무엇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노사정 관계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가 크다.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정부와 사용자 측을 압박, 노동계 입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정치적 영향력까지 높이겠다는 것이다.

파업, 집회 등 투쟁 일변도의 노동운동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내부결속을 다지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국노총도 지난 20일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에 4대 지침 즉각 폐기, 최저임금 1만원 실현 등을 건의했다.

정부가 4대 지침(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던 △저성과자 해고 △취업규칙 변경 △성과연봉제 도입 △단체협약 시정지도 등을 '노동 적폐'로 규정하며 새 고용부 장관이 선정되면 가장 먼저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 또한 정부와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며 노동계 쪽에 유리한 고지를 점해 목소리를 높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계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올해 하투(夏鬪)는 보다 격렬해질 전망이다.

노무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03년 5월 화물연대가 대규모 파업을 벌이며 사상 초유의 '물류대란'을 겪었던 경험이 있다. 당시 건설교통부 장관이 취임 3개월 만에 사임했고, 노 대통령 지지율도 떨어지며 노정 관계는 극도로 악화됐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사가 양보와 협력을 해줄 것을 요구하지만, 최근 노동계의 행보를 우려 섞인 시선으로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임금 나누기 등 고통분담에 소극적이어서 아쉽다”며 “현재로서는 노동계와 지속적으로 대화해 파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문재인 정부 들어 노동계에 힘이 실린 건 사실이지만, 그 힘을 기존 기득권 유지에 쓴다면 자칫 집단 이기주의로 비쳐질 수 있다”며 “대화를 통한 사회적 대타협 방식이 아닌 파업 등 집단행동은 오히려 친노동적인 정부정책이나 개혁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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